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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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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으로 돌파하라

등록 2007-08-24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국내 공정무역 업체들, 인지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font>

▣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은 야생 유기농 커피가 kg당 25센트에 팔리고 있었죠.” 2005년 2월, 전성한 YMCA 기획실장은 동티모르 사메 지역을 방문했다. 사메는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해발 1100m의 고산지대다. 240여 가구가 사는 이곳에는 300여 년 전 포르투갈 식민지 때 포르투갈 사람들이 심었던 커피나무가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껍질도 벗기지 않은 빨간 콩 상태의 커피를 가마니에 담아 팔았다. 이들이 딴 커피는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중간업체 타르코가 휩쓸어갔다. 이 가격대로라면 스타벅스 커피 한 잔 2.5달러(평균가격) 가운데 동티모르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1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YMCA는 사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커피콩의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건조 작업까지 마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가공한 녹색 커피콩(생두·green bean) 상태로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수확기인 6~7월이 오기 전 4개월 동안 1500만원짜리 커피 껍질 벗기는 기계 두 대를 들였고,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우물 4개를 만드는 데 2천만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공동 건조 작업장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녹색 커피콩을 YMCA는 kg당 3.5달러에 샀다. 기존보다 3배가량 비싼 값이다.

YMCA와 두레생협이 선두주자

이 커피가 인천항에 들어오면, 경기도 일산의 로스팅 업체인 배스토피아에서 커피를 볶고 포장까지 해서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 ‘피스 커피’를 만든다. 피스 커피는 원두 파우치로는 220g짜리 두 팩에 3만원이다. 200g들이 보통 스타벅스 원두커피가 한 팩에 1만2천~1만4천원인 것을 생각해보면,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원창수 YMCA 간사는 “지금은 류보라, 양동화 등 3명의 간사가 직접 현지에 가서 농민들과 의견 교환을 하며 사메 지역에 커피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립적으로 커피 질을 향상시켜서, 더 좋은 가격에 유기농 커피를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합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하는 곳은 YMCA, 두레생활협동조합, 아름다운가게, 여성환경연대 등으로 채 다섯 곳을 넘지 못한다. 이들은 공정무역이 기존 무역과 다른 점으로 ‘생산자와의 교류’를 꼽는다. 2004년부터 필리핀 네그로스섬에서 ‘마스코바도 설탕’을 수입해온 두레생협은 국내 공정무역 선발주자다. 이들은 500g에 2천원을 받고 설탕을 판다. 제일제당 설탕이 1kg당 800원인 데 견주면 값은 비싼 편이다. 그러나 설탕 판매 가격의 10%를 적립해 필리핀 네그로스섬에 우물·수도관·펌프를 놓고, 다른 수입원을 만들 수 있도록 산양 등 가축을 분양해준다. 응급장비 등을 갖춘 건강센터도 설치했다. 매년 물건을 사는 생협 조합원이 필리핀에 가서 현지 생산자들을 만나고, 필리핀 현지 생산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서로의 농업 기술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매년 1400만원이 네그로스섬 현지 주민과의 교류 및 환경 변화를 위해 사용돼왔다. 사람이 오고 가는 무역이다.

의류는 농산물보다 복잡해

YMCA나 두레생협은 국내에서는 공정무역 터줏대감이다. 고작 2~3년 경험이지만 그렇다. 나머지는 시작 단계다. 지난해부터 네팔 굴미 지역 생산자협동조합한테서 kg당 3.45달러에 커피를 산 ‘아름다운가게’는 아직 현지 방문은 한 번밖에 못했다.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무역팀장은 “지금부터 커피 판매액의 5%를 적립해 굴미 생산자 조합에서 필요한 것들, 커피껍질 제거기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작 단계다 보니 직접 생산자를 개척하기보다, 기존의 공정무역 업체가 닦아놓은 터전 위에서 준비 중이다. 아름다운가게가 굴미 지역을 알게 된 것은 일본의 공정무역 업체 ‘네팔리 바자로’를 통해서다. 네팔리 바자로가 농가수입이 전혀 없던 네팔 고산지대 굴미 지역을 알게 됐고 이들로부터 커피를 사온 것이다. 굴미 지역에서 나는 커피는 모두 30t인데 이 중 네팔리 바자로가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20t이다. 네팔리 바자로와 굴미 지역은 또 다른 판로를 찾고 있었고, 마침 공정무역을 고민하던 아름다운가게가 남은 10t을 구매하게 된 것이다. 내년부터 유기농 공정무역 의류 브랜드를 시작할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역시 네팔리 바자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네팔리 바자로가 거래하고 있는 마누시, 마하구티, 밀란 가먼츠, 코튼크래프트 등을 접촉했고 이들 중 2~3개 업체와 거래를 계획 중이다.

