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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추천 진상조사위?

세월호 특별법 첫 번째 난항은 진상조사위 구성, 새누리는 3부 요인 추천 고수해…

두 번째는 권한, 국정조사에 5% 자료 제출한 최고권력을 어떻게 강제하려나
등록 2014-07-24 14:32 수정 2020-05-03 04:27
지난 7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시민 350만1266명을 상대로 2개월 동안 모은 ‘4·16 특별법’(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청원 서명 용지가 담긴 416개 상자가 놓여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지난 7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시민 350만1266명을 상대로 2개월 동안 모은 ‘4·16 특별법’(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청원 서명 용지가 담긴 416개 상자가 놓여 있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별을 보며 노숙농성을 한 지 일주일, 유가족 15명이 곡기를 끊은 지 닷새(7월18일 현재)가 흘렀다. ‘살아남은’ 안산 단원고 학생 42명이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40km를 1박2일 동안 걸어왔다. 국민 350만1266명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내민 서명 용지에 자기 이름을 보탰다. 이들의 요구는 단 한 가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그런데도 대체 왜 특별법 제정은 난항을 겪고 있는 걸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대목을 질문과 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국회에선 왜 ‘줄다리기’하나.

A: 핵심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설치할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가칭·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인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입법 청원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진상조사위원 1명에게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해 ‘성역 없는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엔 동행명령이나 청문회도 할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민간 조사위원에게 검사의 지위를 주는 건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7월13일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 새누리당 홍일표·안효대·윤영석·김회선 의원 브리핑)이라며 반대한다. 속내는 대통령이나 청와대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을 염려해서다. 새누리당은 애초 ‘자료 제출 요청권’만 주자고 했다가, 7월16일 여야 협상에서는 소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동행명령권’을 부여하는 수준까지 물러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해서 가족대책위와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다. 수사권은 주되, 기소권은 검찰총장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안이다.


7월21일부터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최근 7·30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은 오히려 느긋해졌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박주민 변호사는 “진상조사위 구성을 두고서도 새누리당이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의 추천을 넣자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국민대책위는 국회 추천 8명, 4·16 참사 피해자 단체 추천 8명(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재직자, 대학 전임교수 10년 이상 재직자 등 자격요건 있음)으로 진상조사위를 꾸리자고 주장한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각각 5명, 유가족 5명 추천을 제안한 상태다.

Q: 수사권은 무리한 요구인가.

A: 형사법상 수사·기소권이 검찰 고유의 권한인 것은 맞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에도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는 따라야 할 전례가 아니라, 반추해야 할 교훈이다. 경찰청, 국가정보원, 기무사 등 막강한 권력집단이 민간조사위원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진술 요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기소 권한이나 동행명령권이 없는 조사 권한은 유명무실했다. 청와대, 해경, 해양수산부 등을 상대로 좀더 효과적으로 진실을 캐내려면 수사·기소권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당장 국회에서 진행된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만 보더라도, 청와대는 요구한 자료의 5% 이하밖에 내놓지 않았다.

전례가 없지도 않다. 특별검사제도는 변호사에게도 실질적으로 검사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아예 상설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수사를 맡기거나, 검찰총장이 현직 검사를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특임검사로 임명해 수사를 맡기는 식의 제3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해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수사 기한도 최대 90일에 불과하다. 가족대책위가 입법 청원한 특별법상 진상조사위의 활동 기간은 최대 3년까지 보장된다.

Q: 6월 임시국회가 7월17일로 끝났는데, 특별법 제정은 물 건너간 것인가.

A: 그렇진 않다. 여야는 7월17일 오후 3시에 예정됐던 특별법 마련을 위한 최종 협상 회의를 취소했지만, 다음날인 18일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7월21일부터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새누리당이 “수사권을 주는 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야 모두 지도부의 관심이 온통 7·30 재·보궐 선거에 쏠려 있는 상황이라, 7월 임시국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 가능성이 있다. 최근 7·30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은 오히려 느긋해졌다. 임시국회는 한 달 동안 열린다.

Q: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좁혀진 부분은 없나.

A: 25개 항목에서는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7월15일 저녁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과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공동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 희생자에게 ‘4·16 국민안전 의인’과 같은 명칭을 붙여서 의사상자로서 예우·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특별법에 국가배상 책임을 명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가 배상과 보상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별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안산과 전남 진도 등 피해 지역 특별지원, 단원고 1·2학년 학생들을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도록 하는 방안, 미성년인 피해자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돌봄 서비스, 국내외 각종 대형 재난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정책을 개발하는 ‘4·16 재단’과 안산에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여야는 협의를 어느 정도 끝냈다.

Q: 인터넷에는 유가족들이 ‘의사상자 지정’ ‘단원고 재학생 대학 특례입학’ 등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데.

A: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이런 거 요구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가 기소권을 갖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7월16일 새정치연합 지도부 면담)라고 말했다. 애초에 가족대책위가 낸 특별법에는 의사자 지정, 특례입학 등의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유은혜·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안에 이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 건 사실이다. 지난 7월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과 희생자 유가족 중 수험생을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시킬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일명 ‘단원고 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유은혜 의원은 7월16일 브리핑을 열어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휴교와 장례 등으로 인해 제대로 입시 준비를 못했다. 일부 오해와 달리 ‘정원 외 특별전형’이라서 일반 수험생에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또 내년 2월까지 한시 적용되는 법률이라,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면 단원고 특별법은 폐기돼도 된다. 특혜가 아니라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상처받은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직후 제정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에 따라 5개 도서지역 학생들을 정원 외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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