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녹색 공화국이다. 청와대의 푸른 기와에서부터 기업과 행정기관의 캠페인 광고까지 온통 녹색이다. 전국적인 자전거 축전이 열리고…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녹색 천하가 되고 있다.”(주요섭 ‘바람과물연구소’ 연구위원, 생태사회포럼 ‘녹색성장 비판 글’ 중)
2005년 대비 -4% 보도에 청와대 즉각 부인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선언한 이후 전 국토에 녹색 옷을 입히는 ‘녹색성장’이 핵심 국정운영 기조로 정착하고 있다. 정부는 이어 지난 11월17일 국무회의에서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현재 수준의 기후변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때 예상되는 배출량) 대비 30%를 줄이겠다”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했다. 누구나 놀란, 전격적인 국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 설정이었다. 정부는 이 목표가 유엔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 범위의 최고 수준이라며 코펜하겐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전세계에 ‘녹색 한국’ 추진 의지를 공표했다.
이 목표는 과연 우리나라가 교토의정서상 탄소 배출 의무 감축국이 아님에도 경제성장 축소를 감내하면서까지 지구환경 재앙을 솔선수범해 막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까? 이 목표가 확정된 뒤 언론들이 2020년 대비 30% 감축은 곧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 감축’에 해당한다고 해설하자, 청와대 등 관련 당국은 즉각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은 2020년 대비 30% 감축일 뿐 2005년 대비 4%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쪽은 “애초에 2005년 대비 4% 감축, 2020년 전망치 대비 30% 감축 등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2020년 배출 전망치는 현재 시점에서 산정한 것일 뿐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 등으로 인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즉각 나서 해명한 데서 보이듯 국제사회에 ‘2005년 대비 -4%’라고 공표하는 것과 ‘2020년 대비 -30%’라고 공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를 따르면, 2005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5억9400만t의 4%인 2400만t 정도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확정’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후자를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의 배출량이 얼마가 될지 불확정적이고, 따라서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이 실제 배출 총량을 어느 정도 줄이게 되는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비록 이 목표를 이행한다 해도 배출 총량이 현재 수준보다 더 늘어날 공산도 있다. 실제로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 규모와 관련해 녹색성장위원회는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 때 ‘8% 증가∼4% 감소’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2020년 배출 전망치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심한 유가 전망치를 2020년 배럴당 60달러로 반영하고, 최근 들어 꺾이고 있는 탄소 배출 증가율도 연평균 2.1%로 높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2005년 5억9천만t)이 미국(70억7천만t)·중국(47억3천만t) 등에 이어 전세계 9위이고, 연간 1인당 배출량(12.2t)은 13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2000∼2005년 12.1%)은 4위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이긴 하지만 이번 목표치 발표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낯부끄러운 수준”(환경단체 성명서)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녹색성장의 강조점은 ‘성장’사실 현 정부의 녹색성장 추진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2005년 대비 4% 감축’을 한사코 꺼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녹색성장’에서 강조점이 ‘녹색’보다는 ‘성장’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 전략’(2008)은 녹색성장을 탄소 배출 저감 기술산업에서의 돈벌이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자원, 기후변화 대응, 환경에서 녹색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녹색기술을 수출산업화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상헌 한신대 교수(환경계획)는 “4대강 사업 등 토목사업조차 녹색뉴딜이란 이름을 달고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치장되는 등 이른바 ‘녹색칠(greenwash) 성장’이 전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목사업에 투입되는 핵심 소재인 철근·시멘트·유리 등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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