이미영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는 “의류는 원단, 디자인, 바느질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서 농산물보다는 공정무역을 하기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는 기반이 갖춰진 업체들을 중심으로 좋은 품질의 공정무역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공정무역은 단순한 기부 행위가 아니라 지속적인 구매가 이루어질 수록, 현지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상품의 질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자와의 교류나 임금의 적정선 결정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네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힌 후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 이미영 대표는 “좀 더 현장경험이 축적되고 네팔에 대한 이해를 더욱 구체적으로 해가면서 네팔 생산자들이 행복해 지기위한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간여 하는 것은 '수평적 거래'가 아니라 '수직적 거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작 단계인 한국 공정무역 업체들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탓인지 제품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두레생협은 마스코바도 설탕이나 팔레스타인 올리브유의 마진율에 대해서 “아직 사업이 정착되지 않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는 “네팔 커피의 경우 도매가격은 5500원인데, 소매가격은 1만원이다”라며 “아름다운가게에서 물건을 팔면 소매 마진은 45%가 되지만, 그 외 삼성 홈플러스 등에 납품할 경우 마진율은 20% 정도로 떨어져서 마진율이 얼마라고 평균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은 인증마크도 별 소용 없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하는 이들은 우선 “공정무역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는 2000년 이후 공정무역 거래량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고, 유럽 시민의 80%가 공정무역이 뭔지 알고 있지만,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다. 신충섭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무역팀장은 “유럽 등에서는 공정무역을 인증하는 ‘FTO’ 마크나 ‘FLO’ 마크를 받으면 상품의 질을 인정받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인지도가 낮아서 그런 인증마크도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감동’이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소비로 생산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감동,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명하고 정직하다는 감동 말이다. 국내 공정무역 업체들은 이 점을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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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빈곤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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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darkblue">여성환경연대 활동가에서 공정무역 의류 사업가로 변신한 이미영씨 </font>



이미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5월 사업가로 변신했다. 유기농 공정무역 의류 브랜드 ‘그루’(gːru)를 내는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대표이사가 된 것이다. 그는 “그루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숲이 되듯 ‘윤리적 소비’를 통해 아시아에 새로운 숲을 만들자는 의미”라며 “공정무역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font color="#C12D84">공정무역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font>
=7년 동안 몸담아온 여성환경연대를 곧 그만둘 예정이다. 2005년부터 베트남, 타이, 네팔, 인도, 일본 등을 방문하며 공정무역을 준비해왔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고, 소비자들에게는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 공정한 세계를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하는 기쁨을 느끼게 만든다. 대단한 결단 없이도 대안적 세계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공정무역의 큰 매력이다.
<font color="#C12D84">공정무역의 품목 가운데 의류 사업을 택한 이유는.</font>
=공정무역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먹을거리로 갔을 것이다. 우리는 ‘여성의 빈곤’에 더 초점을 맞췄다. 하루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는 인구 13억 명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패션은 여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장악해서 작업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옷을 통한 공정무역이 늘어나면, 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난다. 사업적 고려도 있었다. 1990년대 이후부터 패션은 공정무역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커피 공정무역의 상징인 막스 하벨라르도 패션 사업에 진입했고, 피플트리 같은 패션 전문 공정무역 업체도 생겼다. 일본도 90년대 패션 공정무역 사업에 진입해 2000년대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font color="#C12D84">구체적인 공정무역 방식은.</font>
=네팔을 찾은 것은 두 번이다. 처음 갔을 때는 공정무역의 좋은 점만 관찰했다면, 이번에는 네팔 현지에서 비정부기구(NGO)들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가, 이들과의 관계맺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정말 물건을 만드는 생산자 개개인과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을 했다. 우리에게 네팔의 공정무역 업체들을 소개한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는 건강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소규모 기업들과 관계 맺는 데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도 공정무역의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font color="#C12D84">공정무역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라는 지적이 있다.</font>
=그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대해 고민하는 게 나쁜 건가. 다만 공정무역을 하면서 그 나라를 바꾸려 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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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font color="#C12D84"></font>

회사 두레생협
제품 마스코바도 설탕 5880 올리브유
원산지 필리핀 팔레스타인
가격 2천원/500g 1만1천원/500㎖
살 수 있는 방법

(1) 두레생협(www.dure.coop)에 조합원 가입→온·오프라인 생협 매장 이용
(2) 비영리단체 홈페이지(팔레스타이평화연대, 한밭레츠(대전), 여성환경연대) 이용

회사 아름다운가게
제품 히말라야의 선물(커피)
원산지 네팔
가격 1만원/200g(분쇄커피·홀빈커피) 5천원/4g X 12(티백)
살 수 있는 방법
(1) 홈플러스·갤러리아백화점·아름다운가게 등 매장이용
(2) 1577-1113으로 전화 주문
(3) 대학로 카페 수다, 인사동 카페 숨 등에서 주문(상세내용(www.beautifulstore.org 참조)

회사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제품 의류·홈데코·패션소품
원산지 네팔·인도 등
살 수 있는 방법
홈페이지(www.ecofairtrade.co.kr)에서 구매

회사 YMCA
제품 피스커피
원산지 동티모르
가격 3만원/220g X2(가루) 2만원/4g X 60(티백)
살 수 있는 방법

(1) 02-754-7891로 전화 주문
(2) 서울 아현동 카페 티모르에서 주문 가능(홈페이지 www.ymcakorea.org는 9월에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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