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자가 본 한국 축구… 이번에도 특유의 빠른 전술과 뛰어난 조직력 빛나… 다시 보게 된 이천수·조재진, 박지성의 몸에는 한국인의 모든 특징이 담겼다
▣ 마오샤오둥(毛小東) 축구전문 기자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리안 감독의 영화 에서 대사 한 구절을 빌려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월드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월드컵과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월드컵 또한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국팀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선전은 논란의 여지 없이 중국 추미(球迷·열성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드보카드, 히딩크보단 못하지만…
한국팀은 1960년대부터 아시아의 강팀으로 떠올랐다. 한국팀은 아시아에서 주요한 축구대회의 정상을 수도 없이 차지했다. 그러나 세계 축구의 벽은 아직 높았다. 한국팀은 1986년부터 올해까지 연속해 여섯 차례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몇몇 주요 스타 플레이어들은 아시아 최고의 명성을 누려왔다.
올해 독일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드러난 한국팀의 전술은 빠르고 간략하며, 팀원 전체의 체력은 여전히 매우 뛰어났다. 팀 구성원들의 신장이 전체적으로 큰 것은 아니지만, ‘압박 축구’라 불리는 뛰어난 조직력은 한국팀의 고유한 강점으로 자리잡았다. 한국팀은 드리블이 안정적이고 긴 패스로 한번에 연결하는 공격의 정확성 또한 높다. 두세 명 사이의 패스 연결도 잘 훈련돼 있고 다양한 상황의 세트 플레이 또한 숙지하고 있다. 한국팀은 공격할 때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전원이 공격에 가담해 적진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측면 돌파와 크로스 또한 매우 좋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장거리 슈팅에 능하다.
한국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깨뜨린 한국팀의 경기력은 한국 축구가 신속하게 장족의 진보를 이뤘음을 증명했다. 2002년 월드컵이 일본과 함께 한국에서 개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축구에 대한 한국인들의 뜨거운 애정의 결과다. 세계인들을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한국팀이 이 월드컵의 준결승까지 올랐다는 사실이며, 이는 아시아 축구 역사에서 전무후무할 뿐만 아니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이변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팀을 4강까지 끌어올린 히딩크와 비교하자면 아드보카트가 조금 못 미치는 듯하지만, 그의 전임자인 조 본프레레에 비교한다면 아드보카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핏줄 속에는 공격 축구의 성향이 강한 네덜란드의 피가 흐르고 있다. 조재진과 이천수, 박지성 등 세 명의 공격수에게 상대 팀을 수없이 위협하도록 만든 데는 이런 공격 성향의 혈통이 작용하고 있다.
비록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한국 K리그에 복귀한 뒤 이천수는 국가대표로서 높은 수준의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다. 월드컵 개최 직전 평가전에서 보여준 그의 최상의 기량은 아드보카트가 그를 뽑은 주요 원인이 됐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이천수는 대토고전과 대프랑스전에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의 저돌적인 돌파와 미묘한 발재간은 한국의 비밀 병기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한국이 토고를 2-1로 꺾을 때 이천수의 절묘한 프리킥 성공은 한국팀이 게임의 주도권을 회복하도록 만든 활력소였다.
