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제는 속도전이고,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 2008년 12월 당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발언이다. 그 뒤 밀실에서 6개월 만에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고 4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치는 등 각종 절차를 형식적으로 완료하고 1년이 지나기 전인 2009년 11월 4대강 사업은 착공되었다. 2년간의 공사로 사업은 완료 단계에 있다. 속도전으로 보자면 4대강 사업은 명불허전이다.
4대강 은폐 위해 지천사업 20조원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범 사례로 자랑하는 낙동강 화명지구 하천공원사업은 계획 기간만 약 4년이 필요했고 공사 기간도 약 3년이 소요되었다. 살필 것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업 규모 면에서 약 500배 이상인 4대강 사업은 기본계획에서 준공까지 3년 걸렸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보와 준설은 지난 6월에 완료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4대강 사업은 각종 부실공사로 인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12월로 준공이 늦춰졌다가 다시 내년 4월로 준공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 부실공사를 보강하는 뜻도 있지만, 총선과 연계한 꼼수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그들만의 논리로 만들어진 4대강 마스터플랜(기본계획)에서 홍수 방어, 물 확보, 수질 개선이라는 목표가 제시됐다. 홍수는 4대강 사업 구간이 아닌 지천에서 발생하고 확보된 물은 사용처가 없으며 보에 물을 저장하면 썩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의 목표가 잘못 설정되었다.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부작용만 증가시킨다. 지금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잘못된 설계와 부실시공으로 심각한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먼저 잘못된 설계에 따른 문제점이 눈에 띈다. 보 부근에서 홍수 위험 증가, 보에 물이 고임으로 인한 수질 악화와 상수원수의 처리비용 증가, 준설한 물량의 약 20% 이상이 재퇴적된 ‘헛준설’ 등 셀 수 없다. 함안보에 물을 채우면 약 300만 평 농경지의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보에서도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공사로 인한 문제점도 크다. 과도한 준설에 따른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발생한 구미 단수 사태가 좋은 예다. 왜관철교와 남지철교가 붕괴했고, 구미보와 칠곡보의 하상보호공 유실로 보 본체의 붕괴 우려가 있으며, 대부분의 보에서 누수로 인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약화로 내구연한의 축소가 예상된다.
이들은 졸속으로 계획한 사업이 불러온 예견된 재앙이다. 22조원이 소요된 4대강 사업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예산은 정부 추산으로 2400억원이고 대한하천학회가 산정한 유지·관리비는 연간 6천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재퇴적된 모래를 다시 준설하는 데 약 1조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추가 준설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결국 허상만 좇아다녔다고 할 수 있다. 시작은 했으나 마칠 수 없는 것이 4대강 사업이고, 실패한 4대강 사업을 은폐하려고 20조원의 지천사업을 후속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거짓말이 부른 천문학적 재앙
한번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감추려고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고,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러한 거짓말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짓말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밀실행정이 가져다주는 전형적인 폐단이고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이라도 국토해양부는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려 하지 말고 4대강 관련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더 큰 재앙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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