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50년대부터 시작된 공정무역의 역사…상품과 단체를 인증하는 라벨도 생겨
▣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공정무역은 생산자들에게 ‘가장 싼값’이 아니라 ‘공정한 값’을 지불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쌀·커피·바나나 등 1차 상품 생산자의 노동을 평가절하하지 않고,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자는 취지다.
‘막스 하벨라르’의 화려한 성공
공정무역의 시작은 1940~50년대 ‘텐 사우전드 빌리지’ 같은 시민단체나 종교단체가 제3세계 주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주먹구구식으로 사다팔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에는 ‘원조 대신 무역을’이란 구호 아래 ‘대안무역’ 운동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제3세계 사람들의 전통적인 생활 모습을 파괴하고 그들의 삶을 획일화하는 다국적기업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인식의 틀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공정무역이 지금처럼 ‘사업’의 꼴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공정무역 커피의 대명사인 ‘막스 하벨라르’가 등장한 1980년대부터다. 막스 하벨라르의 설립자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멕시코 오악사카 지역 농부들이 커피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코요테’(승냥이)란 악명이 붙은 중간상인을 배제하고 지역 농부들이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게 했다. 이들이 직접 가격을 결정한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를 유럽 시장에 팔았고, 이 ‘농부들을 돕는 커피’는 시장을 파고들었다. 막스 하벨라르의 성공 이후 독일의 ‘트란스페어’, 영국의 ‘페어트레이드재단’ 등 공정무역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럽을 넘어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에서도 공정무역이 활발하다.
국제공정무역 단체 연합체인 IFAT(International Fair Trade Organization)에 따르면 2007년 현재 70여 개 국가, 300여 개의 단체, 100만 명의 생산자들이 공정무역에 참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영국 ‘옥스팜’, 이탈리아 ‘CTM’, 일본 ‘피플 트리’ 등도 모두 IFAT의 회원이다. 지난해 세계 공정무역의 전체 매출액은 약 2조원으로 2005년에 견줘 41% 증가했다. 커피·바나나·수공예품 등 일부 품목에서 시작된 공정무역은 지금은 사과·쌀,·코코아 등 농산물은 물론 설탕·초콜릿·와인·맥주·요거트 같은 가공식품, 나아가 면제품·청바지에 이르기까지 그 품목이 다양해졌다. 현재 공정무역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만 전세계적으로 2천여 개며 유럽에서는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공정무역 상품을 살 수 있다.
공정무역에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누가 공정함을 결정하는가?’이고, 두 번째는 ‘그것이 공정하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믿을까?’이다. 1990년대 중반, 막스 하벨라르의 성공 이후 유럽 시장에서 ‘공정무역’(fair trade)의 외피를 쓴 짝퉁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공정무역은 ‘신뢰 상실’의 위기에 빠진다. ‘공정무역’ 업체들이 저마다 로고를 발행해 한때 유럽에서는 ‘공정무역’을 뜻하는 로고가 9개나 난립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도 깊어져갔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프란스 신부는 공정무역 상품에 붙이는 라벨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의 운동은 1997년 공정무역 라벨 인증 단체인 FLO(Fairtrade Labeling Organization)의 설립과 FLO마크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FLO마크는 지금까지 공정무역 상품임을 인증하는 마크로 공인받고 있다.
국제공정무역 단체 연합체인 IFAT은 2004년부터 공정무역 단체임을 나타내는 ‘심벌 마크’도 만들었다. IFAT의 공정무역 10대 기준(표 참조)을 지키는지 여부를 IFAT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1차적으로 검증되면 해당 공정무역 업체는 심벌마크인 ‘FTO마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옥스팸, 카페 다이렉트, 피플트리 등 150여 개 회원 단체가 ‘FTO 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 경제 흐름을 바꿔야
프란스 신부는 2001년 “우리는 공정무역을 좀더 대중화해야 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 거래 제품이 몇 개의 네트워크를 통해 보급되는 시기를 넘어 이제 경제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300개 IFAT 회원 단체들은 매년 5월 둘쨋주 토요일에 모여 축제를 연다. 이날은 IFAT가 2001년 정한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활동가들은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공정무역이 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를 놓고 한바탕 토론을 벌인다. 세계 공정무역은 가난한 농부들을 돕기 위해 마시는 ‘이념으로서의 커피’가 아니라 맛있고 품질이 좋아서 마시는 ‘제품으로서의 커피’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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