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고속도로 등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이용해 세금 빼먹어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민자사업의 지난 ‘15년 역사’를 돌아볼 때 나오는 것은 분통 터지는 한숨뿐이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국민의 혈세를 아낀다는 애초 목적과 달리 전국 방방곳곳이 세금 잡아먹는 하마들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리스크 제로’의 ‘노나는’ 사업
우리나라에서 민자사업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4년 8월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하 유치촉진법)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처음부터 민자사업이 건설사들의 ‘봉’이었던 것은 아니다. 민자사업은 큰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당연히 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위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제도는 만들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정부는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라”는 건설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
그 결과 악명 높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등장하게 된다. 정부는 1999년 4월 부진한 실적을 보이던 유치촉진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을 만들게 된다. 민간투자법의 핵심은 사업의 실제 운영 수입이 추정 운영 수입보다 적을 때 이의 80~90%까지 보전해준다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였다.
그로 인해 어떤 ‘재앙’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민자사업은 ‘리스크 제로’의 ‘노나는’ 사업이 되고 말았다. 건설사들은 이중으로 혈세를 빼먹는다. 먼저 건설비다. 2006년 1월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민자사업자로 지정된 건설사는 (수의계약 형태로) 1천원에 공사를 발주받은 뒤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넘길 때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유도해 624원 정도의 돈만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총 공사비가 1조2900억원이니, 사업을 추진하는 현대산업개발은 단순 계산으로 5천억원 넘는 폭리를 취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교통 예측치를 뻥튀기한다. 실제 예측 통행량이 하루 5만 대로 예상돼도 호기 좋게 10만 대를 외치면 된다. 그만큼 교통 수요가 따라주면 좋고, 모자라면 정부가 예측 통행량의 80~90%까지 세금으로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2000년 12월 개통된 인천공항고속도로다. 삼성건설·한진중공업·동아건설·포스코건설 등 10개 건설사로 구성된 신공항하이웨이주식회사(이하 신공항주식회사)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1995년 10월27일 실시협약을 맺었다.
예측 통행량 뻥튀기
신공항주식회사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하루 교통량이 11만622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교통량은 5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신공항주식회사에 퍼부은 돈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4017억원이나 됐다. 수입 보장이 끝나는 2020년까지는 2조원 가까운 돈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혈세를 뜯어먹고 있는 하마들로는 △천안~논산 고속도로(1584억원) △대구~부산 고속도로(505억원) 등이 있고, 서울~춘천 고속도로 등 교통 예측치를 뻥튀기한 것으로 확인된 민자도로들도 완공되는 대로 그 행렬에 합류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업들은 기획예산처에서 집계하지 않아 현황 파악도 힘들다.
정부는 시행착오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획예산처는 2006년 1월 민간제안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철폐하고, 정부고시사업의 보상 수준을 크게 줄였다. 그 실패로 우리 사회가 배운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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