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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과한 발언을 하기에 왜 그랬냐 고 물으니 ‘나 원내부대표 됐어’라고 하더라. 민주당은 절대 그런 거 없다. 총대를 메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국 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특위 구성 때 진선미 ·김현 의원도 못 지켜내더라. 민주당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결사체 같다. 개별 의원이 노력해서 특정 사안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게 당의 성과로 남지 못한다. 전략과 기획이 없고 개인기에 맡기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고, 그래서 스타도 만들어지지 않는다.”(의원 A·초선)
“국정감사 내내 내가 속한 상임위에서는 간사를 중심으로 이런 이슈를 다루자고 논의하거나 정리한 적이 없다. 각자 알아서 할 뿐이다. 원내 지도부가 주요 이슈를 잡고,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 전략가들과 정책 전문위원들이 함께 포인트를 잡고, 상임위 회의에 서 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화력을 쏟아붓는 당연한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기관 대선 개입 문제도 개별 의원들이 산발적으로 제기해 이슈화했을 뿐이지, 당 전체가 조직적으로 협업해서 짜임새 있게 끌고 나가지 못했다.”(의원 B ·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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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모래알 같다고 했다. 리더십 부재는 가장 큰 이유다. 짧게 보면 지난 5월 구성된 ‘김한길-전병헌 체제’의 문제이고, 길게보면 ‘DJ-노무현 이후’ 리더십 구축에 실패해온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의 현 지도부는 오랫동안 당의 비주류였던 그룹이 대선 패배 책임론에 직면한 ‘범친노’ 그룹을 대체하면서 형성됐다. 인사 ·재정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는 등 당 대표의 권한을 크게 강화한 체제다. 김한길 대표는 ‘탕평 인사’를 외쳤지만, 몇몇을 제외한 주요 당직이 비주류와 초선들로 채워졌다. 중앙당의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 가운데 사무총장(3선)과 전략홍보본부장(재선)을 제외하고는, 대변인 2명과 전략기획위원장 등 나머지는 모두 초선이다. 원내지도부는 부대표 14명 가운데 수석부대표·선임부대표를 제외한 12명이 초선이다. 선출직 ·지명직 최고위원(6명)은 3선이 2명(조경태·양승조), 재선 1명(우원식), 초선 2명(신경민·박혜자), 원외 1명(이용득)인데, 대부분 주요 당직 경험이 없는 이들이다.
김한길 대표는 당직 임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랫동안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비주류 그룹에서 당의 두뇌 역할을 할 적임자를 찾느라 인물난을 겪었고, 몇몇 의원은 끝내 당직 제안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지도부 대부분 당직 경험 없어“당직을 맡으면 당 대표의 ‘패밀리’로 여겨지고, (다른 계파에는) 찍힌다는 분위기가 있다. 옛 주류는 ‘이제 당신들이 당권을 잡았으니 잘해봐라’ 하는 식으로 뒤로 빠지고, 현 지도부는 그럼에도 탕평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거다.”(고참 당직자 C)
“한 선배 의원이 당직이고 뭐고, 당 일에 관심 갖지 말고, 이불 보따리를 차에 싣고 지역을 챙겨야 한다고, 자기도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 충격을 받았다. 당직을 맡고 보니 이게 내 정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을 때도 있다. 바쁘고 욕만 먹으니까….”(의원 D ·초선)
“지도부가 열심히는 하는데 일할 만한 사람은 안 보인다. 대표가 삼고초려를 하든 협박을 하든 데려와서 일을 시켜야 했다. 의원들도 당이 이 지경인데 이 핑계, 저 핑계 (당직을) 안 하겠다는 이유가 너무 많다.”(고참 당직자 E)
의원들을 한데 묶어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개인 플레이나 엉뚱한 합의로 당력을 분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대화록 실종 사건 때 최고위원회의 만류에도 문재인 의원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강행한 조경태 최고위원의 ‘마이웨이 행보’가 대표적 사례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0월18일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죄로 구속 또는 기소된 경우 해당 의원실에 대한 세비를 동결하는 법안을 새누리당과 공동 발의하기로 하는 등 뜬금없는 합의로 비판을 자초했다.
