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신사 참배를 비판해온 합리적 우익 가토 고이치…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을 똑같이 고려해야
▣ 도쿄=글 스나미 게스케 프리랜서 기자 yorogadi@hotmail.com
▣ 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합리적인 일본의 우익이 바라본 야스쿠니신사는 어떤 모습일까. 가토 고이치(67) 일본 중의원은 자민당의 전 간사장으로 방위청 장관과 관방장관까지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가토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일관되게 비판해왔고, 그 때문에 야마가타현의 그의 집은 극우 방화테러의 표적이 돼 깨끗하게 타버리기도 했다.
그는 외무성 중국과 출신의 외교관답게 ‘외교적 실리’를 중시하는 정책을 지지해 주목을 받아왔다. 가토 의원은 “일본이 아시아의 리더가 되려면 미국과 중국을 같은 비중으로 생각하는 ‘정삼각형 외교’를 해나가야 한다”며 “야스쿠니신사의 역사관은 중국과 한국의 국민 감정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전후 일본이 미국과 쌓아올린 신뢰관계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매스컴에서 ‘보수의 양심’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모순된 주장
태평양전쟁을 성전으로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의 역사관에 대한 평가는.
= 일본은 1910년 조선을 병합하고 5년 뒤인 1915년에는 중국에 ‘21개조 요구사항’을 밀어붙여 관철시킨다. 그때부터 일본은 식민지 정책에 자신감을 갖고 오만해졌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사람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줬다. 지난 과거는 어떻게 생각해도 일본에 책임이 있다. 한국과 중국 사람들이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이 성전인 것을 전제하고 있다. 또 전쟁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A급 전범’들을 존경하고 인정한다. 그것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으로 태평양전쟁을 ‘잘못된 전쟁’이라고 인정한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 나는 야스쿠니의 역사관에 찬성할 수 없다.
그래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했는가.
= A급 전범이 합사될 때까지(1978) 야스쿠니신사는 순수하게 국내 문제였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하는 것은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금지한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는지 아닌지의 문제였다. 그러나 A급 전범이 합사됐다. 이제 야스쿠니신사에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가 참배하면, 그것은 국제 문제가 된다. 태평양전쟁을 성전으로 간주해, 샌프란시스코조약이라는 전후 체제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아베 신조 현 총리는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자”고 하지만, 그것은 샌프란시스코 체제에서의 탈각도 의미한다. 일본의 기본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알 텐데, 아베 총리의 방침은 미국과 마찰을 일으킬 것이다.
그렇다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는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고이즈미는 한국과 중국을 도발해 화나게 하는 방법으로 국내의 지지도를 굳혔다. 예를 들어 고이즈미가 옛 특공대원의 유서를 보고 감성적으로 공감해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의 미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총리라면, 아니 그전에 한 명의 정치인이라면 “이 대원에게 명령한 것은 누구다. 어째서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는 역사를 다시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국들이 납득하지 않는다.
아직 개헌은 일러
고이즈미 총리 시대에 일본의 내셔널리즘이 강화됐다.
= 내셔널리즘에는 세 가지 있다. 하나는 주변 여러 나라와 관련한 내셔널리즘이다. 이를테면 영토나 유전 문제다. 둘째는 올림픽이나 국제학력 테스트, 국내총생산(GDP) 등으로 경쟁하는 내셔널리즘이다. 셋째는 자기 나라의 문화와 전통이라는 정체성에 자신을 갖는 자존심의 내셔널리즘이다.
일본은 세계화와 시장주의로 발전해왔지만, 메이지유신 이래 잃어버린 자신을 한 번 더 되찾고 싶다는 심정이 있다. 그러나 당장 그것을 찾을 수 없기에 우선 주변 나라들과 싸움을 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근린 제국과 싸우는 것은 위험한 내셔널리즘이다.
주변 나라들에 강하게 나가는 것은 정치 수법으로서는 꽤 유효하다. 일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정 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웃집 아저씨에게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 “밤에 세탁하지 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 집안이 잘 다스려진다.
최근에 야스쿠니신사의 역사관은 ‘류슈칸’의 전시 내용을 조금 바꾸면서 반미색이 조금 엷어졌다.
= 지금까지 중국이나 한국이 비판해도 일본은 야스쿠니신사의 역사관을 바꾼 적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류슈칸의 전시 내용을 바꾸라”고 하면 일본은 무시할 수 없다. 나는 내셔널리스트이니까 그런 일본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일본이 스스로 전후를 매듭지어야 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대미의 관점으로 접근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일본을 한 축에 놓고 중국과 미국을 똑같이 생각하는 ‘정삼각형’ 외교를 해나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헌법 9조의 개정 문제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 야스쿠니신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 아직 개헌의 타이밍이 아니다. 일본은 아직 전쟁을 총괄(정리하고 평가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야스쿠니신사가 문제가 된다. 고이즈미는 “왜 참배하면 안 돼”라고 말하지 말고, 대립의 근원을 더 냉정하게 응시해야 했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과 대만인의 유족이 야스쿠니신사에서 전사자의 이름을 빼라는 소송을 하고 있는데.
= 감정적으로는 빼주라고 부탁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소송이다. 지금까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어서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해결이 어려웠다. 야스쿠니신사를 피고로 삼으면 한국인의 신앙의 자유라는 테마로 소송이 가능하다고 본다.
자민당은 반드시 바뀐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사죄를 했는가.
= 한국과 중국에 대한 사죄는 충분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죄가 아니라 인내심이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싸움에서도 사과한 뒤에 다시 상대방에게 불평하면 사과는 헛것이 된다. 일본은 “내가 조금 전에 사과했잖아. 왜 아직도 불평하냐”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싸움이 악화된다. 한국에 대해서는 사죄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정치인의 발언이 그것을 소멸시킨다. 일본은 상대가 허락해줄 때까지 가만히 참아야 한다.
우익 활동가가 집에 불을 질렀다. 일본의 우경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 불을 지른 사람도 이 시대가 낳은 희생자인 것 같다. 비난해야 할 것은 그가 과격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세상의 분위기다. 과도하게 내셔널리즘을 들끓게 하려는 최근의 풍조나 정치적인 흐름이다. 나는 좌익이 아니다. 나는 자민당원이다. 방위청 장관도 2년 했고, 반전 시위에 간 적도 없다. 내가 서 있는 곳은 20~30년 전부터 변함이 없다. 그동안 세상의 좌표가 오른쪽으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우파 논조의 잡지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우파 내부에서 반미, 친미의 분열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민당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려고 한다. 자민당은 반드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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