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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사퇴’에서 ‘중도 사퇴’로 오락가락한 새누리당 대응, 효과 놓고도 낙관과 비관 엇갈려
등록 2012-11-29 16:30 수정 2020-05-03 04:27

친노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이탈표의 추수를 시도한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와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전략도 분명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예상을 깬 안 후보의 11월23일 기자회견 직후 박 후보 쪽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형환 대변인이 짧은 시간 동안 4번의 논평을 내놓은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논평의 ‘후보 사퇴’라는 표현이 두 번째 논평에선 ‘중도 사퇴’로 바뀌었다. 안 후보의 사퇴를 야권 단일화의 완성이 아니라 단일화의 실패로 규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 논평에선 단순한 오타 수정만 이뤄졌고, 마지막으로 분량이 늘었다. 안 대변인은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의 실험이 결국 프로 정치집단인 민주당의 노회한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앞으로 안철수 후보가 말해왔던 정치 쇄신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9월19일 서울 구세군아트홀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자 많은 사람들이 열렬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박근혜 대세론’이 일거에 무너졌다. 정용일 기자

지난 9월19일 서울 구세군아트홀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자 많은 사람들이 열렬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박근혜 대세론’이 일거에 무너졌다. 정용일 기자

 

맹공하다 사퇴하자 안 지지층 끌어안기

불과 며칠 전의 발언들과는 180도 달라진 기류다. 안 대변인은 문재인·안철수 양쪽의 협상이 재개된 11월18일 “정치 신인처럼 행세하며 새 정치를 외쳐왔던 안철수 후보가 점점 더 구태정치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 자체에 대해서도 ‘밀실 정략 합의’ ‘정치쇼’라는 비난을 공개적으로 쏟아부었다. 새누리당 쪽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안 후보 지지층에게 손을 내밀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애초에 야권의 단일화 파고에 맞서기 위한 새누리당의 카드는 △보수 결집 △박근혜 후보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추가적 조처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단일화 시점의 마지노선인 후보등록일(11월25~26일) 전후로 박 후보 쪽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나 이재오 의원 등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려고 꾸준히 접촉해왔다. 조만간 의원직 사퇴도 공식 발표한다. 박 후보는 ‘유신 이후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4·11 총선 승리 이후 ‘중도 통합’ 대신 ‘보수 회귀’ 쪽에 무게를 실었던 박 후보 본인의 행보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의원직 사퇴도 야권으로 쏠린 유권자의 시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노 공격 먹혀들 가능성”

내부의 시각도 엇갈린다. 권영세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정치 쇄신을 외쳤던 안 후보가 민주당의 벽에 어이없이 주저앉은 것은 아름다운 퇴진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 실망해 야권 후보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선대위의 다른 인사는 “마지막 순간에 이른바 ‘아름다운 단일화’가 돼버렸다. 박근혜 후보로선 힘겨운 싸움의 구도가 됐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야권 단일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본격적인 십자포화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박근혜 후보는 앞으로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적극적인 ‘친노 공세’를 펴게 될 것”이라며 “폐족의 부활이라는 공격이 반복되면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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