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은 오작동한다.’
차라리 이런 전제로 행동하는 편이 낫겠다고 누군가 주장해도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세월호 참사가 매뉴얼의 무능과 오작동을 생생하게 증명했기 때문이다. 재난시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선장과 선원은 목숨을 건졌고, 착실하게 질서를 지켰던 이들은 ‘착한 바보들’이 됐다. 에 게재된 조남준 작가의 ‘착한 바보들’은 바다에 잠겨 멀리 뱃머리만 보이는 그림과 함께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누가 예쁜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니”라고 말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시키는 대로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어른들을 믿고 따르던 네 침착한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착하면 죽는다, 이토록 끔찍한 아이러니가 어디에 있는가.
생명과 삶과 상반되는 매뉴얼
매뉴얼은 구조시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매뉴얼에 따랐던 사람들은 매뉴얼에 따라서 구해져야 마땅한 일이나, 매뉴얼에 따른 구조는 적나라한 무능만 드러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질서와 훈육만 강조하는 매뉴얼이 우발성에 대처하는 능력을 잃게 했다”고 말했다. 고미숙 고전학자는 “인간의 무의식적 야생성을 죽여버린 사회”를 비판했다. 무조건 매뉴얼을 따라라, 질서를 지키란 교육은 그렇게 난파당했다. 때로는 위기의 순간에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본능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고려하란 충고가 질서에 대한 권유와 함께했다면…. 우리는 어디서도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존중을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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