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월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국방장관을 한 지 3년 반이다.” 강원도 고성 일반전초(GOP)에서 여러 명이 숨진 총기사고에 책임을 진다는 게 아니다. 김관진 장관은 “이제 국가안보실장으로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 6월23일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임명됐다. 장병 5명이 숨지는 사고가 터진 국방부의 장관이 그냥 청와대로 영전돼도 괜찮은 것일까. 국회의원들은 질타했다.
‘노크귀순’ 때도 책임지지 않아“2005년 연천 GP(전초) 총기 난사 사건 때 국방장관은 3일 만에 사표를 냈다. 진솔한 사과를 해라.”(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인사 말씀에도 사과 말씀 드렸고, 국민들이 큰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고 군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김관진 국방장관)
“장관 재임기간 중 방위력 개선 사업에 열정을 쏟았지, 장병들에게는 소홀했다.”(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병영생활을 어떻게 선진화할 것이냐 개선하는 데 노력해왔고 투자를 많이 했다. 병영 내 갈등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했다.”(김관진 장관)
김관진 장관은 2010년 12월4일 국방부 장관으로 부임했다. 2011년 7월4일엔 강화도 해병대 2사단에서 한 병사가 총기를 난사해 장병 4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김 장관은 같은 달 총기 난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장관 지시사항으로 부대에 하달했다. 행동강령에는 구타와 가혹행위, 인격모독, 집단따돌림은 어떤 경우에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뒤 2년도 안 돼, 지난 6월21일 강원도 고성 GOP에서 다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김 장관 재임 동안에 전방 부대에서 병사 여러 명이 숨지는 총기 난사 사건이 두 번이나 발생한 것이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편집장은 “병영생활 개선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김관진 장관이) 조처를 안 해놓고 했다고 하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사고 이틀 뒤인 6월23일 아무 탈 없이 청와대에서 안보실장 임명장을 받았다. 잘못된 군대문화 등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과거로부터 이어온 적폐’를 철폐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김 장관은 2012년 10월 강원도 고성 22사단에서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넘어 GOP의 생활관 문을 두드려 귀순한 이른바 ‘노크 귀순’ 때도 물러나지 않은 바 있다.
사망자 수도 기억 못해군인권센터는 지난 6월22일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분이 안보실장을 한다면 군대 내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라 생각된다. 김관진 장관 스스로는 억울한 측면이 있으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의 정치적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 장관은 6월25일 국회에 출석했을 때 해병대 총기 사건 사망자 수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몇 명이 숨졌느냐”는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2명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뒤에 앉아 있던 군 관계자가 급히 “4명 사망에 1명 중상”이라고 수정했다. 기억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영전하는 최고 지휘관을 보고 그 밑의 장교와 병사들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완 기자 wani@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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