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선 토론이 없어요. 다른 이야기는 틀린 이야기로 치부돼요. 심하면 빨갱이라고 부르고요.”
“현재 대구가 처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태수(47·사진) 정의당 대구 서구의원은 망설임 없이 ‘토론 부재’를 꼽았다. 보수의 안방인 대구, 그것도 도시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서구에서 진보정당 간판을 달고 세 번이나 기초의원에 당선된 그에게 12년간의 의정활동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이 틀어쥔 구의회에서 ‘다른 이야기’를 외쳐온 시간이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 출마를 선언한 그는 이제 무대를 옮겨 시의회에서 제대로 토론을 해보려 벼르고 있다.
‘진보’ 달고 최초 당선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5월30일, 장 의원은 과 통화에서 “2002년 진보 정당(민주노동당) 소속으로는 처음 보수적인 대구 기초의회 문을 열었다. 12년의 의정활동 성과, 20년간의 지역활동을 바탕으로 진보 정치가 계속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태어난 장 의원은 학생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영남대 졸업 뒤 대구에서 서구문화복지센터 실직가정 생계비지원사업팀장으로 일했고, 센터에서 만든 무료 주민법률상담소에서 임대차 상담실장을 맡아 7천 건이 넘는 임대차 분쟁 상담을 했다. 이러한 활동은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 서른 살의 그가 당선되는 데 밑돌이 되었다. 그는 “대구의 강한 레드콤플렉스 때문에 진보 정당 간판을 달면 주민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주기가 참 어려웠다”면서도 “지역에서 오랜 시간 주민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응원한 경험이 의회 진출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3선(3회·5회·6회 지방선거)에 성공한 비결로 “의정활동을 좀더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꼽았다. 실제 그는 구의회에 들어가자마자 동료 구의원들의 침묵을 뒤로하고 구청장의 불투명하고 잘못된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를 지적했다. 관변단체의 불투명한 보조금 사용 문제도 제기했다. 모두 구청 예산 운용의 투명성 강화로 이어졌다. 오랜 시간 보수 정당이 지배하며 ‘평화’를 유지해온 대구의 ‘동네정치’에 파열음을 낸 것이다. 그는 “구의회에서 보수 정당의 이해관계가 주민들의 이해관계인 양 호도된다. 한 정당이 독점하다보니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하는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활동을 보수 정당 의원들도 인정한 것일까. 그는 2012년 7월 서구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부의장에 뽑히는 ‘이변’을 연출했다. 서구의원 12명 중 11명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이었지만 새누리당 의원 절반 이상이 무기명 투표에서 그를 찍은 것이다.
잘하지 말고 다르게 하라지방선거를 앞둔 대구 민심에 대해선 장 의원은 “보수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흐름은 확실히 옅어졌다.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이들의 지지가 민주당이나 진보 정당으로 향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보수 정당 정치인들과 고시 출신들로 이뤄진 행정 관료, 특정 고교 동문, 경제 권력들 사이에 형성된 강한 ‘동맹’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반북 이데올로기도 있는 곳이 대구라는 시각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대구에선 잘하는 것보다 다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이 없는 대구’에서 그의 ‘다른 이야기’는 구회의를 넘어 좀더 넓은 무대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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