● 127명-127평-127시간김한길 대표는 지난 9월1일 당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중앙당사를 국회 앞으로 옮겼다. 규모를 기존 영등포 당사의 10분의 1로 줄였는데, 공교롭게도 127평이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1명당 1평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의 상징색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새누리당 당사 건너편에 자리한 이곳에 걸려오는 전화는 두 종류라고 한다. 하나는 ‘빨갱이 ×× 들아’ ‘민생은 팽개치고 싸움질만 하느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야당이 왜 이렇게 무능하고 맥이 없냐’는 것이다 . 전자에 보수세력의 종북, 정치 혐오 프레임이 담겨 있다면, 후자에는 야권 성향 지지자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
지난 8월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 때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분석실 폐쇄회로텔레비전 (CCTV) 동영상이 국회에 도착했다. 박스 2개에 127시간 38분 분량의 CD 72장이 담겼다. 통합진보당은 6개 의원실이 나눠서 전부 돌려봤다. 나오는 말을 모두 받아적어서 녹취록을 만들었고, 동영상에 자막을 입혔다. 민주당이라면 127명이 1시간씩 돌려보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특위 위원 몇몇이 각자 알아서 봤다고 한다. 국조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민주당도 나름대로 했지만, 딱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야성’이었다”고 말했다.
“야성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열성 당원 가운데는 민주당에 대해 ‘민한당(전두환 정권이 만들었던 허수아비 야당) 같은 놈들’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의원 F ·재선)
“지도부가 싸움을 해본 사람들이 아니라 참모만 했던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결기를 잘 못 보여준다. 의원들이 당 지도부 비판을 자제하는 건 지도부가 잘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적전분열하면 안되니까 참는 것이다.”(의원 G ·초선)
‘파이터’는 대부분 초선들리더십 부재가 ‘야성 없는 모래알 정당’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팀플레이가 잘되려면 감독뿐 아니라 선수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감독이나 선수나 ‘야당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이다.
의원 127명이 국회에 처음 입성한 시기를 살펴보면, 1997년 정권교체 이전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가 15명(11.8%)이다. 이 가운데 8명은 정권 교체 1년여 전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돼 야당 시절이 길지 않다. 김한길 대표와 정세균 의원 등이 그런 경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로서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하던 시기다. 첫 국회 입성이 가장 많은 때는 여당 시절인 2004년 17대 총선이다.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대승을 거둔 이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의원이 127명 가운데 39명(30.7%)에 이른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야당으로서 치른 2008년 18대 총선 때 국회에 진입한 이는 11명(8.7%)뿐이었다. 현재 ‘새내기 야당 의원’인 초선 55명(43.3%)을 제외하고 보면, 여당 경험자가 훨씬 많다. ‘DJ 이후’ 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본 역사도 미천하고, 경험자도 별로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여당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대선 때도 지금도 야당의 결기를 갖고 싸워야 하는데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느낌이 안 든다. 지금도 ‘파이터’는 대부분 초선들이다. 여당으로 처음 시작한 이들은 여당으로 정책을 협의하고 여당으로 의정 활동을 했던 경험과 문화가 꽤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수권정당이 돼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야당일 때는 야당다워야 한다.”(의원 H ·초선)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야당 의원들의 사명감이 높았다. 민주주의 문제이자 생존의 문제였다. 선배 의원들이 초선 의원을 방에 불러 바둑을 두면서 야당의 역할을 설파하고 정치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금은 각자도생할 뿐 경험이 축적되거나 공유되지 않는다. 당 전체로 보면 17대 때 ‘탄돌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18대 때는 이명박 정권이 하도 못하니까 4년만 참으면 다시 여당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었다. 야당으로 ‘모드 전환’을 하지 못한 채 19대 국회를 맞은 거다.”(고참 당직자 I)
● 경쟁력과 정체성팀원들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도 박한 편이다. 우선 민주당에는 ‘중진 의원’이 넘친다. 당 대표를 지낸 이만 9명이다. 중복된 경우를 포함해 고위 당직 경험을 살펴보면, 최고위원 27명, 원내대표 8명, 사무총장 8명, 정책위의장 13명에 달한다. 선거 때마다 당이 쪼개졌다 모였다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핵심 당직자가 대거 양산됐다. 당 운영과 대여 관계의 경험이 쌓이기보다 ‘스펙’이 화려한 ‘경력자’만 늘었다는 얘기다. 여당 시절 행정 경험을 해본 이도 상당수다. 국무총리가 2명, 장 ·차관이 8명이다. 그러나 이런 중진들 가운데 ‘차기 리더’로 꼽을 만한 이는 거의 없다. 당내 ‘주주’인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 공개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상처를 입었고, 정세균 의원에 대해서도 인맥 중심의 소규모 정치를 한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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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혁적이어야 할 호남 의원들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당의 허리 역할을 맡아야 할 재선 의원들의 활약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구 분포를 보면, 호남 의원은 26명(24.5%)으로, 수도권(64명, 60.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선수별로는 초선 10명, 재선 7명, 3선 7명, 4선 2명이다. 이 가운데 3선 ·4선뿐 아니라 몇몇 재선들까지도 내년 6월 지방자치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뛰고 있다. ‘안철수 신당’과의 접전이 예상되지만,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던 호남 단체장은 호남의원들에게 매우 유혹적인 자리다. 이들을 보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다.
