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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도 꼼수다?

2010 지방선거에 견줘 서울시장 선거 투표소 24.7% 바뀌고, 야당 강세지역에 변경 집중된 의혹 일어
등록 2011-12-14 14:38 수정 2020-05-03 04:26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옥아무개(37)씨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참여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투표소가 과거와 달리 집에서 먼 곳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는 걸어서 5분 거리인 구청 옆 보건소에서 투표했다. 투표하지 않은 지난 8월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아파트 입구 관리사무소에 투표소가 있었다.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때는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초등학교에서 투표했다. 옥씨는 “주민투표 때는 더 편한 곳에서 투표하도록 하더니 시장 선거는 더 불편한 곳으로 옮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투표소에 다른 투표자
옥씨처럼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투표소가 바뀌어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았다. 당시 선거 투표소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비해 2206곳 투표소 가운데 554곳(24.7%)이 변경됐다. 4곳 가운데 1곳꼴로 투표소가 달라진 셈이다. 불과 2개월 전에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비해서도 전체 2206곳 가운데 305곳(13.8%)이 변경돼 변화가 심했다.
투표소 변화는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 특히 많았다. 지난해 지방선거 대비 가장 변화가 많은 곳은 서대문구(45.8%)와 금천구(38.6%)였다. 서대문구는 72곳 투표소 가운데 33곳이, 금천구는 57곳 가운데 22곳이 바뀌었다. 이어 서초구(32.7%), 광진구(32.1%), 구로구(30.8%), 동대문구(30.2%), 성북구(29.6%), 동작구( 29.1%), 은평구(27.8%), 강동구(26%) 등의 순으로 변화가 많았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비교해도 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의 투표소 변경이 많았다. 서대문구(31.9%)·금천구(22.8%)가 가장 심했고, 동대문구(20.9%)·구로구(19.8%)·성북구(19.4%) 등의 순으로 변화가 많았다. 반면 여권의 ‘텃밭’인 강남 3구 가운데 송파구(10.4%)는 평균 이하의 변화를 보였다.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의 지역구인 중구는 4.4%의 변화율로 가장 낮았다.
투표 장소는 그대로인데 투표 참여 대상만 바뀐 경우도 있다.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투표소로 쓰인 서울 노원구 상계1동의 수락중학교 동아리실의 경우 투표자들이 상계1동 13~15통과 30통에 사는 이들에서, 8·33·34·44통 주민들로 바뀌었다. 이렇게 같은 투표소인데 투표 참여 대상만 바뀐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재·보궐 선거가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실시돼, 학교 수업이나 공공기관·단체 등의 정상 근무·영업으로 장소 사용 협조가 어려워서 변경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같은 투표소에서 투표 참여 대상이 바뀐 것은 인구 변화로 통·반이 통폐합되거나 투표구가 재조정된 경우”라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제기돼 투표소가 바뀐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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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런 중립성을 어떻게 믿나

그럼에도 선관위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해명을 믿기 힘들다’는 비판 목소리가 많다. 특히 선관위 누리집을 한나라당 현역 의원의 비서가 해킹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의혹은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선관위가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 4·27 재보선을 앞두고 친이계 의원들과 작전회의까지 열었는데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그동안 중립성을 의심받을 일을 한 사례가 적잖아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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