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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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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 1명이 덤핑관광 10명보다 소중하다

조정래 소설가를 비롯한 각계각층 인사들의 제주 개발 전략에 대한 제안
등록 2013-07-23 16:57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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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재벌이 제주 땅을 사면…조정래 소설가

외자 유치 미명 아래 제주의 땅을 중국인에 팔아넘기는 정책에 절대 반대한다. 땅을 파는 것은 영원히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여기에 돈을 얼마 내면 영주권까지 주는 정책은 처음부터 이해할 수도 없었다. 중국에는 신흥 재벌이 엄청 많다. 이들이 제주로 몰려들어 제주의 땅을 70~80% 산 뒤 우리 땅이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망상이 아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자가용 비행기를 가진 재벌이 수만 명인 중국인이 제주의 중산간 땅을 몇십만 평씩 사면 중국 땅이 돼버리는 건 금방이다. 그때 가서 소유권을 주장하겠는가. 이런 식으로 국토를 팔아버리는 것은 신종 매국이다.

이같은 단견으로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중국인이 관광개발을 한다면 100% 환영한다. 그러나 개발은 하게 하되, 소유권은 우리가 갖고 그들에게는 영구 임대를 줘야 한다. 땅을 절대 팔아서는 안 된다. 땅은 행정권이고 영토권이다. 이번 기회에 우근민 제주도지사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이 일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주의 시민단체들과 범국민적 고발운동을 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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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키우는 소규모 여행을고제량 제주생태관광 대표

규모를 키우는 것은 제주도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0억, 500억원짜리 관광지는 대기업, 외국자본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보전해야 할 환경이 개발되고, 여행도 기업과 대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를 지켜보며 도민은 “우리는 못한다”는 패배감만 느낀다. 그래서 기업이 아니라 공동체를 키우는 소규모 여행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자연에 문화·역사 이야기를 담으면 제주마을은 감동적인 여행지로 재탄생한다. 마을에서 민박하고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지역 음식을 먹고, 그게 지속 가능한 관광이다. 영화 촬영지 중 한 곳인 제주 선흘리에서 생태여행이 시범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여행객 1명이 덤핑으로 쏟아지는 중국 여행객 10명보다 제주에는 도움이 된다.

외국자본이 대거 들어와 땅값을 올려놓으면 제주도민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땅을 내놓을 때는 좋지만 나중에 돌아오려면 더 큰 돈이 필요하다. 그럴 여력이 제주도민에겐 없다. 자연경관도 그렇게 기업에 내주었다. 섭지코지의 경우 해녀들이 대를 이어 어업활동을 해오던 공유수면이다. 하지만 보광이라는 기업에 넘겼고 아름다운 경관은 이제 사유화됐다. 사회공헌 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헛구호였을 뿐이다.

규모를 키우려고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이제 멈춰야 한다. 대안은양을 키우는 게 아니라 질을 높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자연 유산인 제주 거문오름처럼, 성산 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만장굴도 예약제로 운영해야 한다. 그렇게 수용력을 제한해야만 자연유산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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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제한은 없애고 신청은 판단하고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중국인 관광객 유입과 관련해선 대안이 하나 있다. 한라산을 예로 들어보겠다. 지금 관광객들은 무료로 한라산에 올라갔다가 쓰레기만 버리고 돌아간다. 그래도 모두 관광객으로 잡힌다. 앞으로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유료화해 얼마의 입장료라도 받아야 한다. 그 돈으로 문화관광·숲·환경해설가 등으로 제주도민을 고용해야 한다. 이렇게 산악 가이드 겸 해설사인 도민이 관광객과 함께 등반하면 관광객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중국인 투자는 건강한 자본만 가려 받아야 한다. 제주에는 36개의 투자진흥지구가 있다. 지금까지는 신청하면 바로 다 됐다. 기존에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을 수 있는 업종은 24개였는데, 곧 30개로 늘어나게 된다. 나는 이러한 제한을 없애 모든 업종에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투자진흥지구 신청이 들어오면 우리가 판단하게 해야 한다. 이때 생명·정보기술(IT) 같은 첨단산업 등을 우대해주면 우리가 필요한 것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숙박업소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주는 것은 안 된다. 관광객이 몰리면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저절로 숙박시설을 짓게 돼 있다. 그런데 제주도가 왜 세제 혜택까지 줘야 하나. 대기업의 호텔이 부족하면 관광객들은 도민이 운영하는 민박에 갈 거다. 작은 떡고물이라도 도민 모두가 나눌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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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는 투자 뒤 반납하라 한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도는 지금 직접 나서 중국 자본에 아름다운 제주 땅을 싼값에 내주고,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세금도 안 받고, 행정도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고, 영주권까지 내주고 있다. 외국자본에 땅을 소유할 자유를 주는 것도 모자라 추진력을 달아준 셈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제주처럼 땅을 외국자본에 팔아버리지 않는다. 땅을 50년, 100년 무상 임대해주고 개발하게 한 뒤 나중에 그것을 기부채납해서 나가라고 한다. 이렇게 외국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제한하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제주가 참고해야 한다. 중국 자본에 대한 징벌적 제어장치도 필요하다. 중국 자본은 처음 부동산 개발 승인을 받을 때만 해도 도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테마마 크·박물관 등 여러 관광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다가 결국 돈이 되는 숙박시설만 짓고 끝낸다. 나중에 제주도가 문제제기를 해도 “자본이 부족하다”고 하면 끝이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사람과 돈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하는 국제자유도시 비전이 폐기돼야 한다. 이런 개발 전략은 제주가 추구하는 ‘환경수도·생태도시’와 양립할 수 없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환경적 경쟁력이 있다. 생태관광으로 자연경관을 지키고 지역 소득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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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이전 도모해야 

정수연 제주대 교수(경제학)

제주국제자유도시, 그 첫 시작 때는 ‘기업 환경의 조성’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자체가 목표였다. ‘주민 삶의 질 제고’는 정책 추진과 더불어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글로벌 거점을 추진하던 다른 국가들이 경험한 것처럼, 현재 제주도 내에서는 유치 기업과 외국자본에 대한 반기업 정서와 우려, 도민삶의 실질적 제고 요구, 투자 유치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반목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투자 유치 정책이 전환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제 제주 기업과 국내외 이전 기업은 신기술 이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전 기업의 마케팅 기술, 시장 정보 등을 공유해야 한다. 외국자본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제주 기업이 혁신하고 기술 파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렇게 수출 활동이 촉진되고 제주 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추진될 것이다. 나아가 이전 기업의 창업 노하우를 전수받은 다양한 소규모 기업을 창업해 지식기반산업 집적지로 제주가 재탄생해야 한다. 이주 기업, 외국자본, 제주 기업이 어우러지는 산업생태계 덕분에 제주도민의 실질적 이익이 가시화될 것이다.

자료: ‘제주국제자유도시 투자유치제도의 발전 방향’(한국부동산분석학회 2013년 전
반기 학술대회 발표, 6월25일)
제주=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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