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해방 뒤 한국에 남은 일본인 여성들의 기구한 삶… 자식을 호적에 올리지도 못한채 서로 연락을 끊고 사는 경우도 다반사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광복절이 환갑을 넘겼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세대 한-일 가정의 자녀들도 이제 환갑을 앞두거나 넘겼을 나이가 됐다. 1세대 한-일 가정은 일제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대 당시 한국인과 연을 맺은 일본 여성들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과 결혼해 살았거나 일본에서 만난 한국인을 따라 들어온 이들이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은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을 맺고 36년간의 일제 식민시대도 함께 끝나면서 이 땅에 남겨졌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도 못해
그렇게 한국에 남겨진 일본 여성들의 모임이 있다. 모임의 명칭은 ‘재한국일본인부인회’로 ‘부용회’라고도 불린다. (이서규 지음, 지식의 날개 펴냄)에 따르면 1963년 ‘부용회’ 설립 당시에는 4천여 명의 회원이 있었다. ‘부용회’의 초대 명예총재는 고종의 아들 영친왕 이은과 결혼한 이방자 여사였다. 지금은 여든을 넘긴 할머니들이 많아 매년 회원 수가 줄고 있다. 현재 회원은 전국에 400여 명이다. ‘부용회’ 회장은 한국외대 일본어과 교수를 역임했던 구마다 가쓰코씨가 맡고 있다.
이제는 백발 할머니가 된 이들은 60여 년 동안 한국 땅에서 힘들게 살아왔다. 한국에서는 ‘가해자’인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시댁 식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해 결혼생활을 제대로 이어나가기 힘들었고, 친정인 일본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일본 국적을 그대로 갖고 사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국적이 두 개거나 무국적자인 할머니들도 있다. 대부분의 할머니는 사회 안전망의 그늘에 있어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도 못했다. 이들은 이렇게 한국과 일본 그 어느 나라에서도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아 지원이나 노후대책 없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지금도 혼자 쓸쓸하게 늙어가고 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자녀들도 역시 인생에서 많은 굴곡을 겪어야 했다. 한국 남자를 따라 일본에서 한국에 들어온 일본 여성들 중에는 막상 한국에 본처가 있어 호적에도 오르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낳은 자녀들은 한국인 본처 호적에 올라야 했다. 결국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법적으로 남남으로 살아야 했다. 정상적인 모자·모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런 갈등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아 어머니와 자녀가 서로를 피해 살거나 연락을 끊고 살기도 한다.
‘쪽바리’의 자식이라는 낙인
물론 무엇보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일본인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마쓰모토 아키코(82) ‘부용회’ 부회장은 “회원들의 자녀 중에는 어머니가 일본인이라고 일본인을 비하하는 ‘쪽바리’의 자식이라는 놀림과 차별을 겪은 이도 있고, 1960~70년대에만 해도 어머니가 일본인이라고 하면 결혼을 반대하는 집도 많아 마음고생을 한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부회장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인데 자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말해 뭐하느냐”며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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