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0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다시 ‘박근혜’다.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구원을 애원하던 한나라당에 마침내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겠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 2007년 8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테러 사건으로 숨이 넘어갈 지경이던 한나라당은 일단 인공호흡기를 단 셈이다.
이제 총선결과 책임져야 하는 상황
박 전 대표는 공식적인 당 활동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견고해 보이던 대세론이 ‘안철수 바람’에 흔들리는 등 가만히 앉아 있기가 어려워졌다. 결정적으로 사이버테러 사건 직후 상황은 더욱 긴박해졌다. 홍준표 대표의 안이한 대응에 박 전 대표는 ‘조기 등판’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 논의를 전해들은 데 이어, 12월7일엔 박근혜계인 유승민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홍준표 대표 사퇴와 박 전 대표 ‘등판’을 압박하자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특히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잘못 읽은 일부 박근혜계 의원들까지 가세해 홍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자 답답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부터 모든 외부 일정을 중단한 채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직접 나서서 당을 수습하기로 했다.
홍 대표 체제 유지와 쇄신파의 탈당은 한나라당이 쇄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는 수준을 넘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곧 박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제동이 걸린다는 뜻이다. 싫지만,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 ‘큰일’을 그르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쇄신파의 탈당 논의도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하기 전인 지난 11월 중순부터 탈당 뒤 독자신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이 밝혀진 직후인 12월4일 밤엔 “이 당은 끝났다”며 탈당을 강력하게 주장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는 뒷짐 지지 않겠다는 박 전 대표의 메시지가 전달되자 “일단 박 전 대표의 대응을 보고 결정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간판’으로 나설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쇄신파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등이 주장한 것처럼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하지만 비대위는 외부 인사에게 맡기고 창당 또는 재창당을 도맡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당 대표 ‘재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그는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당 쇄신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과 그에 따른 선거 결과까지 책임져야 할 처지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선긋기’도 불가피하다.
대선후보군, 쇄신기구 참여 요구
‘밥상’을 박 전 대표가 받아드는 것이 마뜩잖은 이도 있다.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잠재적 대선후보 경쟁자들이다. 이들과 가까운 의원들은 ‘한나라당 재창당 모임’을 만들어 “계파와 상관없이 당내외 인사를 포괄한 재창당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군의 활동 공간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로 김 지사 등은 당 쇄신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참여할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쇄신파 등도 박 전 대표에게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당을 살리는 것과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박 전 대표의 쇄신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탈당 카드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박근혜 검증’이 시작된 것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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