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의 교육정책을 대변하는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와 김진표 민주당 후보
▣ 수원=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제18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27일 오후 4시, 경기 수원 영통에 출마한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가 영통 홈플러스 앞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박 후보는 유세 차량에 오르자마자 불을 뿜었다. “우리는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경제 파탄, 교육 파탄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지낸 사람이 누굽니까.”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김진표 통합민주당 후보를 정조준한 것이다.
“교육 파탄” 주장에 “정치적 선동” 응수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허공을 가르는 박 후보의 오른손엔 힘이 들어갔다. 평소 ‘우아했던’ 앵커 출신 박 후보의 목소리에 점점 웅변조가 섞였다.
그가 탄 유세 차량 하단에는 ‘자율형 사립고, 마이스터고 유치! 수원예술고 이의동 유치! 영통학군 지정!’ 등의 구호가 붙어 있었다. 모두 교육 관련 공약이었다.
비슷한 시각, 김진표 후보는 수원 황골마을 벽산아파트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잔뜩 결기에 찬 박찬숙 후보와 달리 느릿하고 나직한 목소리의 김 후보는, 연설을 한다기보다 청중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여러분, 4년 전 이 자리에 섰던 저 김진표가 재신임을 묻기 위해 나왔습니다. 저 열심히 일해왔습니다. 영통에 있는 46개 학교를 모두 방문해서 건의받은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영통의 교육비 예산도 4배나 늘렸습니다.”
짧은 연설을 마친 김 후보는 명함을 쥐고 아파트 주변 상가를 돌기 시작했다. 박찬숙 후보의 공세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박 후보는 개인적으로 지역의 2년 선배이기도 하지만 존경받는 언론인이기도 하다”며 “비판을 하려거든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는 것인지 분명히 지적해줬으면 한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이 교육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걸고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는 수원 영통은 경기 지역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민의 평균연령은 29살(2004년 기준). 그만큼 교육 수요자가 많다. 영통 주공 1단지에 거주하는 정경섭(40)씨는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5학년, 딸이 1학년이라 아무래도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수원 영통의 교육열을 따지자면 서울 강남이나 분당 못지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율형 사립고 vs 공교육 예산 확대
두 사람의 교육 관련 공약은 각각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내건 교육 공약의 축소판이다.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자율형 사립고와 마이스터고 각 1개 이상을 수원에 설치해, 영통을 교육특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자율성 확대와 교육체제의 다양화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의 구상과 일치한다.
이에 반해 김 후보는 17대 국회에서 망포고·매원고·매탄중을 영통에 유치한 것과 영통의 교육비 예산을 네 배 키운 실적을 앞세우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공교육 예산 확대와 유아 보육지원 및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을 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교육 내실화를 추구해온 민주당의 방침 그대로다. 자율형 사립고 등은 오히려 사교육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수원 영통에서 맞닥뜨린 것은 김진표·박찬숙 두 후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선거는 교육 문제에 관한 정반대의 해법을 갖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싸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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