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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통령을 뽑는 나라?

등록 2007-11-23 00:00 수정 2020-05-03 04:25

‘BBK 사건’ 검찰 수사의 초점… 이명박 후보가 기소되면 법률상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는 상황

▣ 특별취재팀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검찰은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BBK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심텍이 2001년 김경준씨와 함께 이명박 후보를 고소했다. 긴급체포된 김경준씨가 심텍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고소 취소로 이명박 후보는 ‘혐의 없음’ 통보를 받았다. 이때 이명박 후보가 대표이사로 있는 LKe뱅크와 BBK, MAF 펀드 계좌가 동원돼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이 한창이었다.

김경준씨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 금융감독원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을 뒤늦게 조사해 2002년 4월 검찰에 통보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조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된다. 당시 수사를 주무했던 검사는 “이명박의 ‘ㅇ’도 안 나왔다”며 사건이 이명박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의 ‘ㅇ’이 수없이 나타났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김경준씨가 11월16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검찰에 세 번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BBK 사건’이 이 후보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규명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또다시 대선의 키를 검찰이 쥐게 됐다.

1997년엔 당시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이 문제였다. 검찰은 그냥 지나쳤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발표가 있었다.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 이번엔 어떨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정해진다는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사에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 몇 달간 ‘BBK 사건’을 취재한 은 검찰 수사의 초점이 뭔지 살펴봤다. 수사의 초점은 이 후보의 관련성이 어느 정도이며, ‘사법 처리’로 이어질 만큼 중대하냐이다. 기소가 되면 후보의 법률상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겉으론 사건의 한복판에 김경준이란 인물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국민들의 관심은 이명박 후보에 쏠려 있다.

1.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

다스는 2000년 190억원을 BBK투자자문에 투자했다고 주장한다. 2001년 50억원만 돌려받고 나머지 14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 190억원의 주인은 누구이며, 출처는 어디일까?

김경준씨는 지난 8월 과의 인터뷰에서 “다스가 투자한 돈(190억원)은 이명박의 돈이다. …사실상 그의 회사다”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의문에 김경준씨가 내놓은 답이다. 하지만 검찰은 결론을 못 내렸다. 지난 8월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 후보의 재산 의혹과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스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작업은 현 경영자들이 자료 제출과 출석에 불응하고 있어 어렵다. 핵심 참고인인 김경준씨가 귀국할 경우 수사를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입이 실마리를 풀 또 하나의 단서임이 틀림없다.

190억원의 출처는 훨씬 복잡하다. 지난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한 검증위원의 질의는 중요한 힌트다. “위원회에서 계좌를 확인한 결과, 2000년 12월 보험 만기가 되면서 김재정씨가 90억원, 이상은씨가 60억원을 각각 빼냈다. 이 150억원은 다스 돈이 아니라 개인 돈으로 추정되며, 그 돈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음해 6월 조흥은행 이상은씨 계좌로 147억원이 몽땅 입금됐다. 김경준은 받지 않았다는데… 이 돈의 행방도 규명이 안 되고 있다.” 검증위원이 말하는 150억원은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다. 검찰은 이명박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친형인 상은씨의 공동 소유로 알려졌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와 관련해, 실소유주는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라고 밝힌 바 있다. BBK에 투자됐다는 다스의 돈과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행로는 검찰 수사의 중요한 포인트다.

다스의 자금 사정은 빠듯했다. 은 한 회계법인에 다스의 2001년 이후 감사보고서의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을 맡은 이아무개(35) 회계사는 “한 해 30억원 정도를 버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190억원을, 그것도 리스크가 큰 장기투자일임계약이라는 방식으로 투자했다는 건 믿기 어렵다”며 “다스가 상장사라면 주주들의 집단소송이 들어올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스가 BBK투자자문이 청산된 한참 뒤인 2003년 김경준씨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도 의문점이다. 는 지난 11월12일치에 미국 회계법인인 엔젤앤드엔젤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도곡동 땅 매각 대금과 다스 돈이 BBK와 이명박 후보가 대표이사를 지낸 LKe뱅크의 자본금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2. BBK 실소유주?

김경준은 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LKe뱅크 자본금 60억원이 모두 다스에서 왔다. BBK에는 30억원, e뱅크증권중개엔 100억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진실일 수도 있지만 어기까지나 그의 말일 뿐이다. 이 말은 다스가 투자한 190억원이 BBK, LKe뱅크, e뱅크증권중개의 설립 자본금으로 쓰였으며, 결국 세 회사 모두 이명박이 실소유주라는 말이다. 단순히 시기만 따져보면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실체를 따져봐야 한다.

가 처음 입수해 보도한 BBK의 정관 30조 2항엔 “…단, 위 과반수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후보 쪽에서 위조됐다고 주장한다. “BBK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이 후보의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후보는 2000년 10월15일 와의 인터뷰에서 “올 초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밝히는 등 당시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K를 자신이 창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 쪽은 당시 인터뷰가 모두 오보라고 주장한다.

핵심은 BBK투자자문이 1999년 11월16일 투자자문업을 등록하기 전 증자 대금으로 들어온 30억원의 실제 주인과 행로다. 형식상 김경준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종이회사인 BBK캐피탈파트너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e캐피탈이란 창업투자회사가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차익 없이 그대로 빠진다. 이 30억원의 비밀을 푸는 게 BBK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열쇠다.

