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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이 시작이다

“송전탑을 뽑아내자”는 구호 아래 ‘시즌3’… 주민재산·건강피해 감시·조사하고 백서·사진집 발간
등록 2015-10-29 16:38 수정 2020-05-03 04:28
지난 10월20일 ‘밀양 송전탑 투쟁 10년’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 모인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과 사진작가들. 박승화 기자

지난 10월20일 ‘밀양 송전탑 투쟁 10년’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 모인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과 사진작가들. 박승화 기자

지난 10월6일 저녁. 경남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 주민들이 한 집에 모였다. 상차림이 말쑥했다. 오리백숙은 깊었고 막걸리는 달았다. 식사를 끝낸 주민들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 이계삼 사무국장과 활동가들이 둘러앉았다. 밀양 투쟁 ‘시즌3’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반대 투쟁 이어가는 180여 가구 </font></font>

지난 9월부터 반대대책위는 송전탑 피해 마을을 돌면서 순회 간담회를 열었다.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와 합의했지만, 아직도 180가구 안팎은 합의를 거부하며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주민과 반대대책위는 지난해 6월11일 행정대집행으로 사실상 송전탑 공사를 막을 수 없게 된 뒤 ‘시즌2’를 선언하고 지속적인 투쟁을 결의했다. 침탈된 농성장 대신 사랑방을 만들었고, 농산물 거래를 위해 미니팜 협동조합을 꾸리는 등 연대를 더욱 다져왔다. 세월호 유족들과의 유대는 물론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탈탈 원정대)도 꾸렸다. 탈탈 원정대는 지난 3월부터 전국의 초고압 송전선로와 핵발전소 주변 피해 주민들을 만난 기록을 모아 5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밀양 시즌3은 “송전탑을 뽑아내자”는 구호 아래 장기적이고 꾸준히 살아남아 함께 손잡고 있는 것을 알짬으로 추진된다.

송전탑 반대 투쟁의 성과로 2014년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이 일부 개정됐다. 그러나 피해 범위가 자의적으로 좁게 설정되고 보상 기준 또한 충분하지 않은 등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반대대책위의 판단이다. 2014년 12월 송주법 헌법소원을 냈지만 심리는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반대대책위는 장기적인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반대대책위를 사단법인(가칭 ‘탈핵 탈송전탑 교육원’)으로 재편하는 게 1차 목표다. 상근 활동가를 두고 주민 재산과 건강 피해를 안정적으로 감시·조사하기 위해서다. 탈핵·탈송전탑을 주제로 한 주민·활동가 교육에 필요한 공간도 모색하고 있다. 주민 공동 식사나 사랑방 모임, 행사 공간으로도 쓸 참이다. 나아가 청년 활동가 양성 학교 구실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월 초에는 투쟁 10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사업도 준비 중이다. 먼저 10년 투쟁의 기록을 담은 백서를 펴낼 참이다. 백서에는 투쟁 약사와 에너지 정책, 인권, 공동체 파괴 등의 내용이 600~700쪽 분량에 모두 담긴다. 이계삼 사무국장과 연대 활동가들, 밀양인권침해감시단과 법률지원단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예정대로 백서 작업이 마무리되면 12월3일 서울에서 발간 기념 행사와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반대대책위는 백서를 연대 단체들과 국회, 언론사, 공공도서관 등에 보낼 계획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송주법’ 헌법소원 심리 제자리걸음 </font></font>

사진집도 작업이 한창이다. 언론사 기자와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300쪽 분량의 사진집에는 500장 안팎의 사진이 실리게 된다. 사진집은 시민들에게도 판매된다.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이 마지막이 되길 바랐는데, 밀양이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명한 당위성을 주민들과 반대대책위가 자각하고 있다. 탈핵과 에너지 민주화는 밀양을 기점으로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2월5일 밀양에서 ‘잔치’가 열린다. 밀양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밀양=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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