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6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해병대 총기 참사 사건으로 사망한 장병들의 주검이 화장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전투력’은 웃지 않는다. ‘전투력’은 느끼지 않는다. ‘전투력’은 노래를 부르거나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 이런 ‘전투력’이 존재한다면 해병대 총기 난사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은 2008년 “과거 우리 군은 편한 군대를 민주 군대로 착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전투 전문가, 전문 싸움꾼”을 전체 한국군의 지향과 목표로 제시했다. 이런 태도와 접근은, 군인이란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해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받는 존재라는 시각을 전제로 한다.
반면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이며, 군인의 권리와 의무는 법률로 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이런 시각에서 12가지 병영문화 개선 과제를 군에 제시했다. 구타·가혹행위 근절 등 몇 가지 대원칙은 수용됐다. 그러나 군 인권침해 사건 수사 때 민간인 참여, 외부진정권 도입 등은 거부당했다. ‘전투력’과 ‘제복 입은 시민’의 거리는 아직 멀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군인에 대해 심리학적 분석 작업이 한국에서 전무한 이유도 여기 있다. 여러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군상담은 존재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군사기밀주의 탓에 기초적인 심리상담조차 번번이 벽에 부닥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병사 개개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심리적 분석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도 이 점을 지적했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고를 ‘문제적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라는 게 정 대표의 지적이다. 정 대표는 과의 통화에서 “해병대가 전통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의 가혹행위 근절 권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왕따를 당하고 조직과 무리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뇌를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통증과 맞먹는다. 무리에서 배제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말기암 환자는 수명을 기대하기 힘들어도 자살하지 않는다. 반면 에이즈 환자는 자살률이 높다. 에이즈에 걸리는 순간 관계에서 배제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단에서 왕따당하는 것이 이런 고통인데도, 그것을 전통이나 집단의 문화로 바라볼 수 있는가”라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기수열외’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피해자에게 주며, 이를 ‘해병대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결코 합리화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정 대표는 “집단의 문화와 집단의 가치 속에서 한 인간의 개별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직심리 전문가로 을 펴낸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군의 징병제가 어느 정도 문제를 내보였다. 한국 사회가 병역에 대해 매우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다. 그는 “해병대의 경우 훈련단에서 부적응자는 귀가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병(총기 난사 사병)의 경우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징병 과정 및 훈련소에서의 심리상담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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