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대기업과 부유층만 혜택 입는 부동산·세제 법안과 ‘복면금지법’ 등 ‘보복법안’들, 18대 국회 활동 개시 </font>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이명박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는 그동안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진행됐다.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 해임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이 동원된 〈PD수첩〉 수사 등이 그랬다. 조·중·동 광고거부 운동을 벌인 누리꾼 두 명을 구속한 것도 마찬가지다. ‘법과 원칙’보다는 정치 논리가 크게 작용한 사건들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안정국 조성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적잖은 도움을 줬다. 우리 사회를 보수와 보수가 아닌 세력으로 확실히 갈라놓는 효과를 얻었고, 쇠고기 부실협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펼쳐놓은 장막 뒤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font color="#216B9C">△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네 번째), 권선택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위해 8월18일 모였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2일 이후 본격적인 ‘MB 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한겨레 박종식 기자)</font>
부동산 정책에 담긴 철학 부재
그렇다면 이제는 2008년 9월2일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출범한 제18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절대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이 버티고 있는 이상 이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안정국의 힘으로 힘겹게 버텨왔다면, 이제는 의회 권력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강경 드라이브의 선봉에 서게 된다.
8월21일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8·21 부동산 대책’이 그 신호탄이다. 8·21 대책은 침체된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수도권에서는 새로 분양한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크게 완화해서 주택거래를 활발하게 만들고, 지방에서는 3억원 이하 주택을 사서 1세대2주택자가 되더라도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에 신도시 2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대부분 미분양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건설업체의 가려온 곳을 긁어주는 정책이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담긴 철학 부재에서 비롯된다. 정부 대책은 중산층과 서민의 집값 걱정을 덜어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도구로 인식한 나머지 투기 수요까지 끌어들여 거래를 활발하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대책의 주된 목표였다. 실제로 유재한 한나라당 정책실장은 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은 부동산 대책은 주택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지만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앞뒤도 맞지 않았다. 신도시 추가 지정 등의 방법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분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를 위해 거래를 촉진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 가운데 전매제한기간이나 양도세 등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투기적 수요에 기대서라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의 거래를 활발하게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동시에 신도시 건설 등으로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은 상호 모순되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8·21 부동산 대책에는 빠져 있지만 한나라당이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법안들도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에서는 이종구 의원 등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종부세 개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또 종부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취득세, 보유세 등 인하와 함께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구입용 대출을 규제하는 장치도 완화한다는 계획이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해둔 장치를 하나하나 걷어내겠다는 시도다. 중산층과 서민의 내집 마련의 꿈이 더욱 멀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법인세·소득세 인하, 누구를 위해?
청와대가 8월17일 발표한 정기국회 ‘정부 중점 추진 법안 리스트’도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날 무려 39건의 법안을 내놓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 동의명령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법인세법 개정안이 여기에 포함됐다. 대부분 ‘친재벌’ 법안들이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9월 정기국회에 법인세 인하 등 종합적인 감세안과 함께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친기업적 입법들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왔다.
특히 지난 6월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 감세안은 과표 2억원 이하의 경우 법인세율을 현행 13%에서 2008년 11%로, 과표 2억원 초과의 경우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는 내용이다. 감세안에 따르면, 궁극적으로는 2010년까지 세율이 각각 10%와 20%까지 떨어지게 된다. 쉽게 말해서 2억원 이하의 순이익을 거둔 기업에 대한 세금은 13%에서 11%로 2% 깎아주고, 순이익이 2억원을 넘는 사업체에 대해서는 25%에서 22%로 3%의 법인세 인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법인세 인하 혜택을 입는 쪽은 주로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2억원 초과 사업소득분에서 발생하는 법인세가 전체의 96.55%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도 법인세와 소득세, 지방세 등 감세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해놓은 상태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세법 개정안만 따지더라도 종합부동산세는 4건, 소득세는 8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2건, 조세특례제한법은 24건에 달한다(8월22일 기준).
