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차별화’ 전략은 다시 한번 적중했다. 4·11 총선 과정에선 아예 이명박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으며 압승을 거뒀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부와 공식적인 차별화를 선언한 것은 11월30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서 실패했다”며 “과거정권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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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시점이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11월23일)에서 정확히 일주일 뒤였다. 이 일주일 동안 박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 사이의 양자 대결 지지도 격차는 8%포인트에서 4%포인트(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야권의 표심이 결집하는 양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 교체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대선이었다.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 교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역시 선거 직전 사퇴해 1대1 구도가 완성됐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필요했다. 정권교체론의 철퇴를 함께 맞지 않으면서도,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이율배반을 선거 기간 동안 구현해야 했다.
박 당선인이 ‘민생 실패’라는 포괄적인 언급 외에 이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마지막 TV토론에서 “여러 문제제기를 알고 있지만 앞으로 홍수기를 더 지나보고 결과에 따라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내놨을 뿐이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번 총선 때도 (이 대통령과) 일정한 선을 그었기 때문에 야권이 제기한 심판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번에도 그랬다”며 “많은 국민은 박근혜 당선인을 이명박 정권의 연장선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박 당선인은 세종시 문제 등 이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차별화를 했고, 이에 나름대로 성공해 야권의 정권 교체 전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힘의 균형이 한쪽에 쏠리는 집권 초반에 이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차별화’란 현재 권력과 함께 침몰하지 않으려는 미래 권력의 전략적 선택 영역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지분과 부채를 나눠 갖지 않은 박 당선인이기에 정치적 위기의 순간 전임자의 결정적 치부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카드는 남아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러리라 단언할 순 없다.
천운을 타고난 것일까
문재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1469만2632표를,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에서 1149만2389표를 각각 얻었다. 5년 전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유권자 수보다 정확히 320만243명 더 많은 유권자가 현 정부의 심판과 정권 교체에 투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심판받지 않았고, 끝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그는 정말 천운을 타고난 것일까?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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