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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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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타올라야 한다”

등록 2008-06-20 00:00 수정 2020-05-03 04:25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383명에게 묻다…200명 재신임 투표 주장, 사안별로 단계적 대응하자는 의견도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촛불은 네트워크다. 개인이라는 점들로 이뤄진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가 있다. 아고라가 네트워크의 심장이라면, 중심을 둘러싸고 순환하는 혈관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다. ‘아고라 베스트’는 혈관을 타고서 인터넷 커뮤니티로 전파된다. 반대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좋은 제안은 네트워크를 타고 심장으로 흘러든다. 촛불의 네트워크는 순환하며 완성되고 소통의 장이 열린다. 그래서 중심을 둘러싼 중심들,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견이 궁금했다.

쇠고기 외에도 계기는 많아

누리꾼 383명에게 물었다. 촛불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촛불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음의 ‘안티 이명박’(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cafe.daum.net/antimb) 카페 회원 199명, 네이버 ‘안티 이명박’(cafe.naver.com/getawaymugbag) 카페 회원 12명, 다음의 ‘한류열풍 사랑’(cafe.daum.net/hanryulove) 카페 회원 106명, 여성포털 ‘마이클럽’(miclub.com) 회원 48명, 다음의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cafe.daum.net/10in10) 카페 회원 18명이 설문에 응답해주었다. ‘안티 이명박’같이 정부 비판에서 시작된 카페도 있고, ‘한류열풍 사랑’같이 취미나 일상을 중심으로 모였으나 최근의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이 촛불문화제에 상대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벌인 간이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국민의 평균적 감수성보다 이명박 정부에 더 비판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응답은 ‘촛불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아닐까.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4개의 질문을 던졌다. 첫째로 ‘촛불문화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전면 재협상이 이뤄질 때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1.6%(6명)에 그쳤다. 반면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가 이뤄질 때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이 52.2%(200명)로 가장 많았다. ‘쇠고기 협상에 더해 대운하 중지, 의료보험·수도·전기 등 각종 민영화 정책 폐기 등도 약속받을 때까지’ 촛불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26.4%(101명)로 두 번째 많았다. 이어서 ‘대통령 국민소환제 등을 포함한 헌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8.9%(34명)였다. 기타 의견은 10.9%(42명)로 나왔는데, ‘대통령 퇴진’을 포함한 강경한 의견이 많았다. 설문조사에서 확인되듯이 네티즌들은 촛불문화제가 쇠고기 문제에서 시작했으나 쇠고기 문제를 넘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산됐으며, 다른 문제들이 해결될 때까지 촛불을 끄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였다(그래프 참고).

누리꾼들은 제시된 선택지 외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류열풍 사랑 카페 회원 ‘밤샌부엉이’는 단계적 대응을 주장했다. ‘민영화 정책 저지’에서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까지 국민의 여론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나 ‘민영화 정책 중단’ 약속이 이뤄질 경우에 촛불을 일단 멈춰야 한다는 온건한 주장도 있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촛불 민심이 더 이상 쇠고기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명박 정부 정책의 기조를 문제 삼는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생긴 동력이 떨어지면 (정권 비판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동력은 부족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 릴레이로 관광 명소화”

