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다양성은 흐르는 강물처럼

미호종개·꾸구리·남생이·단양쑥부쟁이… 4대강 사업으로 멸종하게 될 12종의 생물
등록 2010-05-06 15:40 수정 2020-05-02 04:26
①귀이빨대칭이, ②꾸구리, ③남생이, ④단양쑥부쟁이, ⑤묵납자루, ⑥미호종개, ⑦수달, ⑧얼룩새코미꾸리, ⑨재두루미, ⑩표범장지뱀, ⑪흰목물떼새, ⑫흰수마자. 환경운동연합 제공

①귀이빨대칭이, ②꾸구리, ③남생이, ④단양쑥부쟁이, ⑤묵납자루, ⑥미호종개, ⑦수달, ⑧얼룩새코미꾸리, ⑨재두루미, ⑩표범장지뱀, ⑪흰목물떼새, ⑫흰수마자. 환경운동연합 제공

연세대 심리학과의 황상민 교수가 한 월간지에 이명박 대통령이 “삽질 왕자”로 여겨진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삽질은 토목이나 건설공사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엉뚱한 행동을 할 때 ‘삽질하지 말라’고 하는 예에서처럼 의미 없는 일을 무분별하게 한다는 뜻이다. 보여주기 위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며 일을 추진하지만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삽질하는 사람은 도대체 주위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아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그런 삽질의 대표적인 예가 4대강 사업이다. 도대체 왜 4대강 사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강물이 흐르는 것을 막고 강바닥을 들어내 깊은 물이 고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흐르는 얕은 물에 적응해 살아온 많은 생명체가 더는 살 수 없다. 하구에서 중·상류까지, 흐르던 강을 계단식 저수지로 개조하기 때문에 강에 살던 많은 생물이 멸종될 것이다.

채식주의자 미호종개, 육식주의자 흰수마자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으로 멸종하게 될 12종의 생물을 발표했다. 사실 멸종 가능성이 있는 생물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모두 열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심해 대표적 예를 선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흐르는 강의 다양한 특성에 맞게 적응한 다양한 생물의 예이기도 하다.

금강 모래 여울에 사는 미호종개는 채식주의자다. 가는 모래에 붙어사는 조류를 뜯어먹고 산다. 물이 느리게 흐르는 곳을 좋아한다. 흰 수염이 멋진 흰수마자는 금강과 낙동강에 살며 육식주의자다. 바닥에 사는 수서곤충의 유충을 먹고 산다. 역시 모래 여울에 산다. 이들이 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을까? 상류에 댐이 만들어지면 침식돼 내려오는 모래가 적어지고 물도 적어져 모래 여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의 흐름도 느려지고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온다. 수질이 나빠지면 이들이 살 수 있는 집도 적어진다. 그나마 남은 모래를 골재로 채취하기 때문에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버틸 수 없다.

미호종개는 이미 인공 증식에 성공해 수억원을 들여 방류했지만 좀처럼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미호종개가 살 집을 이미 다 헐어버렸기 때문에 방류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성공이 담보되지도 않은 멸종 위기종 인공 증식 연구를 핑계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허망한 변명만 한다.

얼룩새코미꾸리와 꾸구리는 자갈 여울에 산다. 자갈 바닥은 물이 더 빠르게 흐르고 산소가 풍부한 곳이다. 이들은 서핑과 산소욕을 즐기는 셈이다. 낙동강에 사는 얼룩새코미꾸리는 자갈에 붙어 있는 조류를 먹는 채식주의자다. 한강에 사는 꾸구리는 바닥에 사는 곤충을 먹는 육식주의자다. 이들도 상류의 댐 때문에 물이 적어져 흐름이 느려지고 오염물질이 늘어 수질이 나빠지면 살 집을 잃게 된다.

이외에도 환경부 지정 18종의 멸종위기 물고기 중 12종이 하천 바닥에 사는 물고기다. 이들은 비교적 빠르게 흐르는 얕은 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물의 온도가 변하기 때문에 상·하류로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보를 만들어 물길을 막는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얕은 곳도 이들에게서 앗아갈 것이다.

무척추동물인 귀이빨대칭이는 지름이 20여cm 정도까지 자라는 대형 조개로 어릴 때는 물고기 몸에 붙어 기생하다가 성장하면서 바닥으로 내려가 독립한다. 몸이 크기 때문에 먹이가 풍부해야만 살 수 있다. 묵납자루는 물의 흐름이 완만한 곳에 살며 조개 몸속에 알을 낳는다. 이들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강바닥이 오염되면 귀이빨대칭이가 살기 어렵고, 귀이빨대칭이가 사라지면 묵납자루도 살기 어려워진다.