한국팀 포워드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인 조재진도 위협적인 무기다. 신장 185cm의 조재진은 비운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부상으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뒤 한국팀에서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의 헤딩 기술은 매우 뛰어나다. 1-1로 비긴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그는 헤딩으로 도움을 줘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리도록 만들었다. 이 키 크고 건장한 센터포드는 태극 호랑이의 4-3-3 전술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을 볼 때 조재진은 다른 공격수들이 득점할 기회를 만드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직 그의 직접적인 슈팅을 충분히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한국팀의 공격이 시작되는 박지성은 발끝으로 한국 축구의 역사를 고쳐쓴 인물이다. 그는 이미 지금까지 적어도 세 가지 새로운 역사의 기록을 남겼다. 2002년 박지성은 한국팀이 4강에 드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한국의 4강 진출은 월드컵 역사상 첫 아시아 팀의 준결승 진출을 뜻했다. 2005년 박지성은 아시아 축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했다. 2006년 박지성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려, 우승 경력이 있는 프랑스와 1-1로 비기도록 했다. 이 모든 기록이 박지성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왜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가
오늘날 한국팀에서 가장 자랑스런 축구 스타인 박지성의 몸에는 한국인의 모든 특징이 체현돼 있다. 다이내믹한 체력, 질풍노도와 같은 돌파, 끈질긴 밀착 방어와 저지, 대담한 공격 의지 등이 그것이다. 자신이 슈팅을 하든 팀원 전원의 공격을 조직하든, 박지성의 플레이는 한국팀에 매우 강렬한 색깔을 부여한다. 박지성의 플레이는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이뤄낼 성적에 거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박주영에게 왜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축구 천재는 한국팀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관문을 통과하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그는 이미 세계 청소년축구대회에서 재능을 충분히 드러냈다. 비록 올해 20살이지만, 그는 이미 한국 축구의 미래를 대표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그가 출전한 경기에서 붉은 악마들은 공이 그의 발을 향해 날아가기만 기다린다. 그의 판단력과 골 결정력을 보면 지능지수가 150은 될 것 같다. 번개 같은 판단과 표범이 사냥감을 포획하듯 전광석화와 같이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상대방을 반으로 쪼개버릴 듯한 슈팅, 성실한 훈련 태도 등은 박주영의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장점이다. 이회택·차범근·최순호·황선홍·최용수 등 한국팀의 역대 센터포드들이 신체 조건과 기량에 의존했다면, 박주영의 장점은 유연성과 속도로 상대를 압도하는 데 있다. 박주영의 100m 단거리 달리기 기록은 12초, 센터포드로서 매우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박주영은 공 없이 달릴 때와 공과 함께 달릴 때의 속도가 같다.
만약 아드보카트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박주영을 더 많이 기용한다면 한국의 적수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원문은: 만약 아드보카트가 스위스와 대결에서 박주영을 기용한다면, 그는 능히 피파 회장 브라트의 조국인 스위스에 거대한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다. 스위스와 경기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이 고쳤음.)
포드진 이외에 한국팀에는 우수한 스타 플레이어가 더 있다. 이미 2002년 월드컵 때 충분한 활약을 보여준 이영표와 김남일 등 뛰어난 수비형 미들필더 이외에도 미들필더의 샛별인 이호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경기장 전체를 보는 시야가 뛰어나고 경기를 조직해가는 능력이 있다. 아드보카트가 그를 신임하는 건 이유가 있다. 그는 진공청소기 김남일의 수비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존재다.
물론 김남일 또한 한국의 강력한 장벽이다. 프랑스전 때 김남일은 상대의 공격을 유력하게 차단했다. 아드보카트의 수비 체계에서 여전히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굳센 공병대와 같은 미들필더는 한국을 공격하려는 적군들 앞에 놓인 천연의 장애물과도 같다.
붉은 악마, 4년 뒤에도 변함없구나
4년 전 한·일 월드컵 때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준 수문장 이운재도 빠뜨릴 수 없는 훌륭한 선수다. 안정환, 설기현 등 공격수들은 아드보카트의 전략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로 활용되면서 자신들의 노련한 경험을 팀 전체에 공급하고 있다.
4년 전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응원단 ‘붉은 악마’는 중국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나는 붉은 악마가 자국에서 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에 이렇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바로 깨달았다. 대표팀을 따라 독일에 입성한 붉은 악마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4년 전에 뒤지지 않는 열정과 뜨거운 함성을 들려주었다. 한국 축구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깨달았다. 붉은 악마의 뜨거운 함성과 넘치는 열정이야말로 오늘날 빛나는 한국 축구의 영광을 빚어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한국 축구는 붉은 악마와 함께 빛나는 진군을 계속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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