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공포문화의 두가지 상징, 세계관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존재
귀신과 악마. 동서양 공포문화의 차이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다른 모습을 한 이 두 가지 상징일 것이다. 또 이 두 가지 공포의 대상은 동서양이 오랜 시간 품어온 세계관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귀신아, 너 친구할래?
서구사회에서 악마의 탄생은 서구사회를 수천년 동안 지배해온 기독교의 발전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악마라는 개념은 비단 기독교뿐 아니라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교에서도 존재해왔다.
고대의 악마는 절대 악의 화신이 아니라 수많은 정령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발간된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김영사 펴냄)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적 영감을 인간적이며 친절한 악령(demon)의 작용이라고 설명했고, 플라톤 역시 정령이 악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정령을 아주 싫어했던 기독교 초기 교부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여러 신들을 유일신으로 바꾸고 정령을 악마로 만들었다. 그리고 악령은 모든 정신적 악과 물질적 악의 원천이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신학자 제프리 버튼 러셀은 그의 저서 <악마의 문화사>(황금가지 펴냄)에서,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악마라고 전한다. 유일신을 믿었던 유대민족은 그들의 신이 선하다고 믿을수록 세상에 만연한 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악마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악마의 권능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중세에 수많은 여성을 화형대로 내몬 마녀사냥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서구사회에서 오랫동안 악마는 절대선인 신에 반하는 실체적 존재로 이해되어왔다. 악마는 구원도, 회개도 불가능한 절대악, 즉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의 대변인인 셈이다.
그러나 동양의 귀신은 절대악이 아니다. 범신론적인 입장에 가까운 샤머니즘에서 만들어진 귀신은 그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오랜 옛날부터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로 인식돼왔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귀신설화를 들여다보면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불가사의한 힘의 존재로 인정했지만 그 성정은 인간과 흡사해서, 인간과 귀신의 세계는 서로 교류할 수 있었고, 귀신이 사람에게 이해를 줄 수 있는 것처럼 사람 또한 귀신에게 제약을 줄 수 있다고 믿어왔다.(<조선의 귀신>, 동문선 펴냄)
왜 흰 소복에 머리를 풀어헤쳤나
오늘날처럼 귀신이 공포의 대상으로 변질된 것은 조선시대 이후다. 민속학자 조흥윤 교수(한양대 문화인류학)는 “귀신을 부정하는 유교의 현세주의가 조선시대의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귀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한다. 이기와 음양으로 양분된 유가의 세계관은 귀신에 대한 개념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선 전기 매월당 김시습이 귀신론을 집대성할 때만 해도 이에 대한 비관론이 많았다. 그러나 집안이나 나라의 결속을 높이기 위해서 제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조상신의 개념으로 귀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즉 귀신을 잘 모시면 복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식의 기복신앙과 유교적 의식이 합쳐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귀신은 왜 흰소복에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의 형상으로 도상이 만들어진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누구보다 억압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이이화씨는 “서럽게 살다가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귀신의 개념을 형성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귀신을 악으로 보는 극단적인 이분법은 서구문명이 들어오면서 형성된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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