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여론 힘 입어 선전하는 경북 구미을 김태환 후보·부산 서구 유기준 후보
▣ 구미·부산=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이명박 대통령 힘이 강해지야 야당들이 발목을 못 잡을 끼고, 그랄라모 일단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야제. 지난 10년간 빚만 늘었는데, 누가 국회의원이 되건 경제를 살리야 안 되겠나는 말이제.”(구미시 옥계동 주택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정숙씨)
“팽소(평소)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한테 투표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김태환이를 찍을 끼다. 똥 누러 갈 때하고 올 때 마음이 다르다디마, 박 대표 수족을 우찌 그리 다 짜를 수 있노. 아이?”(구미시 원호동 아파트상가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유권자)
공천 문제에 대다수 공감
경북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상모동에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신적 고향이다. 동시에 이곳 주민들은 지금껏 ‘한나라당 후보를 당연히 지지해야 한다’는 묵시적 동의를 지키고 살아왔다.
지금 그 표심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이른바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로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 장군 ‘제2호’인 이재순 한나라당 후보와 김윤환 전 민국당 대표의 동생인 김태환 무소속 후보가 맞붙은 구미을. 구미갑에 공천을 신청한 이재순 후보를 한나라당이 구미을에 전략공천하면서 각종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실세가 측근을 챙기기 위해 이 후보를 구미을에 전략공천했다” “이재순 후보는 이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의 고교 2년 후배여서 공천됐다” 등의 말이 돌면서 ‘친박계’ 무소속 바람이 힘을 얻고 있다.
3월20일 치러진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김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22~23일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이 후보를 6%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왔다. 이 후보 쪽은 “이제 바닥을 쳤다”고 하지만, 내심 불안한 표정이다.
‘친박계’ 의원으로,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기준 후보(부산 서구)를 보는 부산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든 않든, 한나라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공감했다.
생가보존회장 피살의 여파는?
서구 남부민3동 등대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63)씨는 “‘친박’을 공천에서 떨어뜨렸으면 또 다른 ‘친박’에게 공천을 줘야지, 너무 일방적으로 공천을 했다”며 “여론이 (한나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전과는 달라서, 어느 쪽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 3월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유기준 후보가 지지율 37.6%로, 30.3%를 얻은 조양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지키고 있던 김재학(81) 박정희생가보존회장의 갑작스런 피살 소식은 영남권 전체에 ‘박근혜 바람’이 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재학 회장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너무 억울하고 비참한 일”이라는 말로 심경을 밝혔다. 공천을 두고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했던 것과 비슷한 뉘앙스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나라당 일색’이던 영남에 무소속 돌풍이 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래도 ‘초록은 동색’이다. 조근래 구미 경실련 사무처장은 “알고 보면 같은 뿌리인데, 친이와 친박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고 이게 선거의 초점이 되면서 정책은 완전히 실종됐다”며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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