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중략)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 종류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음이 분명해진다.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며 그에 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성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한 임무 해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 결정 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처벌 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관철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병역제도에서 병력 자원의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 그리고 정당한 사유 없는 병역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역병을 기준으로 할 때, 병역의무를 이행하려면 대부분 20대 초반의 나이에 약 2년간 학업을 중단하고 병역 종류 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 종류 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되어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 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향후 병역 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통하여 병역 종류 조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더 이상 대체복무의 이행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병역 종류 조항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이 선고되면, 법원도 더 이상 처벌 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거나 소집에 불응하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사람에 대하여는, 심리 결과 그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당해 사건 법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입영거부 또는 소집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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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사람에 대하여는 향후 병역법의 개정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는 경우, 군복무를 이행하는 사람과의 형평상 다시 현역 입영통지 또는 소집통지를 하여 대체복무를 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병역 종류 조항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이 선고되는 이상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는 내용으로 병역법이 개정될 것이므로, 위와 같이 불필요한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당해 사건 법원으로서는 개선 입법이 될 때까지 재판 절차를 정지하였다가 병역법이 개정되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개정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처벌 조항 자체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니고, 이는 병역 종류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 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처벌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만 처벌 조항이 가지는 위헌성은 병역거부 행위를 처벌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처벌하는 데 있으므로, 처벌 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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