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병원의 영리 추구 등 내세운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민영화의 수순</font>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font color="#C12D84">[표지이야기 3부-밀려오는 민영화] </font>
지난 5월21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건강보험 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전국 모든 병원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제도)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서 기획재정부는 5월11일,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 도입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 즉 국가 건강보험제도를 민영화하지 않더라도,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고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결국 의료시장이 민영화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법상 개인병원도 비영리 사업자
영리의료법인과 민간의료보험에 무게를 싣는 정부의 논리는 ‘공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 분담론’이다. 현재 대다수 병원이 수익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의료법상으로는 개인 병원도 ‘비영리 사업자’다. 따라서 수익을 병원 바깥으로 가져갈 수 없게 돼 있다. 또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보장성은 60% 정도다. 나머지 진료비 40%는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이 40%를 보장하는 민간보험의 역할을 강화해 공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직은 민간 보험사들이 본인부담금 40%를 모두 보장하는 실손형 보험상품은 팔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의 ‘80%’를 보장해주는 이른바 ‘실손형 특약’ 상품을 대대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과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확대될수록 국민건강보험은 위축되다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민간의료보험이 커지면 본인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사람들이 병원에 더 자주 다니게 될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더 낮아지고 결국 “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공보험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잡아먹는 꼴이 된다. 특히 고액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부유층일수록 건강보험료 납부에 대한 저항은 커지게 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건강보험 대신 민영의료보험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할 것이고, 건강보험은 극빈층만을 위한 시혜적 성격의 공보험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영리병원들도 “경제자유구역과 제주 국제자유도시에서처럼 우리도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을 권리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보험사-병원의 ‘돈벌이 네트워크’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전국의 영리의료법인들과 자체 계약을 맺은 뒤 자기 회사의 보험 가입 고객만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판매하게 될 공산이 크다. 보험사와 전국 영리병원들이 서로 ‘돈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결국 폐지되는 운명을 맞게 될 수 있다.
이주호 전국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6 대 4인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보장성 비율이 5 대 5가 되면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크게 위협하게 된다. 정부가 굳이 건강보험을 민영화지 않고, 우회적으로 건강보험을 파괴하고 민영화하는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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