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종부세 강화 대책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촛불 민심의 지지를 받으며 여러 가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촛불 민심의 근간에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염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보유세제 개편이라고는 하지만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이뤄진 한국의 보유세 체제에서 개혁의 방점이 찍힌 곳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뤄진 조치로 종부세 과세 구조에 생긴 4중, 5중의 경감 장치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종부세 개혁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놓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과소 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종부세 세수를 목적세로 개편하는 일이다.
흔히 ‘건물주’라 일컫는 이들이 소유한 일반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포함된 비주거용 부동산에 과도한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현행 종부세 제도의 ‘사각지대’다. 비주거용 부동산 과세 현실화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로드맵에서 대표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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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거용 부동산은 토지분만 종부세 대상이고 건물분은 비과세인데다 토지분 역시 별도합산토지분으로 분리 과세해, 과세기준과 과세구간이 주택이나 일반 토지에 견줘 세 부담이 현저히 낮다. 주택은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일반 토지는 5억원이 넘으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지만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80억원이 넘어야 부과 대상이 된다. 최고세율 역시 주택은 2%(94억원 이상), 일반 토지도 2%(45억원 이상)인 데 비해, 상업용 부동산의 토지분 세율은 0.7%(400억원 이상)에 불과하다.
200억원 빌딩 소유주 종부세는 0원노무현 정부는 애초 20억원 이상의 비주거용 부동산 토지분에 과세할 계획이었으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2월 개정으로 과세 대상을 80억원 이상으로 4배 가까이 올렸다. 최고 구간 세율(1.6→0.7%)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시가 200억원 상당의 오피스텔 소유주와 건물주까지 과세 대상에서 벗어났거나 세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시가 기준 200억원의 비주거용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자. 토지와 건물 가치 4 : 1의 비율(토지분 160억원 : 건물분 40억원)로 볼 때, 비주거용 부동산의 건물분은 종부세 면제라 토지분(160억원)만 과세 대상이다.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실거래가의 50% 수준에서 공시가격이 결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토지분(160억원)의 과세표준은 80억원(160억원×0.5)으로 과세기준인 80억원과 같아져 종합부동산세 납부액이 ‘0원’이 된다.
이는 보유세 부과 대상인 주택, 토지에 견줘서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시가 20억원의 주택, 토지, 비주거용 부동산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을 비교한 결과 토지(751만원)의 세 부담이 가장 높았고, 비주거용 건물(290만원)은 주택(442만원)보다도 낮았다. 시가 100억원의 경우도 토지(7279만원) 보유세가 제일 높았고, 주택(4344만원), 비주거용 부동산(1677만원) 순이었는데, 비주거용 부동산의 종부세액이 0원으로 비과세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혜택을 산업용 부동산을 통한 산업 활동에 대한 배려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비주거용 부동산에서 산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40%다. 나머지 60%는 일반 상가나 오피스텔과 같은 상업·업무용 부동산이다. 대만의 방옥세(재산세)의 경우 영업용은 세율이 3%인데 비영업용은 1.5~2%이며, 영국은 비주거용 부동산 보유세인 ‘비즈니스 레이트’의 세 부담이 주거용보다 높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재산세인 ‘카운슬 레이트’가 주거용보다 상업용에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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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거용 부동산의 종부세 부과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비과세인 비주거용 부동산 건물분은 과세 대상이 돼야 한다. 2005년 도입 당시 비주거용 부동산의 건물분이 비과세였던 실질적 이유 중 하나는 전국 단위의 공시가격이 없다는 것이었으나,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시범사업을 해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했고, 2016년엔 ‘비주거용 부동산의 공시가격 제도’ 시행을 위한 법률적 준비도 마무리돼 토지분과 함께 통합 과세를 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 80억원이 넘어야 과세가 시작되는 과세기준 금액과 과세구간도 주택과 일반 토지와 형평성을 고려해 낮춰야 한다. 이렇게 하면 상당수 ‘건물주’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인데도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비주거용 부동산 과세 강화해야또 하나의 문제는 종부세 세수가 누구나 수긍할 만큼 선명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부세 세수의 지역 배분은 총액 1.8%를 일률 배분하는 제주를 제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50%), 사회복지(35%), 지역 교육(10%), 부동산 보유세 규모(5%) 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종부세 재원이 보통교부세처럼 용도가 따로 정해지지 않은 채 일반회계에 섞여 쓰이는 것이 문제다. 이 부분이 종부세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본다.
조세 저항을 줄이려면 특정 부문에서 생긴 조세 수입을 해당 부문에 재투입하는 ‘목적세’ 원칙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 원칙을 적용해본다면 종부세 세수는 부동산 소유권 집중과 가격 상승으로 악화되는 문제인 저렴한 주택 부족과 임차인 부담 증가 등을 완화할 수 있는 곳에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부세를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세입자 지원을 위한 목적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목적세로 돌려 종부세 세수의 사용처가 명확해지면 조세 정당성이 강화되고 아울러 대중적 지지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언제든 조세 저항이 표면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강화 로드맵에 조세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종부세 세수를 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현재 종부세의 문제점에 비춰볼 때 2018년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은 물론이고 주택값 상승에 대응한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속 종부세 개편안도 여전히 미진하다. 현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2017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다주택자 규제 차원의 임시 조처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택 가격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부동산 보유세제는 주택 가격 관리를 위해 단기적으로 활용하는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부동산 가치를 어떻게 관리하고 공유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과소 과세와 종부세 세수의 활용을 포함해,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부세의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에 따른 근본적 세제 개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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