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인 판교지역 중대형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임대료… 정부 임대료 보조가 없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리스크 줄이려 가격 높여</font>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2006년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판교’ 지역의 정식 행정구역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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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라는 이름은 예전 낙생면 소재지인 이곳 ‘너더리’ 마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너더리는 ‘널다리’가 변한 말이며, 우리말을 한자로 옮기면서 ‘널 판’(板)자와 ‘다리 교’(橋)자를 딴 것으로 전해진다. 옛날 이 마을 운중천 위에 판자로 다리를 놓고 건너던 데서 비롯된 지명이다.
32~34평 월세 100만원 웃도는 수준
3월29일 첫 분양 신청을 받을 예정인 판교 지역 아파트를 둘러싼 열병은 ‘판자 다리’에서 연상되는 토속적인 정감을 멀찍이 밀어내고 있다. 평당 가격 1200만원 안팎인 분양아파트는 물론 임대아파트 역시 보증금이 평당 700만원 안팎이어서 서민층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민간아파트보다 비교적 싸다는 주공아파트를 보더라도 34평형(전용면적 25평)의 임대보증금이 1억4114만원에, 월 임대료가 58만2천원에 이른다.
서민층에게는 이렇게 낙담을 안겨줄 수준으로 여겨지는데 중장기적인 임대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판교 지역 임대아파트가 한편으론 긍정적인 면을 안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임대아파트=낡고 비좁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불식하는 데 일정한 구실을 할 것이란 점에서다.
“영구임대와 국민임대는 엄연히 다른데, 사람들은 비슷하게 여긴다. 임대주택이 꼭 나쁜 게 아니라는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한국주택공사 부설 주택도시연구원의 박신영 연구위원) 박 위원은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판교 지역 임대아파트를 통해 (임대주택의)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형’ 방식을 최선으로 꼽고 있는 반영운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도 “주택에 대한 소유 개념을 거주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비싼 값의) 중대형 임대아파트가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임대아파트 시장에 중대형이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한 원칙적인 평가의 성격을 띠는 것일 뿐, 판교 임대아파트의 높은 보증금과 과도한 청약 열기에서 예감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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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민간 임대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25.7평(32~34평형)을 기준으로 할 때 보증금 1억5천만원에 월 임대료는 80만~90만원,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는 1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이는 얼토당토않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분양아파트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임대아파트를 둘러싼 청약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이 많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곧 불법 전매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 어린 관측으로 이어진다. “보증금을 모두 월세로 전환한다고 할 경우 한 달에 200만원 안팎에 이른다. 분양으로 전환하려면 이 정도 부담을 안고 10년 동안 버티며 거주해야 하는데, 견뎌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상당수는 중간에 불법으로 전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약 공고가 나기도 전에 전매 제한 기간(10년)을 줄여야 한다거나 임대보증금에 일정한 공적 보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탕에는 이런 인식이 깔려 있다.
임대보증금이 이렇게 높게 책정된 것은 사업 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회사 처지에서 볼 때 택지를 조성원가의 85% 수준에서 공급받았을 뿐 임대료 보조가 없는 구조다. 10년 뒤 사업자가 맘대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양 전환 시점에 이르면 소송 등 리스크(위험)를 안을 수도 있는 처지에선 초기에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높여 수지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 여기에 월세 납부 방식에 대한 입주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맞물리면서 전세도 월세도 아닌 어정쩡한 임대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10년 뒤면 분양전환하는 것을 감안할 때 판교 임대아파트는 ‘변형된 분양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무늬만 임대아파트’라는 비아냥은 단지 높은 임대료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임대정책의 정석대로라면 판교 수준으로 비싼 임대주택의 공급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일정 소득 이하의 입주자들한테 임대료를 보조해주는 방식(저리 자금 대출 등)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 같은 방식에선 택지를 싸게 공급함으로써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공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도 임대료는 또 그것대로 높은 수준이다.
“세금 거둬 저소득층 지원으로 돌렸어야”
문제는 정석대로 설계한 정책을 현실에 적용하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임대아파트의 공급을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저소득층에 임대료 보조를 해주려면 소득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은 너무나 불투명하다. 물론, 정부가 판교 지역의 임대아파트 정책에서 정석대로 하지 않은 건 이런 사회적 분위기나 인프라(기반시설)의 미흡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임대료 보조는 지원하고 나면 그뿐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는 반면, 공적 부문 주도로 임대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방안은 가시적인 성과를 남기게 되는 ‘정치적인 효과’도 감안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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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일정 수준 이상의 주택에 대해선 국가가 굳이 간여할 필요가 없고, 정부는 저소득층 주택을 짓거나 (임대료 등을) 보조해주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판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에 대해선 가격을 시장경제에 맡기고 대신 세금을 그만큼 거둬 저소득층 지원으로 돌리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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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물량 절반을 임대로</font>
판교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임대 물량은 1만2315가구로, 분양 주택 1만2569가구와 비슷하다. 이처럼 전체 공급 물량(2만4884가구)의 절반가량을 임대로 돌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한 택지 지구에서 공급되는 임대주택 물량은 5%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청약 시기별 임대주택 분포를 보면 3월 3576가구, 8월 2482가구, 8월 이후 6257가구로 돼 있다. 이번 3월에 처음 나오는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25.7평(32~33평형) 이하 중·소형이며, 대한주택공사(1884가구)와 (주)광영토건(371가구)·(주)대방건설(266가구)·(주)진원이앤씨(470가구)·(주)모아건설(585가구) 등 민간 4개 건설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전체 임대 물량 중 1675가구는 철거민·세입자, 국가유공자, 탈북자, 장애인에게 특별 공급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실제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은 1901가구다.
청약 자격은 수도권 지역의 ‘청약저축’ 가입자로 한정돼 있다. 통장 가입 은행에서 인터넷 뱅킹에 가입한 뒤 공인인증서를 내려받아 접수하는 인터넷 청약을 원칙으로 한다. 주공이 공급하는 아파트 청약은 주공 홈페이지와 별도의 접수 창구에서 할 수 있다. 청약 일정은 3월29일부터 4월11일까지로 잡혀 있다. 당첨자는 5월4일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신청받는 아파트의 입주는 2008년 하반기부터 이듬해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나오는 임대주택은 10년짜리 ‘공공임대’여서 10년 뒤 시가보다 좀 낮은 수준에서 분양으로 전환된다. 10년 동안 거주한다면 시가보다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임대는 정부 재정이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공급한다는 점에서 ‘국민임대’와 비슷하지만, 단기(판교의 경우 10년)에 분양으로 전환된다는 차이를 띤다. 국민임대의 임대 기간은 30년으로 돼 있다.
오는 8월에 공급될 중·대형 임대아파트는 전용면적 25.7평을 초과하는 37~55평형의 2482가구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90%는 10년 뒤 분양 전환되는 공공임대로, 나머지는 영구 전·월세형 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될 예정이다. 임대아파트지만 중·대형이어서 청약예금 가입자만 청약할 수 있고, 주택 한 채를 이미 소유하고 있어도 청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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