파충류인 남생이는 강가 모래톱을 힘겹게 파고 알을 낳은 뒤 모래를 덮어놓는다. 모래와 풀밭에 은신해 사는 표범장지뱀도 모래 속에 알을 낳는다. 많은 파충류는 알이 부화할 때 온도에 따라 성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거북이는 온도가 낮으면 수컷이 되고 온도가 높으면 암컷이 된다. 따라서 다양한 모래 지형이 있어야 짝짓기에 지장 없게 암수 균형이 잡힌다. 이들에게는 사구나 모래 강변이 필요하다.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 4대강변 모두에서 모래톱을 제거하고 하천변을 공원으로 조성하면 이들은 대를 잇지 못하고 멸종할 수밖에 없다.

비옥해지면 밀려나는 화전민 같은 단양쑥부쟁이

수달도 강변의 바위 밑이나 굴에 살면서 강 생태계의 다양한 동물을 먹는다. 수달은 수줍어서 사람이 활동하지 않는 밤에 주로 활동한다. 겨울에 짝을 지어 이른 봄에 두세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4대강변 전체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불철주야 공사하는 것은 수달이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일이다. 흰목물떼새는 흰 목도리를 두르고 물가를 총총 걸으며 먹이를 구한다. 그리고 강변의 자갈밭이나 모래밭에 조개껍질과 자갈을 풀로 묶어 둥지를 만들고 번식한다. 4대강 공사 기간은 물론 사업이 끝나더라도 이들이 살 곳은 적어질 것이다.

이렇듯 취약한 강변의 다양한 생물에게 위해가 되는 공사를 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없는 무책임한 사업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생명을 경시하는 사업이다. 이런 생명 경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단양쑥부쟁이에 대한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와 시공사 그리고 환경부의 대응이다.

단양쑥부쟁이는 충주댐이 건설되기 이전에 단양 지역에 분포하던 한국 고유종이다. 충주댐으로 충주호가 생기면서 물의 동태가 달라져 멸종한 것으로 알았는데, 다행히 경기 여주의 바위늪구비 습지 일대에 자생하는 것이 나중에 발견됐다. 이후 멸종 위기 식물로 지정돼 법적 보호을 받아왔다. 그런데 단양쑥부쟁이의 생태도 모르고 분포 조사도 없이 바위늪구비의 식물을 모두 제거하는 상황에서도 환경부는 뒷짐을 졌다. 문제가 되자 시공사는 단양쑥부쟁이도 없는 곳에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라는 푯말을 세우고 금줄을 그었다. 그리고 단양쑥부쟁이를 이식한다며 마구잡이로 뽑아 이미 시들어버린 식물을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장소에 꽂아놓아 말려죽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가 문제없었고 그 대책에 따라 잘 처리하고 있다고 변명한다. 환경부가 국토해양부 소속의 환경개발청으로 구조조정된 것인가.

단양쑥부쟁이가 살고 있는 곳에는 자갈이 많다. 다른 식물이 자라는 곳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홍수 범람으로 척박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살지만, 땅이 비옥해지면 다른 식물에 밀려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단양쑥부쟁이는 화전민이 수년간 농사를 짓고 새로운 장소로 옮기듯이 옮겨다녀야 하며, 이를 위해 홍수 범람과 침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현재 자라는 곳만이 아닌 전체 지역이 군락지로서 보존되어야 한다. 홍수 침식으로 다시 자리 잡을 장소가 생겨 옮겨 정착할 수 없다면 단양쑥부쟁이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 충주댐이 만들어진 뒤 단양 지역의 쑥부쟁이가 멸종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추론할 수 있다.

4대강에 사는 많은 동식물이 단양쑥부쟁이와 똑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목적도 불분명한 4대강 사업의 실체다. 강변에 생태공원과 습지를 조성한다며 4대강 전역의 식물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히 식물을 일시적으로 제거하고 다시 심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식물의 사체에는 곤충의 알 등이 많이 붙어 있고,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린 흙에도 알이나 번데기 등이 있다. 정부는 지금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학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이 급조해 만든 을 보면, 4대강에 서식해온 100여 종의 식물 중 30종만이 공사 이후 식재가 가능하다. 결국 70종이 넘는 식물이 4대강 생태공원과 습지 조성 뒤에 사라질 것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이 식물을 이용하던 곤충이나 동물이 사라지고 강에 의존하던 생태계는 피폐해질 것이다.

보에 물 가두면 농작물에 영향 끼쳐

4대강 사업이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는 몬순기후다. 농작물이 성장하는 시기에는 비가 적절히 오지만 결실을 맺을 때는 가물어 대기의 수분도 낮아지고 지하수위도 내려간다. 그래서 곡식과 과일에 병충해가 덜 생기고 더 맛있는 결실을 맺는다. 하지만 4대강의 보로 물을 가두면 지하수위가 내려가지 않고 대기의 수분도 낮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안개 발생이 빈번해지고 길어지므로 농작물의 성장과 결실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사람에게 해로운 것은 물론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거나 생태계의 자연적인 기능을 복원하려는 세계적 추세에도 반한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