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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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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정치’ 바꿔! 바꿔!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각 정당과 후보자 점검…

문재인 정부 첫 중간고사 누가 잘 치를까
등록 2018-02-27 23:13 수정 2020-05-02 04:28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 시장과 민병두·박영선·우상호 의원(왼쪽부터). 정용일 기자/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한겨레 강창광 기자/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 시장과 민병두·박영선·우상호 의원(왼쪽부터). 정용일 기자/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한겨레 강창광 기자/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2월13일 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6·13 지방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 대다수 국민의 눈이 평창겨울올림픽으로 쏠려 있는 동안, 숨을 고르던 각 정당과 출마자들은 출발선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고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결승점을 노려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일엔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교육감 선거 외에 국회의원 재보선도 같이 치른다. 재보선은 10곳에 이를 것으로 보여 사실상 ‘미니 총선’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의 한 표는 ‘동네 정치’를 바꿀 수 있다. 미리 각 정당의 준비 상황과 선거 구도를 파악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프로야구팬들은 시즌 개막 한 달 전인 이맘때 나오는 ‘스카우팅 리포트’(팀 전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올해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 어느 정도 성적을 낼지 가늠한다. 스카우팅 리포트 형식에 빗대, 지방선거를 앞둔 각 정당과 후보자들을 점검해본다.

더불어민주당_ 우승 전력 그대로… 왕좌를 지켜라

별다른 전력 유출 없이 새 시즌을 맞는 지난해 우승팀처럼, 민주당의 선거 전망은 밝다. 60~70%대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앞에서 그동안 지방선거 때마다 불어온 ‘정권 심판론’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선수’ 구성도 좋다. 지방선거 승패의 기준점인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현역 박원순 시장이 3선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민병두·박영선·우상호·전현희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경기도는 탄핵 정국 때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 대통령을 만든 사람 중 하나인 전해철 의원 등이 치열한 후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문재인 청와대의 ‘입’으로 얼굴을 알린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안희정 지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충남도지사에 도전한다. 민주당은 현재 점하고 있는 광역자치단체 9곳에 더해 부산시장, 경남도지사,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PK(부산·경남)에서 자유한국당을 밀어낼 기회라 보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훈풍이 부는 한반도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거나, 예상치 못한 강도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여러 돌출 변수에 따라 민주당의 성적은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낙관론’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_ 부진 늪에 빠진 왕년의 강호

보수정권 10년의 영광은 이제 없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김성태 원내대표는 낮은 당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몰아붙여 색깔론을 제기하며 보수층 결집을 노렸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10~20% 사이에 계속 갇혀 있다. 보수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대신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만 노리는 전략을 고수하자, 전통적 지지층의 한 축을 구성하던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이 돌아오길 망설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러다 ‘TK(대구·경북) 자민련’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거친 발언과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는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의 불안한 리더십이 당내 심각한 불안 요소라고 지적하는 이도 많다.

팀이 부진에 빠지면 스타나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당은 심각한 인재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올드보이’들이 지방선거 후보 라인업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경기(남경필)·인천(유정복)·부산(서병수) 등 현재 가진 6곳의 수성과 플러스알파를 1차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_ 첫째도 생존, 둘째도 생존

국민의당 해체 뒤 탄생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지방선거에서 존재감 확보가 목표다. 바른미래당은 광역자치단체장 3~4곳 당선과 정당 지지율 25% 이상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창당 이전부터 강조해온 ‘제1야당(자유한국당)의 주변화, 대안 야당으로 부상’을 위한 디딤돌이다. 하지만 양당 체제 중심의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제3당은 언제나 유능한 후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국민의당과 이별해 활동 반경이 호남으로 축소된 민주평화당은 호남 광역단체장 3곳 확보에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번에도 호남 민심이 현재 호남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민주평화당에 손을 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선거를 돌아보면 양당 체제에 도전했던 당은 언제나 ‘선거 연대’라는 유혹에 시달렸다. 두 당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과 서울시장 후보 기근에 빠진 자유한국당이 상대 당의 유력 후보가 있는 지역에 당 후보를 내지 않는 ‘묵시적 야권 연대’를 하지 않겠냐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호남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민주평화당 역시 민주당과 손잡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물론 현재 두 당 모두 “선거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선례에 비춰볼 때 선거 막판까지 연대론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의당과 독립리그_ 기득권 정치구조 이번에는 바꾸자

지난해 대선 때 심상정 후보의 선전으로 고무된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두 자릿수 정당 지지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제1야당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회찬·심상정이라는 스타 정치인에게 의존해온 ‘팀 컬러’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은 고민거리다. 이정미 당대표는 ‘서울시장 노회찬’ ‘경기도지사 심상정 카드’를 묻는 말에 “두 분은 최강병기이자 최종병기로, 출마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원내 6석을 확보한 ‘미니 정당’ 정의당이 지방선거에서 2석을 잃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두 스타 정치인의 개인기에 기대면서도 새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의당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프로리그에 속하지 않는(국회 의석이 없는) 외인구단 ‘독립리그’ 정당과 출마자들의 도전도 흥미롭다.

녹색당은 신지예(27·서울시장 후보), 고은영(33·제주도지사 후보) 두 여성 후보를 내세워 “기득권을 가진 소수 엘리트의 스포츠로 전락한 정치를 바꾸자”고 외친다. 전국 각 지역의 ‘보통사람’ 녹색당원들도 구의원과 시의원 등 기초의회 출마 의사를 다수 밝힌 상태다. 김종훈 의원과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여럿 참여한 민중당도 최근 속속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를 확정하고 있다.

촛불을 경험한 청년들이 “정치 아무나 할 수 있다”며 구의원 출마에 도전하는 ‘무소속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의 실험도 ‘동네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과 정당 약칭을 두고 경쟁해 ‘미래당’이라는 이름을 지킨 우리미래당도 ‘청년 정당’으로서 존재감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승준 정치팀 정치BAR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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