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지냈던 인명진 목사… 정부가 자꾸 해결 시점 놓치면서 종교갈등 악화
▣ 글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올해 5월까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62) 목사를 8월27일 서울 구로구 갈릴리교회에서 만났다. ‘정치가 아닌 불교 이야기만 하겠다’는 전제로 을 만난 인 목사는 기자가 앉자마자 현 정부와 기독교계를 걱정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인 목사 말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과 기독교계가 서로를 역차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갈등 구조에 종교 갈등까지 얹히게 될지 모른다는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대통령 사과한다고 권위 안 무너져
불교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정부뿐만 아니라 불교계와도 친분이 많으니 속내를 잘 알 것 같다.
=최근 불교 쪽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이 정부가 자신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화났다. 그런데 정부는 엉뚱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내가 곁에서 보면 (불교계 분위기는) 심각한데 정부 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불교를 대하는 태도를 무겁게 바꿔야 한다.
무게 있게 바꾼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가 (불교계와) 문화관광체육부로 대화 창구를 단일화했다고 하는데, 불교계는 문광부가 그런 역할을 책임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꾸 청와대가 빠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불교계는 대통령의 주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소통에 서투르다. 불교계가 내세우는 문제는 정부가 진지하게 하면 다 해결된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사찰 무너지게 해달라고 기도해 말썽을 빚었던 부산 기독교 집회에 이명박 대통령이) 축하 영상자료를 보냈다는 것인데, 일일이 갈 수 없어 영상자료를 보낸 것이다. 그 대회의 성격을 알고 영상자료를 보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서울시 봉헌 발언도 그렇다. 청년들이 하는 것에 이 대통령이 말려든 측면이 있다. 인사 문제도 그렇다. 역대 정부에서 기독교인 관료가 이렇게 적은 적이 없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해보라. 참여정부 때도 이재정 장관은 성직자였고, 평통수석 부의장도 목사였다. 국민의 정부 때도 제2건국위원장이 목사였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도 오충일 목사가 했다. 장로가 대통령 됐다고 기독교 국가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 정부 아래서 기독교가 받고 있는 오해는 우리도 억울하다.
그럼에도 불교계의 주장은 따져봐야 한다. 불교계가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이 정부가 기독교 편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팩트다. 정부가 ‘객관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출발하면 안 된다. ‘사과할 일도 없는데 왜 사과를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다고 권위나 법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어제 인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계 인사들이 ‘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기독교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 광신자가 있다. 나도 지하철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외치는 사람을 겪어봤다. 날 붙잡기에 “내가 목사”라고 했더니, “하나님 똑바로 믿으라”고 설교하더라. 자기를 붙잡고 ‘불신지옥’을 외치는 광신도가 있었다는 한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얼마나 무례하냐. 부산에서 (기독교계가) 집회할 때 “범어사가 무너지게 해주십시오, 할렐루야!” 이런 말들이 나왔다. 내가 설교할 때 그랬다. “어느 불교도가 ‘영락교회 무너지게 해주십시요, 나무아미타불’ ‘소망교회 무너지게 해주십시오, 나무아미타불’ 이랬으면 우리가 참았겠느냐”고. 우리 사회와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평화가 이어져온 것은 불교의 관용과 너그러움 덕분이었다. (불교계가) 기독교에 당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했다면 종교 갈등이 심각했을 것이다. 기독교가 훨씬 이기주의적이다. 자기중심적이다.
기독교와 이 정부의 건강한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이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우리 기독교가 보여준 모습은 다른 종교를 충분히 자극할 수준이었다. 기독교가 집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 정부가 기독교 편향이라는 말을 듣는다. 원죄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기독교가 지지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됐다는데, 만약 이 대통령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기독교도 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기독교에 대해 역차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기독교 편향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그런 모습이 안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교회에서 ‘우리가 대통령을 시켜줬더니 배신한다’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고 교회도 성공한다.
불교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인가.
=감정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심을 정부가 봐야 한다. 촛불집회 때도 그랬다. 정부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는데, (광우병에 감염될) 몇억 분의 일의 가능성을 두고 그러느냐’는 식의 태도를 취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촛불집회가 오래가고 악화됐다. 정부는 감정이라는 요소를 봐야 한다. 그걸 해결하는 것이 정치다.
이러다간 언젠가 종교전쟁이…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기독교 안에서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많다. 아주 많다. 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경제적인 어려움, 빈부격차도 심각하고 남북문제도 심각하다. 계층 간의 갈등도 그렇지만, 이념 갈등이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종교 갈등까지 생기면 더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된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 문제의 해결 시점을 자꾸 놓치고 있다. 종교는 정말 무섭다. 조그만 일에도 충돌한다. 자꾸 이렇게 되면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종교전쟁 난다. 어느 사찰의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더라. “잘못하면 경찰이 절과 교회 사이에서 경계 서다가 (이 정부) 5년 다 지나갈지도 모른다.”
불교계가 수배자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요구 부분도 그렇다. ‘법과 원칙 때문에 못해준다’고 하는데, 인권을 지키는 사법의 원칙이 불구속 수사 아니냐. 법정에서 죄가 드러나면 구속하면 된다. ‘앞서 구속된 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구속한 게 잘못된 것이다. 거기에 왜 잣대를 맞추느냐.
정부가 때를 놓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실기를 많이 했다. 나는 기독교 대표는 아니지만 불교계에 여러 번 사과를 했다.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갈등 없이 평화를 누렸던 것은 불교의 넉넉함 덕분이었다. 불교계도 관행과 너그러움을 유지해줘야 한다. 왜 못난 우리 (기독교를) 따라오려고 하나.
인 목사 개인이 사과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나도 이 정부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 국민 중에서 ‘인아무개가 윤리위원장 강하게 하면서 한나라당이 변한 모양이다. 그러면 정권 줘도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 선거를 해서 뽑은 대통령인데 지금 와서 그만두라고 하면 헌정 질서가 무너진다. 이명박 정부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다. 이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앞으로 5년이 중요한 역사다. 비판할 것은 하고, 성원할 것은 하고 나가야 한다.
종교차별 금지가 법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나.
=종교차별 금지 조항은 공무원 윤리강령에는 넣어야 한다. 그게 헌법 정신에도 맞다. 공직자들의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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