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단호히 말했다. “독재의 본질은 하나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려 하고, 결국 정권이 독점하고 있는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 국민의 요구를 짓밟으려는 모든 정권은 독재정권이다. 정권에 의해 전직 대통령이 사실상 타살됐고, 소통에 대한 요구는 무시됐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또 다른 형태의 독재정권의 길로 접어들었다.”
진보신당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군복에서 민간복으로 옷만 갈아입은 독재정권’이라는 것이다. 노회찬 대표는 6월10일 범국민대회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가 오늘날을 5공화국으로 다시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새로운 민주주의의 전진을 시작해야 다시는 이명박 정부 같은 독재정부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6·10 범국민대회를 거치며 진보 진영이 뭉치고 있다. ‘반독재’, 즉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며, 진보 정당의 대여 투쟁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의 행사차량 견인 행태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또다시 실신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실신이었다. 이날까지 이 의원은 7일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었다. 이 의원은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6월11일까지 단식을 풀지 않았다. 농성장은 다른 의원들이 남아 지켰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당원과 함께 삼보일배에 돌입했다. 6월10일부터 대한문 앞을 출발해 청와대로 향했지만 번번이 경찰에 막혔다. 강 대표는 이날 “(정부도) 오늘 행사는 막지 않겠다고 해놓고 무대 차량을 봉쇄했는데, 이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남북 문제와 서민 생존권, 민주주의의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을 비상한 시국이라 규정하고 6월3일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시국연설회’를 진행하고 있다.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의원이 서울 종로와 명동, 신촌 일대를 직접 찾아다니며 시민·당원과 함께 시국을 논하는 일종의 ‘만민공동회’ 성격이다.
이명박 정부가 ‘독재’를 멈추지 않는 한, 진보 정당은 연대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만 해도 진보·개혁 정당은 같은 주장을 하면서도 연대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적어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내려면 진보 정당, 혹은 더 나아가 진보·개혁 진영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이 이대로 간다면 결국 ‘힘 대 힘’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진보 진영의 희생이 너무 컸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의 독재에 대항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유례없는 강력한 ‘반MB연대’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한 여론을 만들어가자
진보신당 역시 정권 차원의 정치보복과 서울광장 폐쇄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소통 거부에 대한 반MB연대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집시법이나 언론 관련법 개악 시도 등 시민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도전에 대해서는 이미 함께해왔고, 앞으로도 강력하게 연대할 것”이라며 “진보 진영이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면 국민 상당수가 현 정권에 등을 돌린 만큼, 거대한 여론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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