‘나의 일자리는 어디에….’ 2016년 잡페어(채용설명회) 행사에 온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청년들이 불행하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의 대답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전국 만 19살 이상 남녀 2천 명에게 조사한 결과다. 당사자인 청년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세대별 인식 조사에서 19~29살은 76.9%, 30~39살은 77.9%가 “불행하다”고 응답했다. 청년이 불행한 요인으로 취업난, 빈부 격차, 집값 상승, 학력 차별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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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학업, 생활의 3대 어려움을 짊어진 청년들은 정신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취업 대란 속에 우울증, 화병, 공황장애 같은 질병을 호소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를 보면 2013년 4만7천 명이던 우리나라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7만5천 명으로 5년 만에 58% 급증했다. 등 우울증 에세이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신적 고통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도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20대(20~29살)와 30대(30~39살)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는 20대가 16.4명(43.8%), 30대는 24.6명(35.8%)이나 됐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씨는 저서 에서 불행한 이들의 특징으로 “‘조건부 행복론’을 믿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행한 사람일수록 돈을 많이 벌면, 예뻐지면, 취직에 성공하면, 승진하면, 좋은 애인이 생기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불행을 참아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지금 여기에서 불행한데도 그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미래의 다른 곳에서는 행복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묵묵히 고통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영원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 사회 환경 탓이다. 대구대 교직부 이민경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과 상대평가의 문제를 지적한다. “2030은 오디션 세대”라고 말한다. 심판대에 서서 옆에 있는 경쟁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항상 남과 자기를 비교한다. “계속된 평가와 비판 속에 자존감은 점점 낮아진다. 누군가의 충고나 조언도 자신을 향한 무시나 비난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2030세대에 대해 책 를 펴낸 의료인류학자 김관욱씨는 “살면서 경쟁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을의 몸’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들은 무한 경쟁 속에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오직 대학 입시와 취업을 위한 인생 설계도에 맞춰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학교든 직장이든 사업이든 결혼이든 뭐든 간에 그만두거나 포기하는 것을 실패라 여기고 재도전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고통을 주는 집단이나 상황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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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경쟁 사회에서 청년들은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연대를 체험하지 못한다. 타인과 관계 맺기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기 아픔이나 슬픔이 약점으로 잡힐까봐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김태형씨는 “요즘 청년들이 개인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깊은 상처 때문”이라며 “그 상처는 병적인 사회가 준 모두의 상처이고 반인간적인 시대가 준 집단적 상처”라고 말한다.
김관욱씨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따스한 공동체적 가치를 잃어가는 무감한 사회가 되고 있다. 윗세대와 소통 단절, 또래 공동체 문화 부재 등의 문제도 커진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 세대는 공감의 손을 내밀어주는 이 없이 섬처럼 지낸다”고 했다. 청년이 아플 수밖에 없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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