약 600억원에 이르는 BBK 투자금을 모으는 과정에 이 후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이 후보는 BBK에 4억원을 투자한 장로회신학대학교에 투자 권유를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BBK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심텍은 이 후보를 보고 BBK에 투자했다며 민·형사상 소를 제기한다. 법원은 2002년 1월15일 심텍이 이 후보와 BBK의 법률적 관계를 입증하자, 이 후보의 서초동 집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내린다. 김아무개(36) 세무사는 “이 후보가 BBK 투자 유치를 왜 했겠냐?”며 “자기 것이거나 BBK의 이익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LKe뱅크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등기상 BBK는 김경준이 대표이사로 돼 있다. BBK, LKe뱅크, e뱅크증권중개 세 회사와 이 후보의 실제 관계가 정확히 뭔지 밝혀져야 한다.

3.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일어났다. 옵셔널벤처스 대표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던 김경준은 주가조작을 벌이고 38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건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바로 직전까지 횡령액 중 220억원을 국내 BBK 투자자들한테 송금했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주가조작과 횡령이 김경준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들이 있다. 주가조작 기간에 김경준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 17층과 서울 강남 대치동 코스모타워 8층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씨와 한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문제는 BBK뿐 아니라 LKe뱅크, MAF, AM파파스 등 이 후보와 여러 형태로 관련된 기업과 펀드 등도 주가조작에 동원된다는 점이다. 이 계좌들을 통해 자금이 세탁되는 과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금감원의 조사는 또 다른 문제다. 금감원은 2001년 3월 코스모타워에 직접 나가 BBK에 대한 검사를 벌였다. 김경준이 BBK 회사돈 30억원을 LKe뱅크 증자 대금으로 납입한 것 등을 문제 삼아 BBK투자자문의 등록을 취소한다. 그런데 LKe뱅크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또 2001년 5월과 12월 증권업협회로부터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혐의를 통보받는다. 그런데 금감원은 김경준이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2002년 3월에야 조사에 착수하고 LKe뱅크 등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부분은 아예 손을 대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린다.

검찰이 대선 전에 수사 결과를 내놓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론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수위로 언제 발표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금감원 문건 유출 수사해야

김경준이 금감원에 제출했다는 확인서, 금감원은 진위논란에도 수수방관

11월13일 금융감독원 증권검사2국 증권5팀에서 앞으로 등기가 하나 날아왔다. “금융감독원 임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거나… 문건의 실재 여부에 대해 확인해드릴 수 없다.”
앞서 11월1일 은 금감원에 공문을 보냈다. ‘LKe뱅크(주)에 대한 김경준의 지분 취득 관련’ 등 2개 문건(이하 확인서)의 실재 여부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이다. 확인서는 지난 8월17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50억원(1차로 5천만원 청구)의 손해배상 소송의 증거자료로 첨부됐다. 이 후보 쪽은 ‘BBK’ 관련 의혹이 보도될 때마다, “김경준이 BBK가 100% 자기 것이라는 확인서를 금감원에 냈다. 따라서 이 후보와 BBK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확인서는 ‘진짜’일까? 금감원은 의 요청에 침묵했다. 공문서 위·변조 및 내부 문건 유출 등과 관련된 일인데도 금감원은 수수방관이다. 위·변조된 공문서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이 해당 공공기관에 문서의 진위를 물어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버티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회에도 원칙 없이 애매한 답을 되풀이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확인서는 다스가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낸 소송의 증거자료로도 제출됐다. 하지만 미 법원은 ‘적법한 절차로 확보한 진짜 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의심했다. 한겨레 소송에 첨부된 2장의 확인서도 다스가 제출했던 증거자료의 일부다. 문서는 ‘FSS의 BBK 감사결과’란 제목의 A4용지 30쪽짜리다. 육안으로도 김경준씨의 사인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곳엔 김경준의 사인이, 또 어떤 곳엔 막도장이 찍혀 있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 중 서혜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이 문서의 진위를 묻자, “금감원의 문서 작성 형식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한편으로 (김경준의) 사인 등의 진위를 묻자 “전문가의 감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금감원이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알쏭달쏭하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은 여전히 확인서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고승덕 전략기획팀장은 11월12일치 의 ‘다스 BBK 투자금, 이명박 후보가 만든 LKe뱅크 자본금으로’란 제목의 보도에 대해, “금감원 조사 당시 김씨는 자신이 BBK 회삿돈을 유용한 사실을 분명히 시인했다”고 해명한다.
서혜석 의원실의 차가진 비서관은 “금감원의 국장이 찾아와 30쪽짜리 문서 중 실제 금감원에 ‘반은 있고, 반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정봉주 의원실의 여준성 보좌관은 “금감원의 한 간부가 자신들은 ‘FSS’란 단어를 안 쓰고, 문서 중간에 섞여 있는 영어를 그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고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걸까?
김현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지난 10월26일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김용덕 금감원장을 다그쳤다. “다스가 금감원의 공문서를 위조해서 미국 법원에 보냈다. 그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금감원에서 제출한 서류 같은 게 끼어 있는 것으로 봐선, 금감원 내부 문건이 유출된 거 아니냐?” 김 의원의 말마따나 이명박 후보 쪽과 다스의 공문서 위·변조, 금감원의 문건 유출에 대한 수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검찰의 수사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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