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전투를 목격할 수 있다. 끔찍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경험에 노출되는 임무를 수행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건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 보훈부 누리집에 게시된 ‘PTSD는 얼마나 흔한가?’(How Common Is PTSD?)라는 글의 한 대목이다. 베트남부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른 미국은 일찍부터 참전 군인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주목해왔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약물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늘어나며 사회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정부 차원 PTSD 관리
미국 보훈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의 11~20%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 또 걸프전(1991년) 참전 용사는 12%, 베트남전 참전 군인은 30%가 이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미국은 1989년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을 위해 보훈부 산하에 국립외상후스트레스장애센터(National center for PTSD)를 설립하고, 참전 군인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진단·치료·교육 등을 종합 서비스하고 있다. 보훈병원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전문치료팀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센터 누리집만 봐도 미국이 참전 군인들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상당히 고심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센터 누리집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과, 이것이 일으키는 증상(수면장애·알코올중독·자해 등)의 원인, 치료법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글과 동영상이 잘 정리돼 있다. ‘선배 군인’들의 경험을 공유해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가족 관계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팁도 준다. 2005년 이후 보훈부는 정신보건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확대했고, 그 결과 정신보건서비스 전담 인력이 6천 명에서 2만여 명이 됐다고 한다. 특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서비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외국의 보훈복지서비스의 실천 사례’·황정하 연세대 사회복지연구소 박사)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도 군인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관리 시스템을 정부가 운영한다. 큰 재난을 겪은 국가들은 참전 군인뿐 아니라 시민들의 치료에도 힘을 쏟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피해자는 물론 목격자들도 무료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연방정부는 뒤늦게 생길 수 있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트라우마의 특성을 고려해 현재까지 치료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진 피해가 잦은 일본은 2004년 고베 효고현에 외상성스트레스연구소(HITS)를 열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군이 요청하면 교육과 예방, 검진도 지원한다.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총기 난사, 군내 성폭력 등으로 우리 장병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치료할 인력도, 전문 시스템도 부족하다. 게다가 국가유공자를 결정하는 상이등급 구분표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명문화돼 있지도 않다. ‘신경 및 정신계통의 장애’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노동 가능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다.
PTSD, 국가유공자 상이등급표에도 없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던 2010년 7월10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주례연설에서 참전 군인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 절차의 간소화를 약속하며 말했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수년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많은 참전 용사가 좌절했습니다. 보상과 지원을 받기 위해 특정한 사건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낳았다고 스스로 증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행으로 그들 대부분이 필요한 보살핌을 못 받고 있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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