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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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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

등록 2007-11-30 00:00 수정 2020-05-03 04:25

김경준 누나 에리카 김과의 전화 인터뷰…“동생이 처벌 받는다면 이명박도 처벌 받아야”

▣ 특별취재팀

은 지난 3월 ‘BBK 사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면서 맨 먼저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과 관련돼 있지 않냐는 의혹과 함께 늘 그의 이름이 따라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경준씨의 이름은 낯설었다.

지난 11월16일 김경준씨가 송환된 이후 김씨와 이 후보가 맺었다는 ‘비밀 계약서’(이면계약서)가 BBK 사건의 핵으로 등장하자 에리카 김의 이름이 다시 조명받았다. 사실 에리카 김이란 이름은 이명박 후보나 그의 친형과 처남이 대주주로 있는 다스, 그리고 옵셔널캐피탈(옵셔널벤처스의 후신)이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낸 소송에서 늘 피고인들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그는 BBK 사건에 깊게 관여돼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994년부터 이명박 후보와 잘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가 ‘입’을 뗐을 때 어떤 얘기가 나올지 궁금해했다. 지난 한 주 새 그는 몇몇 언론의 인터뷰에 응했다. 은 11월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명박 쪽, 자꾸 말이 바뀌어

이명박 후보 쪽에선 한글판 비밀 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인감도장이 위조됐다고 한다.

=자꾸 가짜라고, 틀리다고 하겠지. 그런데 처음엔 내 동생한테 인감을 맡겨놨다고 하다가, 다시 인감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니 이젠 가짜라고 한다.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경준이한테 맡겼다는 거냐? 그리고 어떻게 인감도장을 맡길 수 있냐? 계속 말이 바뀌고 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명박씨의 인감도장이 틀림없다. 이명박씨 쪽에서 하도 복잡하게 얘기하고 늘 틀리게 얘기하는데, 2000년 2월 계약서에 찍힌 인감은 위조된 게 아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안다. 수사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명박씨가 그 인감을 계속 썼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을 비교해보면 될 일이다.

동생이 왜 이명박 후보와 이런 계약을 맺었나?

=한 명(김경준)은 잡혀서 얘기를 못하고, 한 명(이명박)은 자기 맘대로 지어서 얘기한다. 계약서 만들게 된 동기가…. 이명박씨가 BBK의 지분을 LKe뱅크로 넘기고(한글판 계약서), 세 가지 계약서(영문판 계약서)를 만든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들이 필요한 기관에 제출될 때, 하나하나 따로 쓰일 수 있는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명박의) 소유권은 하나도 안 바뀌고 유지가 된다.

BBK 정관 주고 나선 발뺌

왜 동생이 그런 계약에 참여했나?

=동생한테 대충은 들었다. 당장은 기억이 안 난다. 찾아보면 어디 기록이 있을 텐데, 확인하기 전에 말씀드리기가 그렇다.

이명박 후보가 BBK와 LKe뱅크의 실소유주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들은?

=지금 생각나는 건 (BBK와 LKe뱅크의) 정관이 있다.

한나라당에선 위조됐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뭐든지 다 위조됐다고 한다. 이명박씨가 (BBK와 LKe뱅크를) 총괄한다는 정관이 금감원에 제출된 게 맞다. 정관이 위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건, 그 정관을 다스가 소송 과정에서 우리 쪽에 먼저 줬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내 동생이나 나는 미국에 있으니까, 그런 서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자기네들이 갖고 있던 증거서류였다.

법원에 증거로도 채택됐나?

=그렇다. 다스 쪽에서 그 자료를 우리한테 주기에 우리는 ‘고맙다’고 했다. 정작 우리한테 주고 나서는 정관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공증을 받아야 하는데, 공증을 받지 않은 거라고 빼기 시작했다. 검토를 제대로 안 하고 실수로 우리한테 넘어온 거다. 내가 알기론 그 정관이 공증을 받아서 금감원에 접수된 정관이랑 똑같다. 그 정관에 보면 이명박씨의 의결권이 있다. (BBK에 대한) 소유권이 없으면 왜 의결권이 있겠나? 나는 정확하게 있는 것만 갖고서 얘기하고 싶다.

이 후보와 BBK 및 LKe뱅크의 관계를 보여주는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증거들이 있나?

=몇 가지 더 있다. 하지만 내가 또 뭘 공개하면 거기(한나라당)에서 위조니, 날조니, 가짜니 할 테니 지금은 그런 것들을 공개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이명박 후보가 BBK와 LKe뱅크의 실소유주가 맞나?

=이명박 후보가 100% 소유주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이 후보의 말보다 당신 가족의 말을 조금 더 신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더라.

=진실이 우리 편이니, 당연한 거다.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가 처음 만난 게 99년 초가 맞나?

=맞다. 2월인가 3월인가 그렇다.

당신이 다리를 놔준 거 아닌가?

=아니다. 이명박씨가 동생한테 먼저 연락해서 만났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왜 이명박 후보가 그런 사소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다. 대통령 후보가 그래선 안 된다. 2000년 초까지 내 동생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그래야 “BBK와 상관없다”는 자신의 주장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한나라당이 이명박씨가 99년 초 거의 한 달 동안 한국에 있었다고 밝히지 않았나?

이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씨도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김백준씨는 BBK에 매일 와서 일했다. 김백준씨가 밑에서 모든 걸 검토·확인하고 이명박씨에게 보고했다. 그래서 부회장이란 타이틀이 붙은 거다. 그런 타이틀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김백준이 BBK의 부회장이었던 게 맞나?

=내가 아는 바로는 그렇다.

몇번이나 더 패소해야 정신 차릴까

이명박 후보와 다스가 왜 2004년에야 당신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나?

=얘기할 입장이 못 된다. 그러나 (2001년) BBK가 다스에 50억원을 되돌려주고 나서는, BBK와 다스의 모든 채무가 정리됐다. 그걸 확인해 주는 이상은(이명박의 친형)씨의 도장이 찍힌 서류도 있다. 그런데 무슨 계산과 목적으로 이미 끝난 문제를 갖고 3년이 지난 뒤 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했지만 우리가 (미국 법원에서 판결이 난 소송에서) 두 건이나 승소했다. 재판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이 후보는 2001년 4월 이후 김경준씨와 결별했다고 한다.

=결별 안 했다. 내가 아는 한 관계가 계속됐다. 구체적인 건 확인을 한 뒤 말하겠다. 난 얘기할 때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선 얘기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선 당신이 김경준씨와 함께 옵셔널벤처스 횡령금을 미국 네바다주에 설립된 Next step과 Zoic 등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 똑같은 얘기를 다스가 우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했다. 또 연방 검찰이 우리를 상대로 한 재산 압류소송에 다스가 참여했는데, 역시 패소했다. 소송을 할 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와서 또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도대체 몇 번이나 더 패소해야 현실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지금껏 한나라당이 한 비방은 근거가 없다.

끝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내 동생이 범죄인이라면 이명박씨도 범죄인이고, 내 동생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이명박씨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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