정체성보다 강력한 세력 불리기“호남 의원들의 경우 초·재선은 예산 따오는 사람이고, 3선·4선은 봉급쟁이 수준이라는 게 민주당에 대한 호남 주민들의 인식이다. 민주당 의원들을 대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것 아닌가. 선수 높은 의원들이 도지사를 하겠다고 뛰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실망스럽다.”(고참 당직자 J)
재선 의원은 모두 29명 (22.8%)이다. 이 가운데 2004년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다가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난해 재입성한 이가 16명이다. 야당 의원으로서는 처음 활동하게 된 셈이다. 당내에서는 ‘3선급 재선’ ‘징검다리 재선’ ‘2.5선’ ‘격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게감을 더하는 별칭이다.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하고 있거나 후반기 위원장직을 기다리는 3선들에 비하면 당 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초선들처럼 ‘저격수’로 나서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한다.
“1997년 정권 교체의 초석을 놓은 게 1995년 서울시장 선거였다. 당시 선거의 총기획을 맡았던 재선 의원 이해찬의 나이가 44 살이었다. 지금 민주당에는 미드필더가 없는 것 같다. 재선들의 정치력이 보이지 않는다.”(고참 당직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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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들끼리 이런 얘기를 한다. 초선이나 재선이나 3선이나 받는 세비는 똑같다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해결해야 한다는 뜨거움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바도 똑같다고 본다. 선수가 많아질수록 뜨거움이 적어져도 되나? 신중해야 한다는 것과 머뭇거리거나 뒤에 있어야 한다는 건 다르다.”(의원 A)
“말 위주의 정치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선배 의원들이 앞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대선 패배 책임 때문이라고 하는데 비겁하다고 생각한다.”(의원 L ·초선)
당이 이합집산하는 과정에서 정체성과 정책도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당선 가능성’이란 잣대 또는 ‘세력 불리기’라는 과제가 정체성보다 강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때 시민사회로부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배치되거나 그런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 재벌 X맨’으로 꼽힌 의원들도 다시 공천을 받았다. 보수 성향 의원들의 당선은 당 노선의 ‘우클릭’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5월4일 전당대회 때 벌어진 당 강령 개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는 조항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며 이와 함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식으로 바꾸는 등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강령을 수정하자는 제안이 당내 진보파들의 반발에도 통과됐다.
“개별 의원이 정책으로 빛나기는 쉽지 않다. 정책은 집단이 정치적으로 추진해야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진보개혁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정책 사안마다 힘을 모아 밀고 가야 하는데, 당에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문제다. 관료 출신들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는 리더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의원 M ·재선)
앞으로도 계속될 ‘아득한 승리’민주당에 관료 출신 의원은 9명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사람(5명)이 많다. 호남 출신으로 오래 관료 생활을 하다가 장 ·차관을 역임한 뒤 고향에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많다. 당내에서 ‘정책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지 않는 게 관료의 특성인데, 관료출신들이 정책을 다루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지내면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일이 되풀이되곤 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른데 팀플레이가 될 리 없다.
● 민주당의 미래민주당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비판과 실망은 끝나지 않았고, 미래가 싹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누가, 어떤 지도력이 나와도 잘 안 되는 시기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안 됐다. 대선 패배에 대한 분노와 원망 때문에 민주 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다. 욕을 먹고 있지만, 야당으로서 싸울 준비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의원 N ·재선)
“정당의 리더십은 인적 변화를 가져올 만큼 강력한지가 중요하다.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될 사람이나 차기 대선 주자에게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게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참 당직자 O)
“대선에서 진 책임론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계기는 결국 선거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는 ‘수성’ 입장인데다, 대통령 임기 초반 선거라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고난의 터널에 반밖에 안 들어왔다.”(고참 당직자 P)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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