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지난 6월17일 충북 오송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90도로 인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송 원장에게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서울병원을 위한 또 한 번의 ‘특혜’일까, 아니면 삼성서울병원 환자들만을 위한 ‘친절한 배려’일까.
보건복지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부분폐쇄된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에게 의사의 전화 진료와 처방을 허용한다고 지난 6월18일 발표했다. 외래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의 경우,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진찰받은 뒤 환자가 정한 약국에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원격진료’다.
현재 시행 중인 의료법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금지돼 있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만 ‘컴퓨터나 화상통신’으로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의료법 제34조)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사 간에 이뤄지는 원격의료가 아닌 의사-환자 간에 직접 전화로 진찰하는 원격진료는 사실상 금지된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원격진료를 허용해주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2014년 발의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섬과 같은 벽지에 사는 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의사-환자 간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야당과 의료계는 ‘의료 영리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데다,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 이후 갑자기 원격진료 추진에 다시 불이 붙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6월8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그 첫 시험대가 삼성이다. 원격진료는 정보기술(IT) 기업과 의료기기 회사, 대형병원에 새로운 먹거리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사업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 쪽의 설명은 이렇다. 삼성서울병원 환자들 가운데 다른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진료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들이 전화로라도 약을 처방받고 싶다는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가 재개되기 전까지만 일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유독 ‘삼성’에만 이런 특혜가 허용됐다. 지난 5월29일 폐쇄된 뒤 아직까지 재개원하지 못한 평택성모병원이나, 메르스 중앙거점의료기관으로 병원 전체가 폐쇄된 국립중앙의료원 환자들에게는 ‘친절한 배려’가 없다. 국립중앙의료원 환자들은 전면폐쇄된 병원을 뚫고 들어가 임시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처방전을 받아나오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의료 도입을 요청한 것이나, 이를 허용한 보건복지부 모두 국민 상식에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이 부족하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18일 성명을 내어 원격진료 허용 지침 철회를 촉구했다. “경증의 재진 환자는 의사-의사 간 원격의료로도 충분히 처방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며 대면진료에 의협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논평을 내어 “다른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를 받는 게 전화 원격진료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어서 “삼성서울병원장은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였다.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대통령이 병원장에게 사과를 받는 모습은 우리를 아연하게 한다. 삼성서울병원장이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얻은 것이 원격의료 허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17일 충북 오송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으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내 ‘90도 인사’를 받은 탓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메르스 대책특 별위원회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것을 강하게 질책했는데, 정작 정부가 원격의료 같은 특혜 조치를 허용했다는 건 ‘짜고 치는 고스톱’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삼성서울병원 쪽은 “원격진료를 실제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6월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이 환자 안전에 위험할 수 있어 가능하면 처방내용을 알려주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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