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은둔형 인물 아니냐’는 말을 들어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김종대 개인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남의 인생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정의당 입당 기자회견을 할 때, 회견문을 미리 본 심상정 대표가 “한반도 평화, 국방 이야기만 있고 정작 김종대가 누군지는 한마디도 없다”고 핀잔을 줬을 정도다.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나의 언어로 내 인생을 표현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구나.”
류우종 기자
그는 1966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을 청주에서 보낸 그는 1984년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 6월항쟁을 군에서 맞았다. 당시 그는 육군17사단 해안부대 상병이었다. 곧 계엄이 선포되고 ‘제2의 광주’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계엄군으로 출동할 지역이 정해졌고 부대에선 매일 시위 진압, 차량 탑승 훈련이 실시됐다. 그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민주화의 기적을 이뤄냈다. 감격한 그는 “빚을 갚으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복학생협의회를 만들어 군사문제사업부장을 맡았다. 반핵평화운동연합이라는 이름의 평화운동단체를 만들고 군에서 양심 선언한 청년들을 돌봐주는 후원사업에도 몰두했다.
1992년 육군사관학교 출신 군 엘리트인 임복진 전 육군 소장이 “목숨을 걸고 입당한다”며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민주당에 들어갔다. 27살 청년의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는 이듬해 당선된 임 의원을 찾아가 보좌진이 됐다.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국회 국방위는 모든 뉴스의 중심이었다. 1993년에만 율곡 비리 국정조사, 12·12 군사반란 국정조사, 한국형 전투기 기종 변경 국정조사 등 3건의 국정조사를 치렀다. “국회가 국정의 중심에 있던 시대”라고 그는 말했다. 8년간의 보좌진 생활을 끝으로 국회를 나왔다. 내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군사평론가 생활을 시작했다. 힘든 시기였다. 국방부와 소송에 엮이고 진보로부터는 외면받았다.
그러던 2002년 1월, 노무현을 처음 만났다. 1~2시간으로 예정된 토론이 7시간 동안 이어졌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때웠다. 국방·안보 자문을 듣겠다면서도 30분이면 돌아서던 다른 정치인과는 달랐다. 노무현은 수시로 “학생 안 졸고 있으니 더 이야기하세요”라며 열성을 보였다. “노무현은 궁금한 건 끝까지 풀어야 했고, 생산적 결론이 나올 때까지 토론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2002년 12월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그를 잊지 않았다.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으로 그를 불러들였다. 덕분에 그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무총리실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국방 행정의 중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노무현이 수렁에서 나를 꺼내줬다”고 말했다. 이후 언론 활동에 매진했다. 월간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국방부 공격수’ ‘민간 군사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같이 정치를 하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의 만남은 그에게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이제부터 내 언어로 내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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