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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방’으로 그려본 권력지도

등록 2007-12-28 00:00 수정 2020-05-03 04:25

이명박 당선자의 일등공신 4명, 이상득·이재오·정두언·박형준과 그들의 사람들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12월21일 새벽 6시40분부터 통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벨만 울리거나 통화 중이었다. 수행 비서라도 연결될 때면 다행이다. 끊임없이 회의와 인터뷰가 이어져 통화가 어렵다는 수행비서의 되풀이되는 목소리는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에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간신히 잠깐 통화할 수 있었다. 12월19일 저녁 때부터 정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통화하기 힘든 인물 중 한 명이 됐다.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젊고 실무 능력 갖춘 이들

이명박(MB) 당선자 일등공신들의 하루하루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재오·박형준 의원도 마찬가지다. 동생을 당선시킨 5선의 이상득 의원은 쇄도하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정중히 거절한다. 이 ‘4인방’은 이 MB 캠프 내 공신으로 불릴 만한 인물 20여 명 중에서 교차 확인해 뽑은 공신 중의 공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100인, MB의 일등공신 50인, 6인 회의, 이 당선자 주변의 권력지도 ….”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을 주목하는 보도를 기획했다. 5년 전, 10년 전, 1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삼의 사람들, DJ 시대 파워 엘리트, 노무현의 핵심 브레인….” 이렇듯 언론은 왜 당선자 주변의 인물에 주목할까? 은 2003년 4월 을 펴내면서 “어떠한 사람들이 국정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모양새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물 정보를 통해 정부(정권)의 인맥과 국정운영 방향을 이해 또는 전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물을 중심으로 봤을 때 정권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할 수 있다. 지휘자는 대통령이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가 지휘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담아낸 곡을 질서 있게 연주한다. 지휘자와 곡이 결정적 요소이겠지만 연주자와 악기의 구성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읽어낼 수도 있다.

‘MB 오케스트라’의 특징은 뭘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역시 ‘실무 능력’이다. 정두언 의원은 MB 사람들의 특징을 “젊고 실무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아예 “두루뭉술한 사람들은 우리 쪽에서 자리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MB 사람들의 특징은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MB의 용인술(사람 쓰는 스타일)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의 정권을 ‘실용 정부’로 부르려 할 만큼, 사람 쓰는 데서도 철저하게 실용적이다. 그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로 평가되고 있다. 연고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념의 동질성 여부도 부차적이다. 자신의 약점인 불교계에 넓은 인맥을 가진 주호영 의원을 영입한 것은 한 사례다. MB는 당내 경선 이전까지만 해도 주 의원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리더십과 정치적 자산의 뼈대인 ‘일’(추진력)이 실제 사람을 쓰는 데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MB의 정치적 자산=용인술=MB의 사람들’은 따로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작동 원리를 보인다.

MB 오케스트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방사형’이다. 의사결정 구조가 수직적이지 않다. 2인자나 2인자들의 그룹이 따로 없다. YS나 DJ 때처럼 한 계보를 중심으로 한 의사 결정의 독점을 볼 수 없다. 정종복 의원은 “(MB는)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여러 사람한테 의견을 물어서 결정한다”며 “어느 한 사람한테만 얘기를 듣진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MB를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다’라는 식의 해석은 무리다. 이성권 의원은 “절대 어느 한쪽으로 힘을 몰아주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방사형의 오케스트라는 이명박 1인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래서 MB 캠프에 있던 인사들에게 선거 과정에서의 공신 50명이나 100명을 꼽으라면 상대적으로 쉽게 대답하지만, 범위를 확 좁혀 핵심 인물 5명이나 10명을 꼽으라면 대부분 머뭇거린다.