한편 커뮤니티 성격에 따른 견해 차이가 두드러졌다. 사회·정치 이슈와 직접 관련된 다음과 네이버의 ‘안티 이명박’ 카페 누리꾼은 67.8%(143명)가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가 이뤄질 때까지’ 촛불이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한류열풍 사랑’ ‘마이클럽’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 카페에서는 회원들의 47.1%(81명)가 ‘쇠고기 협상에 더해 대운하 중지, 의료보험·수도·전기 등 각종 민영화 정책 폐기 등도 약속받을 때까지’를 가장 선호하는 의견으로 꼽았다. 요컨대 ‘안티 이명박’ 등에서 상대적으로 강경론이 우세하다면, ‘한류열풍 사랑’ 등은 유연한 태도인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촛불의 방법’에 대한 것으로, ‘촛불집회가 계속돼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계속돼야 하는지’를 물었다. 설문에 응한 네티즌들은 ‘요일을 정해서 진행하는 방식’(47.8%·183명)을 가장 선호했다. ‘주말에만 진행하는 방식’이 18.3%(70명)로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도 33.9%(130명)를 차지했는데, 여기에는 ‘지금처럼 매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종합하면 절대다수의 응답자가 촛불이 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결과다. 이에 대해선 ‘안티 이명박’ ‘한류열풍 사랑’ 등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색다른 제안도 내놓았다. 다음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DGTong’은 ‘(시청광장에) 상주 인원을 두고 시민이 릴레이로 참여해 관광 명소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백가쟁명의 방법론이 오가는 가운데, ‘요일별로 조를 편성해 1주에 한 번씩 참여하는 방식’ 같은 창의적 방법을 제안한 누리꾼도 있었다.

세 번째 질문으로, ‘촛불문화제 이외에 어떤 방법으로 촛불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동맹휴업이나 파업을 주장한 의견이 139명로 가장 많았고, 최근의 안티 조·중·동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중·동 불매’(36명)를 주장한 견해가 뒤를 이었다. 여전히 다른 물리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촛불만이 살길’이라는 견해도 24명이 제시했다. 여기에 납세 거부(12명) 같은, 한국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운동방식도 제시돼 누리꾼의 토론이 심도 있게 진척됐음을 반영했다.

마지막 질문인 ‘이명박 대통령(혹은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에도 누리꾼의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상자기사 참고).

한국방송 앞으로 옮겨간 촛불

이런 누리꾼들의 ‘다양한 주장’은 오프라인에서 피어날 수 있을까. 6월11~12일 촛불은 한국방송 본관 앞으로 옮겨붙었다. 네티즌들은 “언론과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언론을 장악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 “방송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견들을 온라인 커뮤니티·다음 아고라 등에서 활발하게 주고받았고,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시작되자 곧장 “표적 감사”라며 광장을 바꿔 한국방송 앞에서 촛불을 켰다. 촛불의 이동은 이렇게 종횡무진 자유롭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대중의 상상 불가, 예측 불가한 자발성과 역동성은 김대중 정부 때 전국적으로 쫙 깔린 초고속 인터넷망, 높아진 교육수준, 이미 이루어진 민주화에 대한 의식에 토대한다”며 “누리꾼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대의제도와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드는 주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네트워크를 타고 들불처럼 번진 촛불이 어디로 향할지, 언제 사그라질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들

전 국민 노숙 MT 고고싱~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던진 의 네 번째 질문은 ‘이명박 대통령(혹은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달라’였다. 그리하여 주렁주렁 달린 네티즌의 댓글들이다. 비록 비판 댓글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나, 그래도 ‘무플’은 아니니 최악은 피한 것이 아닐까. 참, 가끔 세 번째 질문인 ‘촛불 이외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촛불의 향방을 어떻게 점치나’에 대한 의견도 섞여 있다.

◎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만들기



뭡니까~└→ 온 국민 이민 가기?;; 요것두 가능성이;;;
화영└→ 건국 이래 최대의 전 국민 노숙 MT를 기념하기 위해 교통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주말마다 세종로 사거리를 광장으로 만들면…. 토마토 축제처럼 세계적인 ‘명물’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오는 관광객들이 주말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노숙 고고싱~ ㅎㅎ
별 줍는 나└→ 자멸하는 데에는 내부 분열이 최고다. 한나라당 지지율과 조·중·동 구독률이 더 떨어지면, 그들은 존립에 위기감을 느껴 현 정권을 압박하고 정책을 저지하게 된다. 국민의 말을 무시하는 2MB도 측근이 돌아서면 괴로울 듯.

고무함지└→ 사실 한 달 동안 15일은 나온 것 같은데, 너무 피곤하다. 현 정권과 같이 행동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정책 비판을 하고, 필요하면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해서 보청기가 필요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들려줘야 할 것 같다.

