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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청부살인을 잇는 가느다란 끈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뇌물 받은 조 수사과장, 윤 서장 동생 윤 검사가 수사 지휘 중인 CJ 사건 단서가 된 청부살인에 모래내파 관련
등록 2013-08-27 14:57 수정 2020-05-03 04:27

‘가재울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도에서 가장 극적이다. 얽히고설켰다. 이렇게 돌고 저렇게 돌아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에 조우한다. 픽션과 논픽션이 서로 접붙어 예기치 않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21일 오후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21일 오후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뇌물 혐의, 대기발령 상태 계속돼

서대문경찰서 조아무개 전 수사과장부터 보자. 가재울 주민들로부터는 최아무개 경위에게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 수사 무마 압력을 행사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지목된다. 최 경위의 용산경찰서 전출 1년 뒤인 지난 1월6일, 조 전 과장은 별개의 사건으로 대기발령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 수입가공업자에게 7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던 업자 김아무개씨가 조 전 과장에게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조 전 과장은 “평소 아는 사이에 받은 돈”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서대문경찰서 경무과에서 대기발령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조 전 과장은 경찰의 핵심 수사 대상자는 아니었다. ‘메인’을 수사하다 튀어나온 이름이었다. 메인은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떠들썩했던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에서 등장하는 뇌물 제공 혐의자와 동일인이다. 윤 전 서장이 2010년 성동세무서장으로 일할 때 김씨가 2천만원의 현금과 갈비세트 100상자, 수천만원대의 골프 접대를 한 것으로 경찰은 봤다. 지난해 4월 경찰이 대학 입시비리 사건을 수사하다 윤 전 서장에게 골프 접대를 한 정황이 담긴 김씨의 수첩을 찾아냈다. 윤 전 서장은 경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홍콩으로 도주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19일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된다.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수사권을 사이에 둔 검경의 힘겨루기와 맞물려 주목을 끌었다. 윤 전 서장의 동생이 윤아무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이어서다. 지난해 경찰이 윤 전 서장 접대 장소로 파악한 골프장에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은 6차례 기각했다. 윤 전 서장 체포 뒤인 4월25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또 기각했다. 지난 7월29일엔 경찰의 구속영장 재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윤 부장은 현재 이재현 CJ그룹 회장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윤아무개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수사권을 사이에 둔 검경의 힘겨루기와 맞물려 주목을 끌었다. 윤 전 서장의 동생이 윤아무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이어서다. 지난해 경찰이 윤 전 서장 접대 장소로 파악한 골프장에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은 6차례 기각했다.

검찰의 이재현 회장 비자금 수사의 단초가 된 건 전 그룹 재무팀장 이아무개씨의 편지였다. 이 전 팀장이 이 회장에게 복직을 요청하며 보낸 편지에서 4천억원대 차명재산의 존재가 드러났다. 이 회장의 개인돈을 관리하던 그는 사채업자 박아무개씨에게 높은 이율로 180억원을 맡겼다. 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되자 조직폭력배 정아무개씨에게 박씨의 살인 청부를 했다가 2008년 12월 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퍽치기를 가장해 박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경찰은 정씨를 폭력조직 모래내파의 조직원이라고 발표했으나, 이후 조직원 명단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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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무개 수사는 계속할 것”

모래내파 부두목은 박아무개씨다. 경찰도 조직폭력 계보도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인물이다. 가재울 주민들은 박씨가 4구역 뉴타운 사업에 참여한 정비업체 ㅎ사의 실질적 사주라고 주장한다. 주민들 사이에선 박아무개씨가 조합 사업을 좌지우지해왔다는 말도 들린다.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가재울 4구역 비리를 수사해온 서대문경찰서는 박아무개씨를 처벌하지 못했다.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해 혐의 사실을 확보하지 못해서란 이유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박아무개씨에 대한 수사만큼은) TFT 해체 뒤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ㅎ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박씨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박아무개씨의 친구가 이금열 회장이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전국체전에서 운동선수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재울 사업 진출을 꾀하던 이 회장이 옛 인연을 토대로 지역 조직폭력배인 박씨와 협력 체제를 꾸린 것으로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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