이 뽑은 ‘4인방’ 가운데선 우선 이 당선자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이 의원은 경선 시기 MB의 한나라당 내 기반을 구축하고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 쪽과의 갈등을 조율했다. 경선 중재안과 ‘BBK 특검법안’을 수용하도록 동생을 설득해 받아들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시중, 김덕룡, 박희태, 이재오 의원 등 ‘6인 회의’(당선자 포함)를 통해 원로 및 중진의 의견을 모아 당선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친인척이 될 이상득 의원은 앞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원로들의 역할도 앞으로 선거 때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두언과 ‘서울 시청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재오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큰 역할을 했다. 2004년 한나라당은 박근혜 체제로 짜인다. 이 의원은 당내 비주류인 ‘이명박계’의 대표 주자로서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의원 등과 함께 MB가 당내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터를 다져왔다. 거친 그의 말이 가끔 구설에 오르긴 하지만, 그의 공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방호, 권철현 의원 등 중진급 의원들도 본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 의원은 오랫동안 당내 중도 성향의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모임과 당대표 선거 등을 통해 친밀도를 높인 진수희 의원 등 수도권 및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을 MB 캠프로 끌어왔다.

정두언 의원은 ‘좌두언, 우두언’이란 말을 낳을 만큼 MB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MB를 도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출발한 그는 17대 국회의원이 된 뒤 이재오 의원과는 다른 차원에서 MB를 위해 때론 박근혜 쪽과, 때론 열린우리당 및 대통합민주신당 쪽과 몸을 던져가며 싸웠다. 인수위안을 짤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양한 MB 인물군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중 발탁한 정태근, 조해진, 박영준, 강승규, 이춘식, 송태영 등은 대선 캠프 실무 라인의 책임자급이다. 이들은 ‘서울 시청팀’으로 불린다.

박형준 의원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뒤늦게 합류했지만 능력과 성실함으로 이 당선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교수 출신이자 이론가인 그는 대변인으로서 MB의 입 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의원은 한때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주축인 ‘수요모임’ 소속의 젊고 개혁성을 띤 초·재선 의원들인 정병국, 남경필, 이성권, 이주호 의원 등이 MB 캠프로 올 수 있도록 길을 텄다.

MB 캠프 실무팀의 특징은 젊다는 점이다. 경선을 치르면서 꾸린 안국포럼엔 당 안팎에 젊고 개혁적이라고 평가받아온 권택기, 박재승, 백성운, 김영우, 신재민, 윤석태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본선 캠프에서 실무라인의 책임자급 역할을 맡았다. 또 경선을 시작하면서는 이태규, 이동관, 박흥신, 임재현 등이 합류했다. 이들 중 386 운동권 출신도 상당수다. 이성권 의원은 “이들은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운동권 경험을 가진 젊은 연령대들로 개혁적 보수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보의 중도보수적, 실용적 이미지와 어울린다. 물론 당내에 여전히 보수적 정서가 강하고, 386 운동권 출신을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탓에 자신들의 과거 경력을 내세우는 편은 아니다. MB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두 번 다 캠프를 실무 인사 중심으로 꾸렸다. 인수위도 마찬가지로 구성한다는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의원은 “MB 세력을 원로, 중진, 소장 그룹으로 나눈다면 힘의 변화가 원로 및 중진 그룹에서 이젠 ‘신주류’인 소장 그룹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대선을 치르면서 중요한 포스트에서 일했던 실무 책임자급들은 4월9일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이상 청와대에서 일할 핵심 멤버들이기도 하다. 또 의회 진출을 준비하는 이들은 기존의 당내 젊은 소장개혁파 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 주역들로 주목할 수 있다.

공신과 관료를 어떻게 배합하나

MB 정권의 권력지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작업 중이다. 인수위를 거치면서 전문가와 관료 그룹을 중심으로 또 한 번 큰 폭으로 새 인물을 수혈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예비 청와대다. 동시에 당선자의 손과 발이기도 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인수위를 잘 구성하면 청와대를 잘 구성할 수 있고, 청와대를 잘 구성하면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제대로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청와대는 어떻게 구성될까? 지금까지 이명박의 사람들은 몸을 던져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던 공신들이지만, 후보 이명박이 아닌 대통령 이명박이 필요한 인물은 다를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 원칙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실무자 위주로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선거 과정에 공을 세웠던 인사와 외부 전문가 및 관료 그룹을 어떻게 배합해 초기 이명박 정권의 권력지도를 완성할지 아직 미지수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에서 “선거운동에는 단기적 시각을 갖고 특수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 개발에 능한 순발력이 강한 보좌 인원들이 요구되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강한 개인적 충성심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국정운영에는 어느 정도 특정 정책에 대한 중기적 또는 장기적 시각을 갖고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보좌 인원들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물론 선택은 MB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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