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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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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최후의 식민지, 여성

가족 위해 5달러 받고 성매매하는 캄보디아부터

‘세계 성폭행의 수도’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여전히 끔찍한 지구촌 여성의 현실
등록 2011-03-16 11:29 수정 2020-05-03 04:26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캄보디아는 이날을 국경일로 정해 모두 쉰다.
이날 오후 5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ㅅ호텔 5층 엘리베이터 앞 유리벽 뒤에는 여성 30~40명이 정렬해 있었다. 쉬는 날에도 호텔에 나와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얀색 복장으로 통일한 여성들은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계단식으로 놓인 좌석에 가지런히 앉아 있었다. 시선은 손님이 드나드는 엘리베이터에 고정돼 있었다. 이들은 1시간에 6달러를 받고 안마를 한다. 안마 뒤 50달러를 추가로 낸 손님과는 성매매도 한다.
23살의 르엉(가명)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프놈펜에서 인근의 칸달 지역에서 7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2007년 농사를 짓던 부모가 숨지자 그는 가장이 됐다. 손위 오빠와 언니들은 그 전에 결혼해 집을 떠났다.

동생들 뒷바라지 위해서

가난은 몸을 팔게 만들었다. 농사나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프놈펜으로 이사왔고, 19살 때부터 몸을 팔기 시작했다. 르엉은 “한 달 가운데 생리를 하는 5일을 빼고 거의 매일 호텔로 출근한다”며 “안마비 6달러 가운데 1달러가, 성매매 대가 50달러 가운데 5달러가 내 몫이다”라고 말했다. “거기에 손님들이 주는 팁을 포함하면 한 달에 200~400달러를 벌어, 의류공장의 한 달 월급(약 100달러)에 비해 2~4배는 된다”며 “그 돈으로 다섯째 여동생과 여섯째 남동생을 미용기술 학원에 보내고, 막내는 학교에 보낸다”고 덧붙였다.

» 지난 3월8일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호텔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유리벽 뒤에 줄줄이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21 이정훈

» 지난 3월8일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호텔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유리벽 뒤에 줄줄이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21 이정훈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 70여 명 모두 비슷한 처지다.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며, 안마와 성매매로 돈을 벌어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한다. 그중에는 번호표 15번을 단 18살 소녀도 있고, 번호표 35번의 29살 아가씨도 있다. 르엉은 “대부분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벗어나 돈을 벌려고 프놈펜으로 이사왔다”며 “70여 명 가운데 유일하게 나만 영어를 아주 조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어도 배우고 공부를 더하고 싶지만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려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몸 파는 이들에게 한국인은 훌륭한 고객이다. ㅅ호텔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곳이다. 르엉은 “하루에 손님 5~7명을 받는데, 그중 1명 이상은 한국인”이라며 “단체관광으로 오는 팀도 한 달에 3~5차례는 된다”고 말했다.

가난은 몸을 팔게 만들었다. 농사나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프놈펜으로 이사왔고, 19살 때부터 몸을 팔기 시작했다. 르엉은 “안마비 6달러 가운데 1달러가, 성매매 대가 50달러 가운데 5달러가 내 몫이다”라고 말했다.

교민들 역시 같은 얘기를 한다. 한 교민은 “한국에서 직항 비행기로 프놈펜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 11시쯤 된다”며 “도착하자마자 차량에 짐을 싣고 곧장 안마시술소나 성매매 여성이 있는 바에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또 “가족과 함께 오지 않고 남성끼리 오는 경우는 거의 성매매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 아동섹스 관광 수요자

한국인의 성매매는 캄보디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룸살롱을 처음 만든 것도 한국인이었으며, 필리핀·타이·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도 한국인의 성매매 행태는 곧잘 보도된다. 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해주겠다는 여행 안내 사이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매년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한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상세히 실었다. 보고서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중국, 필리핀, 타이, 캄보디아 등의 여성들이 한국에 왔다가 강제 매춘에 동원된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들은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연예비자를 갖고 한국에 들어오지만 매춘을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고 고발했다. 저개발국 출신 여성들은 국제 결혼상담 브로커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하러 한국에 왔다가 입국하자마자 강제 매춘 또는 강제 노역에 동원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인 남성들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제도에서 아동(미성년) 섹스관광의 주요 수요자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해외 아동섹스 관광에 나섰던 한국인을 단 한 명도 처벌한 적이 없고, 이런 관광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나름대로 해외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8년 외교통상부는 경찰과 함께 해외 성매매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적발될 경우 여권법에 따라 여권 발급을 거부·제한하고 유효 여권을 압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실에 따르면, 이같은 조처가 취해진 것은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16건이었고, 지난해는 상반기까지 6건에 그쳤다. 홍정욱 의원은 “해외 성매매를 조장하는 인터넷 카페는 물론 국내 여성의 해외 성매매 취업을 중개하는 성매매 취업 사이트까지 버젓이 존재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성매매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외 성매매가 줄어들기는커녕 만연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몸이 전쟁터

전쟁 지역에서 여성은 약자가 된다. 유엔은 내전지역 등에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를 우려하고 있다. 종족간 갈등으로 동부지역에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콩코민주공화국(DRC)이 대표적이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은 이날 ‘세계 성폭행의 수도’로 불리는 콩고민주공화국 도착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아직도 매일매일 수백만명의 여성들이 처해있는 폭력과 학대에 맞서는 캠페인에 다시 전념하려 한다”며 “콩코민주공화국에서 계속되는 성폭력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로, 수천 명의 아이와 여성 그리고 남성 모두에게 충격적이자 끔찍한 현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분쟁지역 성폭력 담당 유엔특사인 마곳 월스트롬은 콩코민주공화국에서는 주석, 텅스텐, 코발트, 금 등 광물이 광산지대를 장악한 군벌들에 의해 밀거래 되고, 그 자금이 내전은 물론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돈줄이 되고 있는 만큼 이런 불법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 성폭력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콩코민주공화국의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지난 3월8일 콜롬비아 민병대가 여성과 어린 소녀를 상대로 성폭행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많은 여성이 강제로 끌려가 성적으로 학대받고 고문당해 죽음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미성년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의혹을 규탄하는 거리행진이 벌어졌다. 한편, 페루에서는 지난해 123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전 배우자에게 살해됐다.

프놈펜(캄보디아)=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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