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B급 스타일은 화려한 군무와 멘트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의 케이팝 스타일과 대척점에 서 있다. 서로 다른 아이콘을 ‘한류‘며 ‘애국‘이라는 말로 포장해 문화민족주의 조류 안에 뒤섞으려는 시도는 엉뚱한 표적을 향한 오조준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튜브 뮤직비디오의 절대강자, 전세계 네티즌의 국민체조가 되어버린 싸이의 은 케이팝의 야누스적 얼굴을 표상한다. 비만 신체, 못생긴 얼굴, 저질스러운 댄스, 저속한 욕망으로 무장한 싸이의 B급 스타일은 식스팩과 꽃미남, 화려한 군무와 샤방샤방한 멘트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의 케이팝 스타일과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러나 역동적인 일렉트로닉 비트에 단순한 랩이 접목된 의 사운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힙합 밴드 ‘블랙아이드 피스’한테 배워 빅뱅과 투애니원(2NE1)이 유행시킨 YG 사단의 ‘힙합트로닉’ 형식과 정확하게 부합한다.
케이팝 공식과 다른 저속함
은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이 금기시하는 저속한 키치문화를 역동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소화해 케이팝의 미학적 관습을 해체해버렸다. 아이돌 팝에서 2% 부족한, 혹은 짐승돌조차 흉내 내길 꺼리던 날것 그대로 야생의 욕망을 글로벌한 수준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것이 에서 발견되는 케이팝의 야누스적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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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케이팝의 콘텐츠가 확장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기폭제 정도를 넘어 그는 현재 케이팝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미국의 유명 팝스타들이 흉내 내길 원하고, 수많은 주류 미디어에서 앞다퉈 싸이의 을 소개하는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싸이는 적어도 비·세븐·원더걸스·소녀시대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그러나 싸이식 이 케이팝의 대안적 스타일로 부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케이팝은 근본적으로 규격화된 주문형 조립품을 생산하는 공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싸이라는 예외적 존재를 케이팝의 일반 공식에 대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천성이 불량스러운 싸이의 저속한 B급 문화는 저질스럽게 놀고 싶은 대중의 욕망에 카타르시스를 대신한다. 그것은 어떤 점에서 MB식 공포정치에 찌든 대중의 글로벌 살풀이 같아 보인다. 그러나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은 태생적으로 인형놀이이기 때문에 그 저속함의 문화적 힘을 알 리 없다.
의 악령이 배회할까 두렵다
싸이는 이제 한류 문화민족주의의 아이콘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마초와 병역 스캔들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었던 그는 하나로 한국을 세계에 알린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이라는 좀 거시기한 날라리들의 부킹 곡이 한국의 문화적 위대함을 알린 애국적 노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좀 걱정이 된다. 한류 문화민족주의 때문에 싸이가 혹시나 심형래가 될까봐서다. 에서 영화 의 악령이 배회할까 두렵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한류·케이팝 따위 운운하지 말고 싸이가 ‘싸이스럽게’ 놀 수 있도록 그냥 지켜봐주고, 함께 놀아주면 된다. 그러곤 싸이와 을 그냥 잊어주면 된다. 이 지긋지긋한 공포정치, 훈육정치의 끝이 보일 때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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