이 가운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인 임태희 의원이 제출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재산세 부과기준을 시가 표준액의 50~65%로 동결하고 고가 주택에 대한 재산세 상한선을 지난해 재산세 납부액의 150%에서 125%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추진하는 소득세 감면으로 주로 혜택을 받게 될 대상도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마지막 국회에서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금 감면의 혜택 역시 과세표준으로 연소득 8천만원 이상(전체의 3.1%)의 고소득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번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출해놓고 있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역시 비슷하다. 교육비 공제를 확대해서 사교육비까지 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들 소득세법 개정안은 결국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많아 사교육비 지출을 많이 하는 계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련의 감세안이 거의 대부분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논란이 빚어지자 한나라당은 8월21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인하 시기를 1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발생하는 8조4천억원의 재원을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송업계의 구조조정과 민생안정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 보조금 압박
그러나 이같은 한나라당의 발표에 대해 이종석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연구위원은 “법인세법 개정안은 이미 정부와 한나라당이 당정협의를 모두 거쳐 6월23일 국회에 제출된 상태”라고 지적한 뒤 “세율을 내리겠다는 계획 자체를 손대지 않고 시행 시기만 저울질하는 것은 여론의 눈치를 적당히 살피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정기국회 ‘정부 중점 추진 법안 리스트’에도 서민을 위한 법안은 있다. 정부가 6월23일 제출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이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민심 달래기의 수단으로 내놓았던 유가환급금 지급과 관련한 법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에게 매달 5천원에서 2만원씩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종부세 감면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씩 세금을 감면받는 고소득층의 혜택에 비하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태선 민주당 원내정책실장은 “유가환급금의 전체 규모가 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서민들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득 재분배 효과나 경기부양 효과도 거의 없다”며 “정부 재정을 이런 식으로 공중에 뿌려버리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개한 법안들과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역시 주목해야 할 법안들이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여당의 ‘보복 입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법안은 한나라당의 성윤환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복면금지법’이다. 성 의원은 8월19일 시위 현장에서 복면을 착용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을 착용한 채 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처벌받는다. 개정안은 특히 복면을 착용한 사람은 물론 이를 소지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착용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도 집회 현장에서 확성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집회 현장에서의 소음기준을 강화해 확성기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지호 의원 등이 7월25일 발의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문제의 법안은 시민단체 회원이 집시법 등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경우 해당 단체에 대한 보조금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시민단체 회원의 개별적인 행동에 대해 단체의 책임을 묻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한나라당 의원 53명이 공동 발의했을 정도로 여당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도 격한 논란이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촛불집회가 활발하게 진행될 당시 위력을 발휘했던 인터넷과 포털에 대한 ‘보복 입법’ 성격의 법안이 눈길을 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은 불법 혹은 명예훼손 게시물을 올린 사이트를 방송통신위원회가 폐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7월17일 불법 복제물을 올린 카페나 블로그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도입하겠다고 밝힌 ‘사이버 모욕죄’도 모두 촛불집회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 방송 진출 허용되나
이 밖에도 정부는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사실상 허용해주는 방송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자산총액 3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CJ, 동부, LS, 현대, 현대건설, 효성 등에게 방송사 소유의 길이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8월17일 정기국회 ‘정부 중점추진 법안 리스트’ 39건을 발표하면서 이밖에도 148건의 규제개혁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MB의 정책 드라이브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정기 국회 뒤 우리 사회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을 터다.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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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드라이브’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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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한다면,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8월22일 이른바 ‘몸싸움 금지법’을 발의했다. 김동성 의원 등 12명이 함께 발의한 국회법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장을 무단 사용할 경우 앞으로는 의장으로부터 경고나 사과, 출석 정지 등의 징계를 받게 된다. 국회의장의 권한을 강화해 야당의 ‘실력 저지’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개정안은 또 회의장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도 회의 진행을 방해할 목적이라면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김동성 의원은 “국회의 입법 활동은 이성적인 토론과 논의에 의해 이뤄져야 함에도 중요한 사안을 다룰 때마다 몸싸움과 소란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당이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우선 이번 여야 원구성 협상을 통해 새롭게 마련된 상임위별 상설소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도 법안·예결·청원 소위가 활동했지만 이는 기능적 분류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는 명실상부한 상설소위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기능적 소위가 아니라 내용적·실질적 소위로 재편되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과학기술위의 경우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고등교육재정소위를 둘 수도 있고, 국토해양위에서는 대운하소위를 둘 수도 있다. 소위는 정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을 요구할 권한을 갖게 된다.
민주당은 상설소위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행정부에 대한 통제는 물론 한나라당의 독주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쟁점 법안의 경우 상임위 내 소위 단계에서 1차적인 저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수단은 법사위원회다. 민주당이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가장 힘들게 확보한 자리가 ‘과거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법사위원장직이었다.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절대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법을 개정함으로써 이 모든 저지선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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