◎ 마이 클럽



들녘바람└→ 대통령은 꿈쩍도 안 할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들(지역구, 영향력 있는 다선의원)을 강하게 압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억나눔└→ 하루 날짜를 정해서 전 국민 불복종의 날로 하죠~~
쭈야쭈야└→ 우선은 조·중·동 폐간운동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어요.
돈~ 다케!└→ 진중권한테 주 3일 과외 좀 받으삼!! 2MB는 자기가 깨어 있는, 의식 있는 대통령인 척하지만(사실 저도 이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음ㅡ_ㅡ;;) 이번에 진실이 판명남.
하스└→ 우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직원이 아니다. 아직도 당신이 CEO라고 착각하지 마라. 우리를 밑으로 보지 마라. 우리는 당신이 섬겨야 할 국민이다.
호이└→ 늘 소통 소통 하시는데… 컨테이너 박스로 둘러싸인 청와대 안에서 웅크리고 헬리콥터 타고 외출하시고 조·중·동만 읽으시면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읽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일은 맑음└→ 원체 촛불집회는 자발적인 것이므로, 어떤 way를 정하고 갈 것 같지는 않음. 백일이든 천일이든 계속될 것임.

◎ 한류열풍사랑



안단테└→ 육교, 거리 현수막 달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못된손오공└→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으로 주민소환제 시작.
아룡└→ 국민과 싸워 이기려는 정권은 있을 수도 없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델 프라도└→ 100일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사생활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가족, 친구 관계도 틀어지고(무관심 또는 정치 견해로) 하루하루 분노가 더해만 갑니다.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김치조아└→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 동원~(폭력 빼구)
재미있다└→ 3100만 명 친필 편지, 100만 명 서명, 민증 복사해 보내기ㅋㅋㅋ
안단테-천비안└→ 프랑스혁명도 시작은 빵 한 조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뭉치요└→ 이번 촛불 시위의 시작은 쇠고기였다. 물론 다른 문제도 있지만 공통분모는 쇠고기인 것이다. 다른 문제는 그 다음이다. 2MB 정부에게 민영화, 대운하 등 문제의 정책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면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 경고하고 한 번의 기회를 다시 주자.
이상└→ 다음엔 모두 투표장 가서 정말 투표 잘합시다.
알콜파워└→ 내가 광우병에 걸려 의료 민영화로 죽거들랑 대운하에 뿌려다오….(어느 해외동포 촛불문화제 참가자의 글 인용)
jyeo└→ 촛불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선에서 해결되었으면 좋겠군요.
최강눈빛└→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재신임 투표까지를 강력히 원하나 국민 목소리를 들어준다면 민영화 중단까지 희망.

◎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안티 이명박)



로젠하임└→ 저항하는 비폭력. 다만 지금은 대책위의 말대로 20일까지는 일단 이대로 가보자. 정부가 20일까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은빛똘이└→ 아기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 상징적인 의미로 탄핵을 외쳤지만 탄핵 후 올 혼란과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을 원치 않아 이명박씨가 청와대 밖으로 나와 국민의 소리를 진솔하게 듣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내 이웃에게는 살인적인 폭력 진압을 휘두르며 중국 국민 앞에서 눈물 흘리는 당신의 모습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더 이상 제 반딧불이 같은 이웃을 아프게 하지 말아주세요.
블루야루└→ 대통령 선서하기 전에 대한민국 헌법 1조는 안 읽어보셨는지 묻고 싶고, 지금이라도 헌법 좀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명박퇴진└→ 민변에서 냈던 쇠고기 고시 헌법소원, 이런 법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claire └→ 촛불만큼 국민을 하나로 묶는 것도 없다.
댕기머리└→ 천만 항쟁.
고고싱└→ 참여하지 않는 날도 무슨 일이 터질까 불안.
너도잘하세요└→ 이번 사태는 정치적인 이유보다 주류와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가현└→ 네티즌 수사대(NSI-대표 업적은 사복경찰, 프락치 걸러내기)를 만들게 한 것을 감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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