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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한명숙>노회찬, 단일 후보>여당 후보

뭉쳐야 사는 선거연합 방정식…부산에서도 단일 후보 되면 초박빙
등록 2010-01-06 16:47 수정 2020-05-03 04:25

진보·개혁 야당의 전면적인 선거 연합은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2009년 6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48.1%였다. ‘지지하지 않겠다’(36.4%)는 답변보다 11.7%포인트나 높았다. 최소한, 선거 연합이라는 새로운 ‘정치상품’이 ‘폭발 가능한 잠재력’은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왼쪽부터)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한겨레 이종찬 기자).

(왼쪽부터)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한겨레 이종찬 기자).

야권 단일 후보 지지하겠다 48.1%

인터넷 언론 가 2009년 12월21~26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의 연대’를 기대하는 민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서울시장 후보 가상 대결에서 나왔다. 오세훈 시장(한나라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벌인 3자 대결에선 42.4%를 얻었다. 한 전 총리는 29.3%, 노 대표는 11.0%로 두 사람의 지지율을 더해도 오 시장이 얻은 지지율에 못 미쳤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야권 단일 후보가 41.4%로 40.1%를 얻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른 것이다. 오차범위(±3.38%포인트) 안인 1.3%포인트 차이긴 하지만, 수도권 가운데서도 가장 정치 상황에 예민한 서울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그 의미는 적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김문수 경기지사(한나라당)는 3자 대결에선 44.4%를 얻어 김진표 민주당 의원(24.7%),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12.2%)를 가볍게 따돌렸다. 하지만 야권 단일 후보와 맞붙으면 43.1% 대 38.1%로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한나라당 소속인 안상수 인천시장 역시 유필우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22.6%), 김성진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13.0%)을 40.2%의 득표율로 이겼지만, 단일 후보와는 3%포인트 차이(41.4% 대 38.4%)밖에 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기남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서치본부장은 “지금은 야권 후보가 정리되지 않은데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야권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즉, 선거 구도가 명확해지기 전까진 ‘현역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는 통례에 미뤄볼 때 결코 한나라당이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어 야당이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판’을 벌이고 흥행몰이에 나서면 판도는 야당에 더 유리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민심이 요동치는 건 수도권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싹쓸이판’인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도 심상찮다. 부산 문화방송이 2009년 12월19~21일 부산 지역 유권자 1천 명에게 ‘시장 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32%가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2위를 차지한 민주당 후보(12%)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지지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와 양자 대결을 벌이면 지지율은 각각 27%와 26%로 초박빙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지방선거에서 ‘힘있는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8%에 그쳐 ‘한나라당 독점을 견제해야 한다’는 답변(3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들끓는 민심이 야당 선거 연합이라는 마중물을 만나 ‘선거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산에 문재인 나오나

이런 여론을 껴안을 인물 1순위로는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가 거론된다. 노 전 대통령의 ‘영혼의 동반자’였던 그에게 야권은 거세게 출마를 요구하고 있지만, 문 변호사가 강하게 고사하고 있어 실제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 밖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조경태 의원 등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된다. 진보 정당에선 이에 맞서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이미 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물론 한나라당에선 현역인 허남식 시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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