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2011년 김기덕 감독이 칩거하며 만든 영화 은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영화감독 김기덕과 인간 김기덕을 고백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일 수도, 드라마일 수도, 판타지일 수도” 있는 것처럼 영화 속에는 울분과 좌절에 가득 찬 그의 심경과 실제 있었던 사건, 불안한 상상이 뒤섞여 있다.
에서 김기덕 감독은 자신이 산골에 틀어박힌 이유를 털어놓는다. “영화 를 준비하던 중 PD와 감독이 날 떠났지. 떠났다고 생각해. 위대해지고 싶어서 (나한테) 온 거니까 그럴 수도 있지. 나 모르게 메이저(대형 제작사)와 계약해서 떠났어. 떠나는 방법이 잘못됐어. 비겁하게 떠났어.”
그는 영화에서 직접 권총을 만들어 ‘아리랑’을 부르며 집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 한 상가주택, 그리고 지하 노래방을 차례대로 찾는다. 닫힌 문 속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그중 2곳은 김 감독이 영화에서 ‘배신자’로 거론한 장훈 감독과 송명철 프로듀서가 실제로 살았던 집과 사무실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며 총소리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당사자들은 영화 내용이 전해진 뒤에야 자기네 집 앞에 김 감독이 왔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명을 말하고, 실제 집을 찍고, 영화제에서 폭로처럼 이야기가 번져나가자 이 복수 드라마는 현실이 되었다.
실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트위터에 떠도는 “장훈 감독과 프로듀서가 김기덕 감독을 배신했다”는 이야기는 2010년 당시 일부 보도나 인터넷 게시판의 재탕이다. 비난의 요지는 “장훈 감독이 김기덕 감독이 쓴 시나리오 원안을 가지고 나가 메이저 제작사와 영화를 찍었다”는 것인데, 이는 주변 사람들이나 영화계에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 보도와, 당시 함께 일했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정황은 이렇다. 김기덕 감독 연출부에서 영화를 배운 장훈 감독은 데뷔작인 영화 가 흥행해 촉망받는 신인감독으로 떠올랐다. 쇼박스에서는 장민석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들고, 처음부터 송명철 프로듀서와 장훈 감독을 염두에 두고 송 프로듀서가 대표로 있던 제작사 염화미소를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 뒤 김기덕 감독이 제작이나 계약에 얼마나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요지는 계약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나 기대치가 서로 달랐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깨끗하게 말하고 떠났으면 안 그랬을 텐데 기회주의자처럼 떠났다”는 게 에서 드러나는 김기덕 감독의 생각이다. “배신할 의도가 아니라 독립하며 김 감독과의 사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바랐다”는 게 장훈 감독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다. 상영과 김기덕 감독 수상 이후 다시 불거지는 ‘배신설’로 장훈 감독은 외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송명철 프로듀서도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영화 에서 김기덕 감독은 복수가 아니라 “과거에 매여 있는 자신을 처단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엔 이런 독백도 있다. “김기덕이란 사람이 만든 이야기와 이미지 때문에 어떤 사람이 잘못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야.” 물론 이것은 영화 이야기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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