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정치적 아들’인 전남 목포 박지원 후보, ‘친아들’인 전남 무안·신안 김홍업 후보 </font>
▣ 목포·무안=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3월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하당동에서는 박지원 무소속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열렸다. 사무실과 그 부근은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사무실 앞에 우뚝 선 화환 하나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화환은 양쪽에 ‘김대중 이희호’ ‘필승’이라고 쓰인 리본을 달고 서 있었다. 곧이어 선거본부 출범식이 열렸다. 김옥두·윤철상 전 의원과 남궁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동교동계 핵심 인물들이 다 모였다.
“아버님이 신경을 많이 쓰신다”
같은 시각, 길 건너편에서는 정연식 통합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문을 열었다. ‘김대중’ 화환은 물론 없었다. 동교동계도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그가 낙점한 ‘적통’ 후보가 누구인지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박지원 후보는 DJ의 ‘정치적’ 아들이었다.
다음날인 27일엔 DJ의 둘째아들인 김홍업 후보의 신안군 선거 연락사무소가 목포항 여객터미널 앞에서 문을 열었다. 역시 김대중 화환도, 동교동계 인사들도 왔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과 친아들은 모두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목포와 무안·신안 지역구에 나란히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두 후보는 상대방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도 번갈아 참석하는 ‘품앗이 우애’를 과시했다.
김홍업 후보는 “아버님(김 전 대통령)이 매일 이쪽 상황을 물어보면서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는 바람몰이 선거지만 지역은 조직선거”라며 “선거는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27일 현재까지 황호순 통합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금방 반전될 것이란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황 후보 쪽도 줄곧 민주당 후보만 고집해온 ‘정통성’과 참신함, 깨끗함을 무기로 끝까지 우세한 판도를 지켜나갈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민심도 ‘(김대중) 선생님 아들’과 ‘민주당 공천자’를 두고 속병을 앓고 있다. 27일 무안읍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결같이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투표날 손이 가는 대로 찍어야지라”라며 알 듯 말 듯한 소리만 했다.
신안군 장산도에 사는 한 할아버지(75)도 “마음은 다 돼 있지만, 내가 말을 하겄소? 못하제”라고 말을 잘랐다. 다만,“나이 먹은 사람들은 아직 김대중씨를 따르제”라고 나지막이 덧붙였다.
목포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확연히 갈렸다. 하당동에서 만난 ㄱ(61)씨는 “박지원 후보를 당선시켜 김대중씨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임극(61)씨는 “YS는 한나라당에서 현철씨 공천이 안 된다니까 승복했는데 DJ는 이게 뭐냐”며 “김대중씨가 지원한다고 박지원씨 찍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지역은 백중세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말아
목포의 정영식 통합민주당 후보는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더 이상 팔지 말아야 한다”며 박 후보의 ‘DJ 후광 마케팅’을 비판했다. 반면, 박지원 후보 쪽의 민영삼 공보특보는 “유권자들이 후보는 박 후보를, 정당은 민주당을 찍음으로써 민주당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갚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목포와 무안·신안에서는 민주당에 맞서는 ‘DJ의 아들들’ 때문에 정책 선거는 실종되고 없었다. 무안군을 목포시에 통합한다는 뜨거운 이슈도 목포 앞바다에 수장됐다. 이곳 유권자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쪽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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