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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중증도보정사망비(HSMR·Hospital Standardized Mortality Ratio)는 환자의 안전과 병원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사망비는 병원에서의 사망률을 측정하고, 나아가 병원 사망을 줄이려면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캐나다의 정부 독립기구인 ‘캐나다건강정보원’이 누리집(www.cihi.ca)에서 밝힌 한 대목이다. 병원 사망비 정보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원은 누리집을 통해 캐나다 전역의 병원 사망비 정보를 몇 번의 클릭으로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누리집에서 ‘의료기관성과’ 분야에 들어가면 병원중증도보정사망비 항목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안에서도 지역별로 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대로 클릭하다 보면 온타리오주에서 가장 먼저 검색창에 뜨는 ‘블루워터헬스’(Bluewater Health)라는 의료기관의 중증도보정사망비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사진1 참조). 이 병원의 중증도보정사망비는 2004~2005년 99 수준에서 해마다 변화를 겪다가 2009~2010년에는 101 수준으로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망비 낮추려 노력한 병원
영국에서도 병원의 사망률 검색은 웬만한 인터넷 쇼핑보다 쉬웠다. 영국 보건성이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와 함께 운영하는 건강정보 제공 사이트인 ‘닥터 포스터의 건강정보’ 누리집(www.drfosterhealth.co.uk)에서는 영국 주민이라면 누구나 주변 지역 병원의 사망비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누리집에서 안내하는 대로 거주지를 런던 아스널의 한 지역이라고 입력하고, 치료 분야를 ‘담낭 수술’이라 적은 뒤, 클릭하면 거주지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병원 리스트가 주루룩 나왔다. 가장 가까운 휘팅턴병원을 선택하니 병원 정보 가운데 중증도보정사망비 정보가 함께 제시됐다(그림2 참조). 이 병원의 중증도보정사망비는 지난해 76.29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이웃한 다른 병원들의 사망비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일부 나라에서 이렇게 쉽게 제시되는 중증도보정사망비 통계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1999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브라이언 자만 교수 등이 내놓은 병원별 사망비 분석 논문이 관련 연구의 시발점이 됐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도 영국과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사망비 관련한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학술지 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사망비 통계가 산출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통계의 신뢰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망비 모델의 지속적인 개발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지난해 에 실린 다른 논문에서는 사망비 통계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주의깊게 진행돼야 한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표준화한 모델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학계의 논쟁과 함께 서구의 보건 당국에서도 사망비 정보를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앞서 제시한대로, 영국의료보험(NHS) 당국은 자체 누리집에 병원별 사망비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중증도보정사망비가 130으로 잉글랜드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병원 월솔은, 서비스 질 향상에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2004년 사망비가 92.8까지 내려가 화제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정책 당국이 적극적으로 사망비 수치를 공개하면서도 동시에 사망비를 발표하기 위한 이론적인 작업을 병행하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2월 영국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단일하고 개선된 방법론을 구축하려고 전문가 실무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공개 캠페인 벌어져
미국에서는 민간단체가 사망비 정보 공개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민간연구기관인 보건개선연구소(IHI)는 브라이언 자만 교수와 함께 미국식 중증도보정사망비를 개발한 뒤, 2004년부터 미국 병원들에 대한 사망비 평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도 2008년부터 보건개선연구소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국가 차원의 중증도보정사망비를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캐나다에서도 캐나다건강정보원이 2007년부터 전국의 병원에 대한 사망비 통계를 발표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공공기관 혹은 민간기관이 주도해 병원별 사망비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전세계 의료 분야에서 중증도보정사망비 이슈는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길인 셈이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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