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의 ‘인권침해 실태 설문조사’ 결과는 세상을 향한 연예인들의 ‘SOS’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연기자들은 대부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체 183명 중 53명은 피해 사례를 철저히 조사해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고, 47명은 한예조가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대응을 대행해달라고 요청했다. 48명은 표준계약서가 빨리 마련되길 바랐고, 32명은 상담센터를 개설해 피해 연예인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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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불합리한 구조를 지탱하는 장치인 ‘노예계약’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6월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0개 중·소형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230명의 전속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모든 계약서에서 1개 이상의 불공정계약 조항을 발견했다. 적발된 불공정계약 조항은 91개로, 주요 내용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 △연예활동의 일방적 지시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이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노예계약 문제가 드러났다. 현행 전속계약서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60명이 불리한 수익금 배분 조항, 51명이 계약 파기시 과다한 손해배상 조항, 48명이 지나치게 긴 전속계약 기간 조항, 36명이 과도한 사생활 침해 조항을 꼽았다.
소속사의 난립도 경쟁을 부추긴다. 현재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추산 연기자 관련 연예기획사만 150~200개에 달한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김길호 사무국장은 “우리 회원사 78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신인 한두 명만 있는 영세한 곳”이라며 “연예기획사 같지 않은 기획사, 매니저 같지 않은 매니저가 판을 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연예매니지먼트사업을 할 때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등록하도록 하는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일명 장자연법)이 발의된 상태다.
연예계는 장자연씨 사건 이후 자신의 성상납·접대 사실도 알려질까 두려워 오히려 더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 여성 연기자는 “솔직하게 응답을 하긴 했지만 내가 너무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질문은 피했다”고 밝혔다. 무기명 설문지를 작성하면서조차 연예인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위축됐다. 이번 조사가 전체 탤런트의 95%에 해당하는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했지만 설문에 응한 이는 183명에 불과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편 회신으로 온 설문은 300여 개였지만 그나마도 문항을 본 뒤 작성하지 않고 돌려보낸 경우가 많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연예인들은 몰라서 당하는 경우, 당하고도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예인 착취 구조를 바꾸려면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여성 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조사팀을 꾸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연구위원이 연구용역을 맡았다. 인권위는 “인권적 측면에서 여성 연예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실태조사부터 정책 방안까지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23명으로 구성된 국회인권포럼도 7월6일 ‘연예산업 취약적 구조와 인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 표준약관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대한가수협회 등 각 주체 간의 의견 차가 큰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7월 중으로 표준약관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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