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겹치면 힘이 더 세진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은 감염 사실이 확인되는 즉시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을 견뎌내야 하는 소수자가 된다. 게다가 그가 여성이라면?
<font size="4"><font color="#008ABD">여성에게만 감염 경로를 묻는다</font></font>2016년 현재, 한국의 HIV 감염인은 1만1439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이 1만618명, 여성이 821명이다. 남녀 성비가 무려 12.9 대 1이다. 2016년 신규 감염인의 성별 분포를 봐도, 내국인의 경우 남성이 1002명, 여성은 60명에 불과하다. 남녀 성비가 16.7 대 1이다.
여성 HIV 감염인이 한국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을까. 권미란 한국 HIV/AIDS연합회 KNP+ 자문위원은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바깥으로 나오기 힘들다. 수가 적다보니, 감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성적으로 대상화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감염인 대부분이 남성에게서 감염됐기 때문에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차별은 사회적 ‘낙인’이다. 여성 HIV 감염인은 거의 무조건 ‘성매매 여성’으로 가정된다. 그러나 실제 여성 감염인들의 감염 경로를 보면 대부분 친밀한 관계에서 감염되는 일이 많다. 권미란 자문위원은 “성폭력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듯이, HIV 감염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무작위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남편 등 친밀한 관계에서 감염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와 달리 여성의 감염 경로는 유독 대상화된다. 한 HIV 감염인 여성은 “남성에겐 감염 경로에 대한 질문이나 평가 또는 비난이 없다. 그러나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감염됐다고 하면 ‘힘내라’는 동정의 시선이 있다. ‘어쩌다 남편이 HIV에 걸리게 만들었냐’라는 질책까지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 HIV 감염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의 결이 복잡함을 알 수 있다.
여성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고자, 국제적으로는 HIV/AIDS 감염인 대응 정책을 짤 때 성인지적 관점을 요구하는 추세다.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은 각 국가의 HIV 대응 계획을 젠더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젠더평가 툴을 만들었다. 이 평가 툴에는 1단계 ‘젠더평가팀’을 짤 때부터 △감염인 참가 △남성과 여성의 유의미한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2단계 HIV 통계를 낼 때도 △취약 인구집단 규모 △성폭력에 의한 감염 △정부가 시행한 감염인에 대한 차별·낙인 데이터 수집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또한 3단계 실제 대응 계획을 짤 때 △예산금액이 취약 인구집단의 욕구를 충족하는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을 비난하고 퇴치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는지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교육 기회 접근권, 재정 자원 접근권이 충분한지 등을 고려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국내 HIV/AIDS 관리 정책, 성인지적 관점 전무 </font></font>국내 HIV/AIDS 관리 정책이 담겨 있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는 이런 젠더적 관점이 조금도 반영돼 있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단 한 번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HIV 여성 감염인의 고통과 필요를 알아보기 위해 여성 감염인 사례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의 HIV 감염인 대응 정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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