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가 신라호텔 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당시 이부진 부장은 한 지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언론이 왜 이렇게 나한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랬다. 이부진 부장은 바로 아래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보다 언론의 주목을 더 받았다.
새벽 3시에 업무 메일 보내기도당시 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대한민국 최고경영인인 이건희 회장의 딸이라는 점에서다. 둘째는 여성 경영인 가운데 돈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이서현 부장과 똑같은 조건이다. 하지만 이부진 부장은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했다. 이 때문에 언론이 달려든다.”
이 말을 들은 이부진 부장은 “나는 경영으로 평가받고 싶은데, 언론은 가십성 얘기로 나를 다루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이부진 전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등을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호텔 업무를 시작해 2004년 상무보, 2005년 상무, 올 1월에는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부진 전무는 올 1월 정기 인사에서 이건희 전 회장 자녀들 중 유일하게 승진 대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승진 배경과 관련해 삼성그룹 안에서는 이부진 전무의 경영능력을 꼽는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보다 더 낫다는 말도 나돈다.
이부진 전무가 신라호텔에서 경영전략 담당 임원을 맡을 때만 해도 신라호텔은 10여 년 동안 매출 3천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라호텔의 지난해 매출은 2007년보다 76.7% 증가한 8748억원, 영업이익은 125.9% 늘어난 53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익은 45.8% 증가한 249억원이다. 이는 면세점 신규 매장(인천공항) 진출과 일본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매출 증가 때문이다. 면세점은 이부진 전무가 진두지휘한 사업이었다.
이부진 전무가 이서현 상무보다 더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영 스타일이다. 이서현 상무가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부진 전무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는 표면상으로는 신라호텔 경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전적으로 이부진 전무가 신라호텔 경영을 맡고 있다.
특히 이 전무의 ‘몰입경영’은 삼성그룹 안팎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부진 전무는 업무에 관해선 집요하게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빼다박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부진 전무는 호텔을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신라호텔을 개혁하는 1년 동안 엄청날 정도로 유통·인테리어 등 호텔과 관련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새벽 3시에 업무와 관련한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자동차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이부진 전무 인맥은 아직까지는 뚜렷이 부각되지 않았다. 만들어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각에선 이부진 전무 인맥으로 삼성 금융계열사의 박아무개 상무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박 상무는 “나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이부진 전무 얼굴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이부진 전무는 이건희 전 회장처럼 자동차를 꽤 좋아한다고 한다. 이부진 전무는 ‘렉서스 LS460L’을 즐겨 탄다고 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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